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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론 ㅣ 고전의세계 리커버
존 스튜어트 밀 지음, 김만권 옮김 / 책세상 / 2025년 3월
평점 :
존 스튜어트 밀/ 책세상 (펴냄)
읽기 어렵다는 그 책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을 만났다. 같은 출판사 책세상의 존 스튜어트 밀 선집을 벽돌 책으로 먼저 읽었다. 출간 당시 읽었으니 2020년 겨울이다. 그때 쓴 리뷰를 읽어봤다. 4년이 지난 지금 수많은 책을 읽었고 철학은 더 공들여 읽었기에 나의 관점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궁금한 마음으로 펼쳤다.
자유론은 수없이 번역되고 읽히고 사랑받았으나 그 어느 시기보다 지금 가장 시의적절한 책이다.
19세기 영국의 철학자이자 정치철학가, 사상가 존 스튜어트 밀. 1800년대에는 위대한 천재들의 활동이 눈부신 시기다. 최근에 이런 위대한 천재라 불릴 만한 인물이 있는가?! 1800년대의 도대체 어떤 조건이 이런 위대한 대가들의 탄생을 가능하게 했는가...
과학 책은 논리적인 사실을 공부하며 읽으면 된다. 그러나 철학 책은 저자의 논리 구조를 따라가야 하고, 철학소를 모르고서는 이해하기 힘들다. 단순 몰입 독서가 아닌 저자의 사고 과정 알아가기! 특히 자유론은 1859년 영국은 물론이고 유럽과 러시아까지 폭넓게 시대상을 비춰준다. 읽으면서 깨닫게 된다. 아하! 그 시대 사람들은 이런 사회 문제를 안고 있었구나!
기존 공리주의가 아닌 새로운 공리주의를 제시한 밀의 사상!
밀이 살던 시대에 지식인들은 라틴어와 그리스어를 알지 못하고서는 위대한 책을 읽거나 사상 책을 이해할 수 없었다.
스코틀랜드 출신 밀의 아버지 제임스 스튜어트 밀의 영재 교육을 통해 빠르게 성장했다. 학교에 보내지 않았고 친구랑 놀 수도 없는 밀은 어떻게 되었을까? 결국 아버지의 철학과 반대되는 길을 가게 된다. 엄격한 아버지와 달리 존 스튜어트 밀은 감성적인 사람이었다. 스승인 제레미 벤담과도 결국 다른 길을 가게 된다.
여기서 밀의 연인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24세에 만나 이후 20년이나 기다린 지고지순한 사랑 테일러! 밀의 나이 40대에 마침내 결혼했으나 결혼생활은 7년밖에 하지 못한다. 테일러의 죽음
구원자 같은 여인 테일러, 존의 결핍을 채워주는 여인의 죽음.
20년이나 기다린 우정 같은 사랑이라 쓰지만 당대 사람들의 시선은 따가웠다. 테일러가 유부녀였으니....
테일러는 밀의 저작에 수많은 도움을 주었다. 테일러에 대한 애정이 담긴 자유론 서문 눈물겹다 ㅠㅠ
자유론이 말하는 자유란?
이는 독재로부터의 혁명적인 자유가 아니다!!! 사적 소유나 법으로 보호하는 자유를 말함이 아니다. 철학에서의 자유의지도 아니다.
민주주의 단계에서의 자유, 여기서 밀의 대전제는 선거로 민주주의로 지배자를 뽑은 민주주의임을 분명히 밝힌다.
이 자유는 타인에게 해를 가하지 못하도록 막는 목적 외에 제한될 수 없음을 밝힌다.
민주주의 시대 다수의 폭정으로부터 개인의 개성과 창의성을 지켜야 한다는 자유이다.
개인의 행위 가운데 타인과 관련되는 부분, 오직 자기에게만 개인의 독립성은 당연한 권리이자 절대적이다. 주권은 개인에게 있다고 말한다.
개인의 독립성, 인간 자유의 고유한 영역 (오늘날 관점에서는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생각이 다르면 자유롭게 표현해야 한다.
기호와 추구의 자유, 결사의 자유 즉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모일 자유를 주장했다. 물론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전제에서의 자유다!
5장에서 밀은 당시 영국 상황의 어젠다를 다룬다.
공권력과 관료 중심 사회가 되면 관료 사회가 된다. 이런 사회를 말하기 위해 밀은 러시아 제국을 예로 든다. ( 결국 러시아가 곧 혁명으로 무너질 거라는 예언이 아닌가) 황제 본인도 관료 조직을 해체할 수도 대항할 힘이 없다. 관료 없이 통치할 수 없는 지경이다.
관료 조직사회의 디스토피아를 미리 예언하다시피 한 존 스튜어트 밀은 2025년 우리 한국 사회를 보면 뭐라고 말할까?! 엘리트가 법관이 되고 의사가 되어 사회를 주도하는 한국 사회, 경험과 실무로 역량이 우수한 소수로 구성된 관료조직 지배자들의 노예가 되기 되는 사회.
밀이 말한 권력에 대한 규제, 관료 사회와 대등한 외부 조직으로부터 감시와 비판을 받게 하는 것이다.
1859년에 어떻게 이런 주장을 했을까? 그의 혜안이 놀랍다. 존 스튜어트 밀 선집, 벽돌 책 후반의 《여성의 종속》부분은 더 더 놀랍다. 19세기 그가 말한 사상이 오늘날 페미니즘에 적용해도 놀랄 만큼!
책은 시민 개인의 자유와 사회적 자유를 다룬다. 밀이 지적한 자유와 권위의 투쟁, 마치 오늘날 2025년 대한민국을 예견한 듯한 문장이다.
기독교가 널리 퍼져나가게 된 이유를 짚어내는 장면, 이제 더 이상 새로운 의견을 내도 죽음으로 몰아가지 않는 시대라는 문장 눈에 띈다.
밀의 시대에도 이미 보수나 진보 양측이 서로를 위해 함께 존재해야 한다고 말한다. 4장 사회가 개인에게 행사할 수 있는 권위의 한계에 대하여 부분은 오늘날 우리 정치를 말한다. 절대 가볍게 여겨지지 말아야 할 인간의 자유에 대한 기본권을 말한다. 당대 노동법에 대해 엿볼 수 있는데 밀은 일주일에 하루라도 노동에서 벗어나 쉬어야 할 자유를 주장한다. 특정 직업군을 위한 휴일을 법적으로 하루 정하자고 주장한다. 당대 이미 상당히 진보적이고 깨어있는 밀의 사상이다.
자유론 읽기가 어렵다면 해제를 먼저 읽어봐도 좋다. 혹은 존 스튜어트 밀 개인의 삶을 먼저 찾아봐도 좋다. 모든 책의 서문과 작가의 말을 먼저 읽는 편이다. 혹자는 가장 나중에 읽는다고 하는데 정말 우수한 독자가 아니고서는 저자 의도를 파악하기 어렵다. 서문에서 작가가 하고자 하는 말은 정확히 이해하면 어려운 책이나 벽돌 책 읽기도 쉽다.
정치철학자 김만권의 해제 꼭 읽어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