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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티스×스릴러 - 앙리 마티스의 그림에서 발견한 가장 어둡고 강렬한 이야기
정해연 외 지음 / 마티스블루 / 2025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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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연ㆍ조영주ㆍ정명섭ㆍ박산호ㆍ박상민/ 마티스블루
스릴러, 추리물, 범죄소설 읽는 이유는 대체로 '살인의 동기'가 궁금해서. 도대체 사람을 죽이기까지 해야 하는 이유가 뭔지 (이유가 있다고 해서 그 죄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어떤 평론가는 일상에서 벗어난 색다른 재미를 위해서라고 쓰시는데, 소설을 재미로 읽지는 않는 내게 장르물만큼 우리 일상을 잘 보여주는 이야기도 없다고 생각한다. 《십자가의 괴이》에서 주원규 작가가 말했던가? 호기심을 가지고 비정상을 바라보는 마음 ㅠㅠ
SF는 미래를 말하고 예언해 보여주지만 스릴러, 추리물은 우리 사회의 '오늘'을 말해준다. 뉴스 속 사건 사고에서 본듯한 이야기, 인간이 어쩜 저렇게까지 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문학적 고찰이다. 추리, 공포 등의 장르물은 사회가 안정화되었을 때 더 많이 창작된다고 한다. 장르물 전성시대를 맞은 우리 사회가 지금 안정화되어있는가? (아무튼 먹고 사느라 소설 따위 읽을 시간이 없다는 그분! 소설을 펼쳐든 내게 그 와중에 소설 따위 눈에 들어오냐는 나의 지인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리뷰 핑계 삼아 써본다.)
다섯 편의 단편을 읽으며 가장 궁금했던 것은 마티스 그림에서 소설가들은 무엇을 본 걸까?!!!! 소설을 덮으며 다섯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각자 그들이 저마다 마티스 그림에서 본 것이 무엇이었는지 독자가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읽었다 ( 이런 관점은 문학평론다 박인성 선생님의 #이것은유해한장르다 에서 배웠다 )
서사 문법? 이니, 후더닛?이니, 장르적 클리셰? 이런 문법을 전혀 모르는 독자로서 최근 소설을 읽다 보면 결국 마주하게 되는 것 '앗, 고작 이런 이유로 사람을 죽였다고?' 생각이다. 납득할 수 없는 살인의 동기 때문에 당황하게 된다.
그런데 최근의 범죄 프로파일러들의 분석을 보면 범죄의 동기가 대부분 그렇다. 굳이 이런 이유로 사람을 죽이나 싶은 순간에 범죄는 일어나고 만다.
그러니까 최근의 소설은 현실을 제대로 반영했다는 뜻이 된다.
두 소년이 체스를 두는 《화가의 가족》에서 영감을 얻은 후, 작품을 써나가는 과정에서 《창가의 바이올리니스트》라는 작품을 추가했다는 박상민의 『체크메이트』
초대를 받고 섬에 온 사람들, 노신사의 죽음과 지진, 그리고 사라진 시체, 의심스러운 일행들. 이 모든 일이 '고립된 섬'에서 일어난 일이라는 점이 무척 흥미로웠다. 나름 유추하며 읽었지만 도무지 범인이나 범행 동기를 알 수 없었던 소설은 반태오의 추리를 통해 그 비밀이 밝혀진다. 읽다가 문득 내가 자주 하는 짓 ( 옆 길로 새기)인데 이전에 여섯 작가가 쓴 미제 사건 소재를 다룬 스릴러 《십자가의 괴이》를 다시 펼쳐 읽었다. #그날밤나는 에서 박상민은 딸을 잃은 아버지의 마음, 무능한 공권력에 대해 자살로 판결 난 유족들이 연대 서사를 수려한 문장으로 다루었다. 장르물 작가가 수려한 문장 때문에 기억에 남는다니 이런 반전이!! 개인적으로 이 분 문장은 다크하고 고통스러운 서사에 더 잘 어울리시는 듯, 나의 전건우 작가님처럼!!^^
사회적 관계에서 언제든지 출현할 수 있는 유해점을 상정하고 그에 대한 이해를 높여준다. 책의 1부 《미스터리라는 사회적 장르》에서 박인성 평론가가 하신 말씀 언젠가 조만간 이 책 정독하고 리뷰로 남길 예정인데...
미술 문외한이라 그림을 잘 모르지만 마티스 그림의 색감이 스릴러, 장르소설과 무척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냥의 밤》 박산호.. (크 제목 좋다 )
유명 유튜버 김기준, 결혼을 통한 신분 상승을 꿈꾸는 그러나 현실은 빚으로 인해 신체 포기 각서까지 쓰게 된 자, 인플루언서들 인간관계 전문가, 연애 전문 유튜브, 한 방으로 인생 바꿔보려는 심리, 쉽게 돈 벌려는 요즘 사람들의 씁쓸한 인생관이 잘 반영된 작품이었다. 최근에서야 이 분이 여성 작가라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내게 이 사실 소설의 반전보다 더 충격이었다.
정명섭 《좀비 여인의 초상》, 개인적으로 수많은 귀신?의 유형, 공포의 대상 중에 나는 좀비를 가장 싫어 아니 무서워한다. 생각도 하기 싫은데 좀비물 다 피해 가는 편인데 이 소설에서 정면으로 마주하게 됨 ㅋㅋㅋ 작가는 좀비를 정말 사랑하신다고 한다ㅎㅎ
핵미사일로 인해 폐허가 된 서울, 죽어서 좀비가 된 사람들 이 소설은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2029년 4월 4일 혹은 그 이후에도 제발 아무 일 없기를!!
죽는 게 무서우면서 어떻게 그 많은 사람들을 죽이는 결정을 한 거야? 죽더라도 신념을 안고 죽어 봐. 그러면 고통을 느끼지 못할 테니까 P173
소설에서 종종 작가 자신을 투영한 인물을 무자하게 되는 《유서》 조영주.
#스포모어증후군 글이 안 써지는 고통, 차라리 죽는 게 낫다는 작가의 말에 읽는 독자도 공감하게 된다. 꿈에 그리던 사람과 연인이 된 해환,
열일곱 살 나이에 반신 불 수가 된 김인우 그가 쥐여준 하얀 종이 인형, 저주인가 우연인가!! 결국 유서를 쓸 수밖에 없었던 주인공의 이야기.
부속물이라도 좋으니 어떻게든 쓰고 싶네요. 쓸 수만 있다면 검은 인간, 아니 악마에게라도 영혼을 팔고 싶군요 P77
고등학교 1학년 고작 만 16세에 엄마를 살해하고 엄마의 시체를 숨겨온 김윤철, 소설 앞부분은 우리 사회에서 실제 있던 사건 전교 1등 아들의 모친 살해 사건이 떠올랐다. ( 얼마 전 만기 형을 채우고 출소한 상태 )
그림이 죽이라고 했다니 무슨 일? 그림에 담긴 비밀은....?
입시제도와 성적 중심주의! 우리 사회 가장 깊은 어둠, 교육 정책에 대해 정말 대안은 없을까를 생각해 보게 한다. 20세기 최고의 화가, 앙리 마티스 그는 상상이나 했을까? 자신의 작품이 스릴러의 소재가 되어 다시 재탄생하리란걸. 지난 2주간 공부하듯 읽은 마티스 × 스릴러 리뷰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