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언어로 지은 집 - 감정이 선명해지고 생각이 깊어지는 표현력의 세계
허서진(진아) 지음 / 그래도봄 / 202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허서진 (지음)/ 그래도봄(펴냄)










시의 언어로 지은 집은 어떤 집일까? 그런 집이 있다면 노크를 하지 않고 문을 살짝 조금만 민채로 들여다보고 싶다. 실제로 그렇게 읽은 책이다. 시 리뷰가 가장 어렵다고 끙끙 않던 게 엊그제 같은데 또 그새 시가 좋아진다. 소설가, 비평가, 평론가, 번역자.... 글을 쓰는 사람은 여럿이지만 그중 시인이 가장 위대해 보인다. 마음속으로 피라미드를 그려보면 아래에 누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구 최상위 꼭대기 층에 시인이 살 것 같은 느낌. 그렇게 시를 사랑한다. 시인을 사랑하고.....



국문학을 전공하신 국어 교사이신 저자가 소개하는 시, 그리고 감칠맛 나게 곁들인 해설 덕분에 나의 겨울 오후는 순간 봄볕이 내리쬐는 착각을 할 수 있었다.



저자가 소개한 시인 중에 내가 만나본 분이 두 분.

우리 지역에 시인, 특히 내가 좋아하는 시인이 왔다는 소식이 들리면 좀 무리하더라도 달려가는 편!! 시와 동시의 경계를 오가며 문장을 어루만질 줄 아는 분을 좋아한 는데 딱 그런 시인이 이 책에 소개되어 있었다. 코로나 이전 나의 선배들과 대구에 오신 시인님을 만나러 갔다. 얼굴 드러내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꼭 필요한 강의만 하시는 그분은 우리들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주셨다. 인근 카페에 가서 시인과 마주 앉아 얘기 나누고 사진도 찍고 ( 물론 휴대폰 갤러리 비밀 폴더에 소장 중이다. 어느 어느 시인을 만났다고 자랑해도 되고 굳이 비밀로 할 게 없지만, 나의 시인님께 너무 폐를 끼치는 듯하여).... 그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아쉬운 마음으로 동대구역까지 모셔다드렸던 추억!!



그런 게 시 아닐까....

소설은 자신을 온전히 드러내기 위해 최소 몇 페이지를 할애해야 하지만, 시는 단 한 줄로도 온전히 자신을 드러낼 수 있다.... 소설은 문장 위에서 감동을 느끼지만, 시는 반대로 행간에 보이지 않는 여백을 통해서도 감동을 받는다. (이런 얘기도 술 한잔하면서 나의 선배들이 내게 해주신 말씀)






"네가 나의 슬픔이라

기쁘다, 나는"

이 문장을 만나는 순간 마음속으로 펑펑 울었다...... (겉으로 울지는 못하는 병 중이라...'아! 좀 눈물 좀 흘러라' 마음속으로만 말을... 자꾸 참으니 습관이 되어서 정작 남들 다 울 때 혼자 못 우는 ㅠㅠ)




교육의 최전선에 계신 국어교사이자 엄마인 저자님!!의 서른여섯 편의 시추선, 시 소개 글이 어쩜 이리 다정할까?!!! 덮으며 단 한 단어 "다정"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첨단과학의 시대, 대우주 시대 그 삭막함에 몸서리치는 우리 현대인들에게 시라는 존재는 얼마나 다정한가....




나의 다정한 존재들을 떠올려본다..... 시가 있어 참 감사한 하루다.




건강하신지, 아침마다 동네 한바퀴 여전히 산책하시는지, 나의 시인님의 너무 보고싶다....




덧. 인친님의 다정한 존재는 누구인가요...?

저는 세일러문!!!!!!! 달의 요정....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기억 속의 유괴 붉은 박물관 시리즈 2
오야마 세이이치로 지음, 한수진 옮김 / 리드비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야마 세이이치로 (지음)/ 리드비(펴냄)








전작 《붉은 박물관》도 그렇지만, 뭔가 사건이 해결된 후에도 여운이 많이 남는 작가다.... 추리소설만큼 기승전결이 확실한 장르가 또 있을까? 범인 검거 직전이 클라이맥스라면 범인이 밝혀진 후 뭔가 긴장감이 확 풀리는 느낌인데 이번 작품 여섯 편의 단편들은 범인이 밝혀진 후에 더 여운이 컸다. 읽어보신 분은 내 마음을 아실 듯.....



또 하나 더! 단편소설 모음을 읽으면 비중 있고 없고 확실한데 이 작가님 작품집은 늘 골고루 엄선된 느낌. 그중 먼저 읽은 것은 표제작인 《기억 속의 유괴》와 《황혼의 옥상에서》였다. 단편집을 만나면 절대로 순서대로 읽지 않는다 ㅋㅋ


제목을 보고 흥미 있는 것부터 읽고 아! 이 제목은 이걸로 바꿨으면 어떨까 생각도 해보는 편! 황혼의 옥상에서는 '황혼'이라는 단어가 내겐 와닿지 않아서 만약, 《동아리 로맨스》나 《학교 옥상 살인사건》 이런 걸로 했다면 어떨까 혼자 상상해 봄



의사인 아버지, 내과의였던 숙부, 자상한 어머니 아름다운 유년 시절의 나오토에겐 충격적인 경험이 있었다. 그것 바로 유괴사건!!!!

1988년 8월 14일 친어머니에 의해 유괴되었다가 무슨 일인지 유괴범은 양부모에게 몸값 받는 것을 포기하고 도망. 심지어 아이를 차에 감금한 채 놔두고 가버린 사건, 이후 장기 미제 사건으로 남아있었는데....


친어머니에 의한 유괴라는 사실보다 자신의 부모님이 양부모라는 사실이 더 충격이었다는 나오토. 내가 나오토였어도 그럴 것 같다. 그런데 이 소설 역시 생각도 못 한 반전이 있었다. 반전이 먹히려면 상당한 논리적 근거가 필요한데, 음.....


평소 유괴사건에 나는 큰 관심이 없었는데 이 소설을 읽으며 공소시효는 왜 존재하는 걸까 의문이 생겼다암튼 책 읽다가 옆길로 새는 데는 1등!!!!



물론 만 13세 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나 정신적인 장애가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의 경우 공소시효를 적용하지 않긴 하지만, 과거에 비해 첨단과학기술에 발전한 요즘 어지간한 범죄는 밝혀낼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흉악범죄 같은 강력 범죄에 대해서 공소시효가 폐지되어 마땅하다는 생각이다. 또 내가 늘 하는 생각이지만 도대체 만 13세와 만 13세가 몇 달 지난 여자아이는 뭐가 다른가 싶은 생각도 들고. 우리의 법률, 처벌에 관한 법률이 피해자를 위한 법인지 범인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한 법인지 의문이 드는 순간이 종종 있다.



공소시효 하니까 매력적인 김혜수 배우님의 드라마 시그널이 떠오르기도 하고.... 시즌 2 나온다는데....



범인은 생각보다 훨씬 가까이 있었다.





덧, 책 스타 그램 4년 차.... (독서 경력도 4년? 정도인데)

무서운 거 1도 못 보던 내가 이젠 밤에도 추리물 척척? 읽는 사람이 되었어....

밤에 공포물 읽다 문득 고개 들었을 때 사실 거울에 비친 긴 머리칼의 내 얼굴이 더 무섭.......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곽곽선생뎐 싱긋나이트노블
곽경훈 지음 / 싱긋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곽경훈 지음/ 싱긋 (펴냄)







책날개를 펼치자마자 아하! 그 선생님!!! 응급의학과 곽경훈 선생님이시구나라는 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우리 지역 출신 작가, 각종 강의와 영상으로 독자와 소통하시는 분!! 《날마다, 응급실》 《응급의학과 곽경훈입니다》 《반항하는 의사들》 도 읽었다. 그 외에도 출간하신 작품이 있지만 내가 읽은 것은 그중 무려 세 권!!!! 저자의 에세이 논픽션만 접하다가 이번에 소설을 만나니 뭐랄까!!



정말 색다른 느낌이었다. 게다가 표지도 까슬까슬 고급스러운 촉감이 멋진 책!!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반도라는 공간은 우리나라를 그대로 반영한다. 가상의 나라 쥬~~!! 이름이 쥬라고 하니 뭔가 소프트한 느낌인데 사실 이 나라는 온갖 부정부패가 만연한 나라다. 백성들은 왕정과 백색당을 견디다 못해 고향도 집도 버리고 산으로 들어가는데... 이 모습 마치 소설 《장길산》의 한 장면 같았다.



영상미 넘치는 하나의 활극이 될 것 같은 소설!!!







흑색당 평현 곽 씨 출신의 암행 총관 곽곽선생! 그의 힘이 커질수록 왕의 힘도 사대적으로 커졌다. 그의 태생은 이미 정해져있었지만 그는 운명과 타협하지 않았다. 마치 장길산 보는 듯!! 부정부패로 점철된 국민이야 어떻든 자기네 밥그릇 챙기기 바쁜 오늘날의 더러운 정치 여와 야, 그 민낯을 보는 듯했다. 목적이 있는 자는 죽음도, 피바람도 불사한다는 옛 문장!! 소설에서 매력적인 여성 영웅이 하나쯤 있었으면 어떻까 생각도 해본다.



가상의 세계가 더 우리 현실 같은 모습으로 다가왔다. 작가님의 에세이만 읽다가 소설을 처음 만났는데, 다음에 쓰실 작품도 기대된다. 이런 의사선생님이라니 정말 멋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자살카페 싱긋나이트노블
구광렬 지음 / 싱긋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구광렬 소설/ 싱긋(펴냄)







최근에 고독사, 자살은 우리 사회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학교 폭력 피해자가 그 안타까운 어린 삶을 마쳤으며 불과 며칠 전에는 대배우 한 사람을 잃었다. 무엇이 그들을 .... 죽음에 대해서는 정말 말하기 어렵다.... 참 어려운 소재이지만 또한 다루기 힘든 소재일수록 더욱 수면 위로 떠올려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도 든다.






멕시코 문예지로 등단하고 중남미 활동 작가이신 저자의 소설이라 그런지 참 독특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차라리는 마땅치 않지만 그래도 덜 나쁜 쪽을 택할 때 쓰는 말이다. p9



첫 문장에 언급된 '차라리'나 '어차피'

둘 다 부정적인 의미가 단어다. 입으로 자꾸 발음해 보면 오히려 이 단어들도 다정하게 느껴진다..... 어떤 선택을 할 때 최후의 선택이 자살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인데, 여기 소설에서 자살을 결심하고 실행에 옮기려는 사람과 그것을 막으려는 사람 그리고 사건을 수사하는 인물이 있다. 자살은 늘 개인적인 사건으로 끝나곤 했다. 그러나 소설은 자살이 결코 개인의 문제가 아님을 말해준다.



혜경은 죽을 때도 야하게 죽고 싶었다. 터진 미니스커트에 핑크 하드 컬칩 레이스가 드리워진 블라우스 첫 단추가 풀린 채 관 속으로 들어가기 전 면도도 해주었으면 했고, 하트 문신이 선명하게 드러나도록 허벅지 털도 깎아주었으면 했다. 처음 만난 그날처럼 바람 불고 비 내리고 화장도 안 했는데 곱게 들어갔다는 소리를 듣고 싶었다. p72

자살 거꾸로 하면 '살자'야!



작가는 이 소설을 쓰면서 얼마나 치열하게 고민을 했을까? 죽음을 다루면서 무겁지 않게 그렇다고 가볍지 않게 서술된 문장력이 놀라웠다. 소설에는 인생 자체가 끝이라는 사람들. 그토록 죽기를 계획했던 그들이 절실히 원했던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삶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유정천 가족 1 유정천 가족 1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권일영 옮김 / 작가정신 / 202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모리미 도미히코 장편소설/ 작가정신(펴냄)








너구리를 떠올리면? 귀엽기도 하지만 좀 의뭉스러운 존재^^ 한국인이 사랑하는 '라면'의 이름이 떠오르기도 한다.


너구리가 둔갑술을 부리는 설화는 우리나라에도 존재한다. 반면 일본의 변신 너구리 설화는 좀 더 귀여운 느낌이랄까...


모리미 도미히코의 2007년 작품. 내겐 2022 여름 출간된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의 작가로 기억되는 작가님!!

우리 몸속엔 주체할 수 없는 바보의 피가 흐릅니다!!!!




1권은 사랑과 가족의 키워드로서 겐토샤 《파피루스》에 2005년부터 2007년까지 기고한 작품을 모았다. 이 시리즈는 총 3권까지 출간 예정이라고 한다. 이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자유자재로 둔갑하는 너구리, 천둥이 치면 깜짝 놀라 마법이 풀리기도 하는 모습 너무 사랑스럽다.




자유자재로 둔갑한다고 해서 아무것으로나 막 둔갑해서는 안 된다. 이들의 세계에도 윤리가 있다.




여대생으로 변한 너구리의 가슴을 만지며


인간 행세를 하는 너구리라니!! 참 희화적이다.





유정천의 의미는?

불교 용어로 구천 가운데 맨 위에 있는 하늘이라는 뜻. 즉 형체가 있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이라고 한다. 기뻐서 어쩔 줄 모르는 상태의 의미도 있다고 하는데 이렇게 기뻐하는 순간을 나는 언제 겪어봤던가? 꽤 오래전 일인 것 같다.






일본의 요괴로 알려진 덴구라는 존재로 흥미롭다.

인간은 도시에 살고, 너구리는 땅바닥을 기고, 덴구는 하늘을 날아다닌다.





각자의 영역이 있다. 소이치로의 피를 이어받는 각기 다른 재능을 가진 너구리 4형제 이야기. 소설을 읽으며 일본 애니메이션이 떠오르기도 하고, 무엇보다 소중한 것은 가족 사랑, 형제애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이 작품은 그간 작가가 가장 쓰고 싶은 작품이었다고 한다. 기발한 상상력, 독창적인 세계관이 눈에 눈이 번쩍!! 아하 이런 소설도 쓸 수 있다니 참고해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주인공이 너구리라는 점 넘 매력적!!!!!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