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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에서 말하기로 - 심리학이 놓친 여성의 삶과 목소리
캐럴 길리건 지음, 이경미 옮김 / 심심 / 2020년 12월
평점 :
미국의 여성 심리학자이자 페미니스트인 캐럴 길리건의 책이다. 70년대에 집필되어 1982년에 출간되었다니 이 책은 심리학계의 고전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7년에 동녘 출판사에서 [ 다른 목소리 ] 라는 제목으로 출간했었고 이번에 심심출판에서 개정해서 재출간했다. 책의 연력이 30년이 넘게 명맥을 유지해 온 걸 보면 저력이 있는 책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듯 싶다.
오래전에 씌여진 책이어서인지 다루고 있는 내용들이 쉽지만은 않다. 대중서임에도 논문처럼 문장들이 딱딱하고 학술적이어서 가독성이 떨어지고 쉽게 읽혀지지 않는다는 것은 단점이다. 요즈음 발간되는 전문분야의 대중서들이 쉽게 쓰여지는 추세라 더 그럴수도 있겠다. 하지만 다루는 내용은 참신하다. 물론 출간된 당시에도 학계에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문제작 반열에 올랐다고 밝히고 있지만 책을 읽으며 과연 지금도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여성의 목소리가 심리학계에 얼마나 반영되고 있을까가 궁금했다.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본다면 심리학의 기준이 되는 발달이론을 남성의 성향을 기준으로 설정하고 그에 미치지 못하거나 다른 반응이 나오는 여성의 성향을 모자라거나 미숙하게 판단해버리는 추세가 지금은 개선되었을까하는 점이다. 저자는 남성과 다른 여성의 성향을 '선천적인가 후천적인가. 혹은 여성은 남성보다 우월한가 열등한가와 같은 고리타분한 이분법의 사고 범주에 바르게 동화되는 것을 보는 것'이라고 표현한다.
이 책은 다양한 연령대의 여성을 대상으로 도덕적 발달심리에 관련한 질문을 하며 여성들의 목소리를 찾아 들려준다. 대부분 사회윤리적이고 도덕적인 사례에서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남아들에 비해 감정이나 공감상황에 집중하는 여아들의 대답을 의존적이거나 미숙한 발달단계 라는 식으로 결론지어온 학계의 남성주의 심리학자들의 이론에 반론을 제기하는 책이라고도 볼 수 있다.
저자의 말처럼 ' 우월하거나 열등한 판단은 없고' 단지 도덕적 사례에서 남자아이 제프리가 무엇이 더 실리적으로 우선인지 생각할 때 여자아이 카렌은 누가 소외되었는지 관계에 집중했다는 점에 유의한다면 여성과 남성은 성향이 다른 것이지 여아가 남아보다 모자란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지금까지 세상은 남성의 관점과 남성이 지배하는 가치관으로 유지되고 발전되어왔다. 거시적인 입장에서 남성성이 모든 기준을 만들때 제 목소리로 표현하지 못하고 숨죽여왔던 많은 여성들이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한체 살아왔다. 딱 그만큼 인류는 지금 덜 행복하게 살고 있는 건 아닐까?
저자의 말처럼 이제는 여성들이 목소리를 내고 말하기를 시작할 때다.
여성들의 장점이기도 한 밀도높은 관계 중심적 행위를 중심에 둔 상태에서 시작되는 침묵에서 말하기로의 전이, 지금이야말로 진정 여성의 목소리가 필요한 시대가 아닐까하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