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도선이 부었다.
목이 아픈 것도 아픈 거지만, 가장 큰 문제는 축가를 꼭 해야 한다는 점이었고.
목이 나으려고 오렌지 쥬스를 마시다가 목이 타버리는 줄 알았다.
축가를 부르는 당일에서야 병원에 갔고, 의사는 과로하지 말고, 물을 많이 마시라는 말로
그리 길지 않은 진료를 마쳐주었다.
진료를 마친 후 시간에 늦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으로 도심을 질주해 식장으로 달려가 주차를 하고 축가를 준비하기 위해 포항에서 온 후배들과 연습장소를 찾기위해 온갖 쇼를 다하던 와중에, 후배들을 먹이기 위해 산 얼마안되는 다과에 이따 내가 먹어야지 하며 벌꿀유자 따듯한 캔 하나를 안에 넣어놨는데, 미처 그 생각을 하지 못해 다른이의 목에 음료를 허용하는 뜨악한 짓을 해버렸고, 다시 사먹어야지 하는 생각도 하지 못한채 예식장 내 6군데가 넘는 곳에 피아노가 있는 공간을 빌리고자 하는 문의를 해댔다. 더 대단한 건 6군데를 돌면서 문의하며 돌다 보니, 어느새 처음에 문의한 곳에 서있는 나를 발견해버렸고. 결국 그동안 내가 알게된건, 역시 미리준비하지 않으면 언제나 몸이 고생. 이라는 아주 간단한 사실과, 항상 나는 사서고생한다는 더 명료한 사실이었다.
결국 겨우 장소는 빌릴 수 있었지만, 담당청소아주머니의 호된 호통을 들었고, 눈치보며 조심조심 연습을 하고 막 밖에 나오려는 그 순간, 사실 청소는 전혀 되어있지 않았다는 진실을 발견하며, 완전 반전돋는구나 하며 나왔다.
나의 이런 고생은 아는지 모르는지, 신랑인 친구녀석은 결혼식 내내 살찐 얼굴로 허허 웃고 있었고, 과정상 조금 뻥을 보태자면 이런 처사에 격노한 나는 축가 중간에 축가를 멈추고 뽀뽀를 시키기 위해 축가팀과 관중들을 동원하여 박수와 함께 뽀뽀하라는 말 열댓번과 빨리해라는 말 약 다섯번을 외쳐 결국 뽀뽀를 시키고 나서 빨개지는 그 얼굴을 보고서야 득의양양하게 축가를 마쳐주었다.
하지만 마음을 이렇게 쓰면 안된다는 것인지, 어느 육중한 스케일의 영상 기사가 자리에 앉으며 의자를 기울여 내 정강이를 쳐버렸고 역시 목상태는 더더욱 악화되는 사정을 거쳐 결국 이런식으로 축가는 무사히(;;;) 마쳤다.
결론적으로 축가를 부르는 동안, 그리고 토요일 내내
의사가 당부한 과로하지 말것, 물 많이 마실 것.을 모두 어기는 초유의 짓을 해버렸고
덕분에 편도선만 더더욱 고생을 하게 되었다.
역시, 예전에 과학상자니 레고니 항상 설명서대로 안만드는 덕에
항상 바보멍청이같은 모양, 지구상에는 존재할 수 없는 모양을 만들어내던 나는,
이번에도 공신력있는 매뉴얼을 무시한 채, 또다시 노쇠해가는 몸의 메커니즘에 의해 편도선이 회복되기를 기다리는, 동생의 말을 빌리면 결국 병을 키우고야 마는 뻘짓을 해낸 것이었다.
결국 덕분에 일요일에는 18시간을 자버리는 역사를 일으켰고
가을에 틀어놓은 가습기의 강약조절을 제대로 못하는 바람에
아침마다 흥건한 바닥의 물을 걸레로 북북 닦는 멍청한 짓은 기본에
자는 내내 꿈에서는 회사의 상사들에게 시달리고 시달리다 잠에서 깨어났다.
(오죽하면 오늘은 빨리 출근해야지.. 라는 생각마저 했을꼬..)
게다가 지금 목소리의 성량과 톤은 상당히 낮은 상태이고,
스스로 발언권도 삭제해 버리는 초강수로 이 몸을 버티고 있다.
그나저나, 참 나도 문제는 문제인게, 항상 문제를 안으면 놓지 않고 끙끙앓는다.
차라리 모든 문제를 앓고 끙끙앓으면 일관성이라도 있겠지만,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걸 끙끙대고, 막상 정말 중요한 문제 앞에서는 별로 그러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밥먹고 살고 잘 돌아다니는 것 보면, 우리 어머니 말씀대로 참 신기하고 신기한 일이다.
어쨌거나, 축가를 불러줘야 할 결혼식은 11월에 두개나 남아있고
주말에 못본책은 꼭 봐야겠다고 가방에 북북 쑤셔넣고 출근하긴했지만,
모지리답게 정작 중요한 목도리는 집에 놓고왔으니
아하, 이러언. 월요일부터 이리 추우면 곤란하다.
아직도 편도선의 투혼밖에는 기댈대가 없단말이지.
그래도, 잠깐 깬 사이에 겨우 볼 수 있었던 사가판 어류도감은 꽤나 괜찮았다.

(조류도감때도 느끼던 거지만, 이 작가는 참 착해보인다.
난 그 점이 참 좋다.)
자, 오늘은 따듯한 물 5컵은 먹으며 버텨보는 게 목표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