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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푸른 눈의 증인 - 폴 코트라이트 회고록
폴 코트라이트 지음, 최용주 옮김, 로빈 모이어 사진 / 한림출판사 / 2020년 5월
평점 :
광주 민주화 운동이 올해로 41주년이 되었다. 광주 민주화 운동은 1980년에 태어난 아이가 불혹이 넘을 나이만큼의 세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우리 현대사에 있어 씻을 수 없는 상처이자 특별한 의미로 자리잡고 있다. 몇 년 전 한국 현대사에 관련된 책을 백 여권 가까이 집중적으로 읽었던 때가 있었다. 해방 후인 1945년 부터 문민정부가 들어선 1993년도까지 근 50년의 역사를 흝어 내려오다가 유독 발이 묶였던 지점이 1980년 이었다. 시기적으로 격동의 세월이었으며 지금이라면 상상도 못할 비 인간적인 일이 매일 신문지상을 오르내리던 시대였다. 한국 현대사에서 있어 민주주의의 기틀을 세운 두 가지 역사적 사건을 들어보라면 광주 민주화 운동과 6월 항쟁을 들 수 있다. 광주 민주화 운동과 6월 항쟁은 7년이라는 시간적 거리를 두고 있지만 광주의 희생과 그들에 대한 부채감이 6월 항쟁을 있게 한 건 분명하다. 물론 그 후에도 우리의 현대사는 여러 굴곡을 거쳐가며 지금까지 흘러왔지만, 어차피 역사는 유기체와 같아서 퇴행과 발전을 반복하고 중요한 건 방향이라는 지론을 가지고 있다. 여하튼 갠적으로 70년대에 태어난 나는 광주 민주화 항쟁에 대한 분명한 기억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 언론을 철저히 통제한 군부 정권 탓도 있겠지만 ) 다만 10대 시절 막연히 느꼈던 시대적 감수성을 통한 역사의식은 추후 많은 영향을 끼쳤다. 이 책 [ 5.18 푸른 눈의 증언 ] 은 오랫만에 읽은 광주 관련 책이다. 독특한 건 그동안 읽어왔던 책들과는 다르게 이 책은 미국인의 시선에서 바라본 광주라는 점이다. 물론 독일기자 위르겐 힌츠페터가 등장한 영화 [ 택시 운전사 ]를 감동깊게 본 터라 중복되는 부분이 없지 않지만 그럼에도 40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이토록 세밀하고 분명하게 기억해낸 기록이란 점에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쓴 저자 폴 코트라이트는 20대의 나이에 미국 평화봉사단 소속으로 한국에 파견되어 나주의 나환자를 돕는 일을 했다. 사실 80년대에 한국에서 외국인을 본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럼에도 저자는 한국에 들어와 나환자 정착촌에서 봉사 일을 했다니 평범한 사람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궁금해서 당시 평화봉사단을 검색해보니 폴 코프라이트 외에도 여러 분들이 당시의 광주를 경험을 인터뷰한 기사들이 있었다, 저자는 광주 항쟁이 시작된 시기인 5월 14일 부터 5월 26일까지 12일간 간 나주와 광주를 오가며 경험한 일들을 증언한다. 처음에는 평화봉사단으로 몸을 사리던 저자가 군인들에게 짓밟히는 시민들과 처참한 주검을 보며 통역일을 돕고 외국인으로서 군부의 만행을 전세계에 증언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게 되는 계기를 보며 당시의 광주 분위기를 간접적으로나마 다시 떠올리게 했다. 이 책은 그렇게 80년대의 광주의 기억을 소환하여 보여준다. 현재를 사느라 바쁘고 일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우리에게 무엇이 중요한지를 다시 알려준다. 40년이 지난 지금 당시의 느낌을 고스란히 불러일으키는 책 [ 5.18 푸른 눈의 증언 ]은 기록의 중요성을 다시끔 느끼게 해 주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