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은 당신을 배신하지 않는다 - 어지러운 마음을 잡아줄 고전 한 줄의 힘
조윤제 지음 / 21세기북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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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기 과제를 하며 머리 아플 때마다 짬짬히 읽은 책이다. 사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고전들을 직접 읽으라고 한다면 그건 쉽지 않다. 하지만 저자가 읽고 해석해주는 고전 이야기는 언제나 재미있다. 이 책을 쓴 저자 조윤제는 고전연구가다. 다산의 마지막 공부와 마지막 습관 등의 전작을 통해 익히 잘 알려진 저자이기도 하다. 그래선지 글이 안정적이고 깊이가 있다. 저자의 필력덕분인지 몰라도 페이지 한장 한장 넘겨가며 읽어 나가는 재미가 있다. 저자는 고전을 읽는 재미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현대 뇌과학에서 "뇌는 뭔가를 달성할 때 즐거움을 느낀다"고 말한다. 우리 뇌가 그 기분 좋은 상태를 유지하기 위하여 도파민, 세로토닌 등의 쾌락보수 물질을 방출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이 반복되면 습관이 된다

고전은 당신을 배신하지 않는다 중엣

독서가 습관이 되어버린 지금 나의 뇌도 새 책을 집어 첫 페이지를 펼 때마다 쾌락 보수 물질이 나오고 있는지도 모른다. 저자는 본문에서 무슨 일이든 습관을 들이기 위해서는 6개월이 걸리며 그 시간 동안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쓰고 있다. 7년을 읽어 온 나의 독서생활도 습관이 되어선지 한 동안 책을 읽지 않으면 허전함이 들때가 많다.

이 책의 표지에 씌여진 [ 어지러운 마음을 잡아줄 고전 한 줄의 힘 ] 이라는 부제답게 혼란한 마음을 가라앉히기에 독서 만한 것이 또 있을까 마는 독서도 독서나름, 마음이 어지러울 때 소설 장르와 같은 책을 읽는 건 쉽지 않다. 이 책은 동서양 고전을 아우르며 인생의 통찰이라는 소 주제로 나누어 다루고 있다. 중국의 제자백가에서 서양의 고대 철학자들 특히 아리스토텔레스나 호메로스와 같은 희랍 신화도 언급되고, 총균쇠와 같은 최근작들도 예시로 담고 있어 흥미롭다. 가끔 아는 내용 이거나 인상깊게 읽었던 책이 예시로 나오면 반가웠다. 나도 나름 고전을 몇 권 읽기는 했구나 하는 뿌듯함이 든다고 해야할까? 어려운 책들이 주를 이루는 고전을 잘 녹여서 쉽게 전달하는 저자의 해박함은 여느 고전 해설서보다 가독성이 좋다. 그 만큼 저자의 고전을 이해하는 깊이가 깊다는 뜻이리라.. 갈 수록 독서하는 인구가 줄어드는 현대 사회에서, 원문 고전은 읽지 못하더라도 이런 류의 책이라도 사람들이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 매일 주식 차트와 비트코인. 쇼셜미디어에 매몰되어 허덕이는 답답한 세상에서 한 권 책을 통해 시원한 물줄기와도 같은 쾌청함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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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라클 브레인 푸드 - 망가진 정신 건강을 회복시키는 음식의 놀라운 힘
우마 나이두 지음, 김지혜 옮김 / 북라이프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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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부터 뇌와 장의 긴밀한 연관고리를 다룬 책들이 시중에 간간히 보여 기회가 닿는다면 한번 읽어보리라 생각하고 있었는 데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은 뇌와 장의 긴밀한 관계를 넘어 식품 영양이 정신 의학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다루고 있다.

이제는 정신과에서도 음식이 가진 치료제로서의 힘에 대해 이야기한다. 마이크로바이옴이나 음식이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가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2015년에는 재롬 새리스와 그의 동료들이 주장한 영향의학이 정신 의학의 주류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미라클 브레인 푸드 중에서

그러니까 뇌와 장에 대해 다루는 책들이 2015년 이후로 꾸준히 번역되어 나오고 있는 셈이다. 이 책은 우울증이나 불안증세, 치매, 불면증 등등 정신의학에서 다루고 있는 질병들을 지중해 식단 등과 같은 식이요법을 통해 증상을 완화시키고 더 나아가 치료까지 할 수 있다는 명제아래 음식을 대한 연구자료와 치료 사례들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을 쓴 저자인 우마 나이두는 정신과 의사이자 영양학 학자이며 직접 음식을 요리하는 전문 요리사다. 힌두교 집안에서 태어나고 자라며 역시 의사이자 요리자 였던 엄마와 할머니의 영향을 받아 스스로 요리하는 법을 배웠다고 한다. 그녀는 정신의학과 영양학을 접목시켜 음식을 통한 치료방법의 체계를 세웠으며 이 책은 저자가 환자를 치료하며 임상 경험한 사례들을 음식처방과 함께 소개한다.

장은 우리의 신체에서 제 2의 뇌라고 불려지는 데 이는 장 신경계가 포함하고 있는 많은 뉴런의 수 때문이며 그런 면에서 뇌와 장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라고 한다. 다시 말해 장내 박테리아가 정상적이지 않으면 도파민이나 세로토닌과 같은 신경 전달 물질이 잘 생성이 되지않아 뇌질환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 책은 우울증이나 외상후 스트레스 불안증 치매나 조현병등의 정신질환을 13개의 챕터로 나누고 매 장마다 증상과 의학적 소견 그리고 음식으로 처방한 사례를 담고 있다. 사례마다 우리가 흔히 먹고 마시는 설탕과 같은 감미료, 과일, 향신료등과 각종 영양성분들을 자세히 다루고 있다. 또 책의 말미에는 저자가 추천하는 음식메뉴의 조리법을 싣고 있어 흥미가 있다면 직접 만들어 먹어 볼 수도 있 다. 다만 조리방법이나 재료 선택이 동양인인 우리와는 약간의 이질감이 있지만 중요한 건 저자의 메뉴를 무조건 따라하는 것 보다는 장과 뇌의 긴밀한 연결고리의 개념을 이해하고 응용해 나가면 될 듯 싶었다. 이 책의 사례들을 보면 증상이 있는 환자들은 여지 없이 식생활에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일까? 책에서 다루는 이론들은 전 부터 알고 지낸 지인 중 한 명이 불안증세도 심하지만 덩달아 장 문제로 고생한 것을 익히 봐 온터라 신뢰가 갔다. 저자는 지인의 사례처럼 불안증에는 배변 장애가 따라 온다고 밝히고 있다. 나의 지인도 과민성 대장 증후군을 오래 앓고 있던 터라 그것이 불안증의 원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치매와 기억력 회복에는 갓 볶은 원두를 내려서 하루에 세 잔에서 다섯 잔 정도 꾸준히 마시면 도움이 된다고 하니 반가웠다. 평소에 커피에 대한 논란이 많아 혼돈스러웠는 데 말끔한 처방을 받는 느낌이 들었다. 이 책은 정신 건강을 위해 어떤 음식류를 선택해서 먹어야하는 지를 다루고 있어 정신 질환의 여지가 있는 독자라면 정독해 읽어볼 필요가 있다. 또한 점점 늘어만 가는 불안이나 강박증세 혹은 장 트러블에 관련된 지병이 설혹 없는 독자라도 정독해 읽어본다면 평소 건강을 지키거나 식생활 관리로 삶의 질을 높이는 데는 충분히 도움이 될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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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의 모든 것 - 35년의 연구 결과를 축적한 조현병 바이블
E. 풀러 토리 지음, 정지인 옮김, 권준수 감수 / 심심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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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서 일어나는 일들, 혹은 심리에 관련된 주제에 관련된 책을 꾸준히 출간하는 심심 출판사의 책이다. 이 책은 제목처럼 조현병의 모든 것을 다루고 있으며 조현병 바이블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700페이지라는 분량의 방대함을 자랑하는 책이다. 이 책의 저자인 E 폴러 토리는 서문에서 35년 동안 7판까지 발간해왔으며 책은 발간을 거듭하는 만큼 진화해 왔다고 소회를 밝히고 있다. 오랫 시간동안 검증된 이 책은 실제로 정신의학자이자 조현병 및 양극성장애 연구자인 저자를 통해 수백 명의 환자를 상담한 사례를 책 안에 고스란히 녹여 넣어 일반인이 읽기에도 부담이 없다. 한국에서도 조현병을 지금처럼 의학적 용어로 명시하여 부르기 시작한 것은 얼마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 시절 내 기억에는 정신질환을 ( 정신분열과 같은 명명인 조현병 포함 ) 앓고 있는 사람들이 주위에 간혹 보이곤 했지만 대부분 터부시하거나 가두려고만 했지 치료 관리할 수 있는 병이라는 개념은 없었다. 이 책은 한국의 케이스가 아닌 미국 의학계를 바탕으로 씌여진 책이며 철저히 병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어서 조현병 환자에 대한 한국 사회 문제는 추후 다른 책을 통해 찾아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목적은 독자들에게 조현병의 진행 과정과 개연성 있는 발병 경로들을 알리는 것이다.

조현병의 모든 것 중에서

위의 문장 처럼 이 책의 첫 장에는 조현병 환자들이 조현병이라는 병을 어떠한 방식으로 인식하고 있는지를 다룬다. 환자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 환자들이 실제로 밝히고 있는 병의 묘사는 책을 읽는 나의 예민한 뇌를 찌르는 바늘처럼 느껴졌다. 어쩌면 조현병은 누구나 앓을 수 있는 병이고 그 만큼 흔한 병이라는 사실이 인식되어 더 그렇게 느껴진듯도 하다. 조현병 임을 인식하는 특이사항을 몇 가지로 압축한다면, 감각 변화, 감정변화, 망상과 환각, 자기 감각의 변질, 동작이나 행동 변화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그 중에서 조현병을 나타내는 흔한 증상이 망상과 환각 혹은 환청이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 저자는 이런 증상이 실제로 조현병 환자의 대표증상이라기보다는 그 동안 미디어나 문학 작품 등에서 많이 묘사한 증상이며 사실 망상이나 환각이 없는 조현병 환자도 많다고 쓰고 있다. 우리가 잘 아는 카프카의 소설 ( 변신 ) 에서 그레고르 잠자의 경우는 자기 감각의 변질의 예로 볼 수 있다고 한다. 그 만큼 조현병은 특정 증상으로 진단하기에는 어려운 병이며 복잡한 기제를 가지고 있다. 저자는 조현병의 여러 증상에 대한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문학이나 미술 작품등을 아울러 조현병의 미세한 증상들의 예시를 함께 들어 설명한다. 아예 책의 마지막 챕터인 13장에서는 대중의 눈에 비친 조현병이라는 소 제목으로 조현병을 다룬 영화와 문학 작품들을 정리하여 수록해 놓아 흥미롭다.

저자는 조현병이 발병할 수 있는 원인으로 여러가지 가능성을 제시해 두었다. 이 병은 한 가지 원인으로 발병하는 병이 아니며 단편적으로 '유전자, 감염원, 알코올, 화학물질, 의약품, 방사능, 영양실조, 스트레스 등등' 어느 것 하나 현대인이라면 쉽게 피해갈 수 없는 요인이라 간과하긴 힘들다. 이 책은 저주와도 같은 이 병을 생물학적인 요인부터 진단과 증상 치료방법 예후 과정 주변의 시선에 대처하는 법이나 가족들의 마음가짐까지 섬세하고 꼼꼼하게 다루고 있다.

여전히 뇌는 의학계에서도 미지의 영역에 속한다. 그럼에도 꾸준히 늘고 있는 뇌질환은 병을 앓고 있는 환자를 포함 가족들 모두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요즈음 우리 주변에 조현병 환자로 인해 피해를 입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다. 이 책은 조현병이 우리의 생각보다 걸리기 쉬운 질환이고 의외로 병을 앓고 있는 환자를 포함 고통을 받고 있는 많다는 전제아래 널리 읽혀져야 할 책이다. 더불어 조울증이나 알츠하이머 처럼 조현병도 뇌 질환에 속하며 철저한 관리를 통한 증상완화가 가능하다는 인식이 필요할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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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에서 잠시 멈춤
구희상 지음 / 이담북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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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여행이 원할하지 않아서 일까? 요즈음 부쩍 여행 관련 책들을 읽게 된다. 어차피 코로나가 아니어도 쉽게 해외로 나갈 여력은 안되지만, 개인적으로 영상이나 미디어로 보는 외국의 풍경보다는 텍스트로 접하는 여행이야기가 좋다. 글로 보는 여행기는 작가가 낯선 풍경을 보며 품었던 감성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어 선호한다. 그 곳의 냄새, 맛, 사람들, 풍경까지 구체적이면 구체적일 수록 읽는 희열이 있다. 언젠가 여건이 된다면 근사한 여행기 한 편 쓰고 싶다는 생각도 품어 본다.

이 책 [ 방콕에서 잠시 멈춤 ] 은 태국여행기이다. 태국이라하면, 동남아시아 여행 패키지로 한국인들이 주로 삼박 사일에서 일주일 정도 번갯불에 콩 궈 먹듯 다녀오는 곳으로 알고 있었는 데 책을 읽기 전 이 책의 저자는 어쩌다가 태국에 매료되서 '한달 살기'를 하게 되었는 지 궁금했다. 태국하면 태국출신의 외국인 노동자만을 떠올리고 잘 몰라서인지 작가의 태국이라는 나라와 사랑에 빠질 수 있는 있는 요소들에 눈길이 갔다. 작가는 평소 여행을 좋아하지만 개인적으로 힘든 시기 태국에 가서 제대로 된 위로와 힐링을 경험했다고 한다. 또한 기회만 닿는다면 언제든지 다시 태국으로 떠나갈 수 있음을 고백한다.

나는 후아힌에서 현재를 산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깨달았다. 그때의 일들을 세세하게 다 기억하는 건 아니지만 당시의 내가 현재를 살고 있었다는 느낌만큼은 생생하게 기억한다. 조금 과장하면 당장 내일 죽어도 여한이 없을 기분이었다.

방콕에서 잠시 멈춤 중에서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 문득 만나는 낯선 곳과의 조우, 무작정 떠난 그 곳에서 현재를 사는 느낌을 경험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는 사실 떠나 보지 않은 사람은 상상하기 힘들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그 맛을 본 사람이라면 충분히 공감이 가는 대목이다. 이 문장에서 왜 내 가슴은 뛰는 지, 너무도 오랫동안 잊고 살아온 감정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는 이런 여행의 묘미 뿐만 아니라 태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정보가 가득 들어있다. 책을 읽다보면 태국에 대한 자세가 바뀐다고 해야할까? 나 태주 시인의 시처럼 '자세히 보아야 이쁜' 태국이다. 그래서 책을 읽으면 당장 떠나고 싶은 부작용이 생긴다. 특히 그동안 제대로 경험해 보지못한 태국음식은 시선을 사로 잡는다. 언젠가 인도에서 돌아오는 길에 경유한 태국 공항에서 먹었던 음식은 낯선 향신료 냄새로만 기억됐었는 데 태국음식에 대한 자국민들의 자부심이 높다고 하니 더욱 궁금하다.

또한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무관심 속에서 읽게 된 태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대한 간략한 소개들은 유익했다. 한때는 태국에게 경제 원조도 받았던 한국인데, 먹튀의 나라가 되어버린 듯한 느낌이 들어 반성도 된다.

안타깝게도 많은 태국인이 한국 여행에서 그 환상을 깨고 돌아온다. 불친절과 차별 같은 것 때문이다. 방콕에서 나쁜 짓을 하는 소수 한국 사람들도 한몫한다.

방콕에서 잠시 멈춤 중에서

그 나라의 고유한 문화는 경제적 수준으로만 판단할 수 없다. 오래된 역사와 문화를 자랑하는 태국에 대해 우리는 너무도 모르면서 무텩대고 무시하고 있는 건 아닌지... 해외 여행 붐이 일고 한국인들에게 해외 여행은 이제 너도 나도 즐기는 추세인데 반해 경제 수준만큼 매너도 좀 갖추어야 하지 않을 까 싶다. 독특함과 고유한 문화로 가득한 나라 태국. 언젠가 기회가 닿는다면 꼭 한 번 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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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푸른 눈의 증인 - 폴 코트라이트 회고록
폴 코트라이트 지음, 최용주 옮김, 로빈 모이어 사진 / 한림출판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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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민주화 운동이 올해로 41주년이 되었다. 광주 민주화 운동은 1980년에 태어난 아이가 불혹이 넘을 나이만큼의 세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우리 현대사에 있어 씻을 수 없는 상처이자 특별한 의미로 자리잡고 있다. 몇 년 전 한국 현대사에 관련된 책을 백 여권 가까이 집중적으로 읽었던 때가 있었다. 해방 후인 1945년 부터 문민정부가 들어선 1993년도까지 근 50년의 역사를 흝어 내려오다가 유독 발이 묶였던 지점이 1980년 이었다. 시기적으로 격동의 세월이었으며 지금이라면 상상도 못할 비 인간적인 일이 매일 신문지상을 오르내리던 시대였다. 한국 현대사에서 있어 민주주의의 기틀을 세운 두 가지 역사적 사건을 들어보라면 광주 민주화 운동과 6월 항쟁을 들 수 있다. 광주 민주화 운동과 6월 항쟁은 7년이라는 시간적 거리를 두고 있지만 광주의 희생과 그들에 대한 부채감이 6월 항쟁을 있게 한 건 분명하다. 물론 그 후에도 우리의 현대사는 여러 굴곡을 거쳐가며 지금까지 흘러왔지만, 어차피 역사는 유기체와 같아서 퇴행과 발전을 반복하고 중요한 건 방향이라는 지론을 가지고 있다. 여하튼 갠적으로 70년대에 태어난 나는 광주 민주화 항쟁에 대한 분명한 기억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 언론을 철저히 통제한 군부 정권 탓도 있겠지만 ) 다만 10대 시절 막연히 느꼈던 시대적 감수성을 통한 역사의식은 추후 많은 영향을 끼쳤다. 이 책 [ 5.18 푸른 눈의 증언 ] 은 오랫만에 읽은 광주 관련 책이다. 독특한 건 그동안 읽어왔던 책들과는 다르게 이 책은 미국인의 시선에서 바라본 광주라는 점이다. 물론 독일기자 위르겐 힌츠페터가 등장한 영화 [ 택시 운전사 ]를 감동깊게 본 터라 중복되는 부분이 없지 않지만 그럼에도 40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이토록 세밀하고 분명하게 기억해낸 기록이란 점에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쓴 저자 폴 코트라이트는 20대의 나이에 미국 평화봉사단 소속으로 한국에 파견되어 나주의 나환자를 돕는 일을 했다. 사실 80년대에 한국에서 외국인을 본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럼에도 저자는 한국에 들어와 나환자 정착촌에서 봉사 일을 했다니 평범한 사람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궁금해서 당시 평화봉사단을 검색해보니 폴 코프라이트 외에도 여러 분들이 당시의 광주를 경험을 인터뷰한 기사들이 있었다, 저자는 광주 항쟁이 시작된 시기인 5월 14일 부터 5월 26일까지 12일간 간 나주와 광주를 오가며 경험한 일들을 증언한다. 처음에는 평화봉사단으로 몸을 사리던 저자가 군인들에게 짓밟히는 시민들과 처참한 주검을 보며 통역일을 돕고 외국인으로서 군부의 만행을 전세계에 증언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게 되는 계기를 보며 당시의 광주 분위기를 간접적으로나마 다시 떠올리게 했다. 이 책은 그렇게 80년대의 광주의 기억을 소환하여 보여준다. 현재를 사느라 바쁘고 일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우리에게 무엇이 중요한지를 다시 알려준다. 40년이 지난 지금 당시의 느낌을 고스란히 불러일으키는 책 [ 5.18 푸른 눈의 증언 ]은 기록의 중요성을 다시끔 느끼게 해 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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