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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으로 왔는데 중생으로 갈 수는 없잖아 - 지극히 평범하고 게으른 산골중의 성장기
법혜 지음 / 빈빈책방 / 2021년 3월
평점 :
이 책은 스님이 쓴 에세이집이다. 예전 법정스님이나 법륜 스님이 쓴 책은 여러 권 읽었었다. 스님들이 쓰신 책은 불교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성정과 향내가 묻어나고 무소유의 가르침등이 좋아서, 간간히 읽고는 한다. 얼마 전 물의를 일으킨 혜민스님책은 베스트셀러였음에도 손대지 않은 걸 보면 내 나름의 책을 알아보는 기준이 있는 듯도 싶다. 이 책은 처음 볼때부터 마음이 갔다. 부제로 달린 '지극히 평범하고 게으른 산골중의 이야기'에서 가르치려들지 않는 겸손함을 읽었다고 해야할까? 하지만 막상 책을 받아 읽다보니 이 책을 쓴 법혜 스님은 웬걸 보통 스님이 아니었다.
속가에서의 삶은 거의 다루지 않아 어떤 연유로 스님이 되었는 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나도 한때 젊은 시절 스님이 되고 싶었던 때가 있었던건 비밀이다.
속가의 어머니와 함께 산속 빈 집을 찾아 들어가 암자를 일구고 살아가는 과정은 스님 아무나 하는 거 아니구나 하는 적잖은 깨달음을 갖게 했다. 병 고치는 도사가 살았다는 집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약통들과 보이는 곳마다 붉은 글씨로 귀( 귀신 귀)가 쓰여진 집을 청소하고 덧입히고 대충 보수하며 지낸다니. 그것도 깊은 산속 홀홀단신 살아갈 수 있다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 속가의 어머니는 이사해 들어올 때만 와 계시다 가신다 ) 특히 법혜 스님은 여자 스님이었다. ( 이 부분에 더욱 경악을 ~ ) 물론 도를 닦는 스님 입장에서 남녀의 구분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마는 속인인 내 눈엔 그리 보이지 않았다.
책을 읽으며 같은 성을 가진 여자이며 딸의 입장이어서 일까? 미얀마를 가기 전 설악산에 다녀 오면서 속가의 어머니와의 에피소드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그 부분에서 문득 '산다는 건 뭔지' 라는 생각이 드는 건 왜인지.. 여하튼 마음이 아팠다. 인연이라는 깊은 감정의 골과 그 마디 마디를 아는 탓이리라 ~
산골에서 암자를 일구는 이야기도 예사롭지 않지만 2부로 진행되는 형식의 미얀마에서 지낸 에피소드는 더 이상 말을 잊지 못하게 만든다.
실은 나도 한때 도를 닦기 위해 인도에서 6개월 가량 체류한 적이 있었는 데 ( 이것도 물론 어린 시절의 이야기지만 ) 하지만 내가 경험한 곳은 스님의 미얀마 생활과 비교한다면 천국이나 마찬가지 였다. 정말 이 정도는 돼야 도 닦는 다 할 수 있는 걸, 책을 통해 배운다.
이 책 [ 사람으로 왔는 데 중생으로 갈 수는 없잖아 ] 의 저자 법혜스님은 한 마디로 꾀부리지 않고 정공법으로 철저히 수행하는 스님의 정석이다. 언젠가 인연이 닿는다면 한 번 만나뵙고 덕담 한 마디 듣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