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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클라베 (영화 특별판) - 신의 선택을 받은 자
로버트 해리스 지음, 조영학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2월
평점 :

로버트 해리스 장편소설/ RHK(펴냄)
이미 영화로 먼저 만나신 분들도 많을 것이다. 나는 아직 소설보다 더 좋았던 영화를 본 적이 없는 편, 소설과 영화 중에 꼭 하나만 택하라면 항상 소설이 좋았다. 소설은 교황의 선종으로 시작된다. 낯설었던 것은 사망 후 애도나 슬퍼하는 사람보다는 추후 일을 어떻게 진행할지 수없이 머리를 굴리는 모습들, 놀라웠다.
로마 가톨릭의 가장 비밀스러운 모임과 그 선출 방식인 콘클라베. 이 과정을 통해 다양한 인간 군상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소설가에게는 용기가 필요한 작품이었을 것 같다. 특정 종교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작품이다. 가톨릭 신도분이 읽는다면 어떤 느낌일까 궁금하다. 저자는 종교를 마구 폄하하려는 의도보다는 세속적인 모든 것을 초월하고 그 어떤 종교든지 종교 본연의 모습을 갖기를 바라는 마음이 아닐까 싶다.
기존 정통을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 VS 혁신을 원하는 사람들의 구도라면 차라리 낫겠는데 여기서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교황 선출을 도구로 이용하는 사람들이 더 많이 보여 씁쓸하다.
역사는 늘 갈등과 대립으로 쓰여왔다. 굳이 종교집단에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다.
심지어 가톨릭에 대한 지식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베네딕토 16세→프란치스코 교황으로 이어지는 현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현재 폐렴으로 입원해 계신다는데 교황 서거 이후 어떻게 되는 건지 궁금하다.
소설 초반에 갑작스러운 교황의 선종 소식에 우왕좌왕하는 사람들의 모습, 마치 현실을 암시하는 듯한 묘사다. 이후 이미 sns를 통해 퍼져나갔을지도 모르는 교황의 선종 소식을 공식 발표하기까지 마치 블랙코미디를 보는 듯하다.
새 교황 선출을 위해 추기경들이 속속들이 모여든다. 저 멀리 동양 주교단, 극동 지역의 추기경 명단에는 우리나라도 언급된다. ( '서울'이라는 두 글자 선명 ) 난 왜 이런 게 늘 눈에 쏙!!!!!
교황의 선종하신 날, 마지막으로 만난 사람
교황은 총체적 비리 때문에 그를 파면하는데
앗! 바로
그가 교황으로 선출된다는 소문??
로버트 해리스 책의 저자님은 영화화 전문 작가인가 보다. 그의 소설 《애니그마》 《아크엔젤》도 영화화되었다.
난, 로마 가톨릭에 대해 지식이 부족해서 이 소설을 읽으며 궁금한 점이 많았다 ㅎㅎ
추기경들이 대화가 워낙 인간적?이라서 실제로는 어떻게들 대화를 하시는지 궁금하다.
콘클라베라는 제도 곳곳에 저자의 비판적인 견해가 블랙코미디 형태로 서술된다. 가톨릭이신 분은 많이 불편하실 수 있겠다 ㅠㅠ 단지 종교에 대한 비판이라기 보다 우리 사회 제도, 권위 전반에 대한 의견이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내 종교를 희화화시킨다면 기분이 나쁠 것 같긴 하다.
오늘 밤이야말로 콘클라베의 진짜 사업(저자는 사업이라고 표현함)이 벌어진다. 추기경 선거인단에 '어떤 형태의 협상이나 협의, 약속이나 위임을 금하고 어길 경우 파문의 죄로 묻는다'라고 교황령으로 정하고는 있으나 콘클라베는 이미 선거가 된 지 오래다. 선거는 숫자 싸움이다. 누가 79표를 가져갈 것인가? P178 (실제로 묘사되는 선거의 장면은 우리 정치판을 연상시킬 만큼 ㅠㅠ)
벨리니, 테데스코, 아데예미, 트람블레이, 베니테스 그리고 로멜리 이들 중 과연 누가 차세대 교황이 될 것인가?!! 투표는 무려 7차까지 가도 끝나지 않고, 유럽 곳곳에서 자살 폭탄 테러까지 일어난다. 그들은 폭탄과 함께 생을 마칠 때, 어린아이 포함한 민간인 다수의 목숨을 앗아가는 대신 "신은 거룩하다"라고 신의 이름을 판다. 제발 신을 욕되게 하지말길ㅠㅠ
성직자이자 인간으로서 로멜리의 고민이 너무 리얼하게 다가왔다. 불쌍한 여인 샤누미와 아데예미의 관계. 이런 자가 과연 성직자 자질이 있는 건가 싶은데 대의?를 위해서 어지간한 일은 묻어버린다.
방을 나서기 전 제의를 입다가 문득 거울에 모습을 비워보았다. 사람들 앞에 나서는 모습과 자신이 알고 있는 모습이 이렇게나 딴판이라니 P193
하... 정말 마지막 발표 직전에 충격 반전!!! 반전이 너무 짧고 놀라워서 앗! 하다가 끝나버렸다. 이 일을 어쩌나 ㅠㅠ
소설은 끝났으나 할 말이 너무 많다. 어쩌면 지금부터 진짜 리뷰가 시작될지도...
종교 있으신 분들이 읽으시면 불편하실 것 같다. 소설은 소설....
영화에서는 어떻게 묘사되는지 궁금하다.
종교를 떠나 그 모든 시대에 그 모든 기준이 된 백인 남성들, 예수님도 백인의 파란 눈을 가지셨다.
최근 챗 GPT가 그려낸 예수님 모습은 기존 백인 예수님과 전혀 달랐다....
주님은 다 보고 계시겠지...
덧 1. 책 중반부에 추기경 방 내부 둘러보는 장면의 복선, 미리 암시가 있었던 것은 책을 덮은 후 알게 된다. 껄껄 걸
성경 구절과 찬송가가 많이 언급된다. 가사에 '우리에게서 원수를 몰아내시고', (여기서 원수는 누구인가요:)
주교를 선정하는 일은 말할 것도 없고, 여자가 어떻게 주교를 가르치죠?
심지어 성체 성사를 주관할 자격도 없잖습니까? 추기경단은 그 역시 편법 서품으로 여길 겁니다 P 110
가톨릭에 대해 전혀 모르는 나로서는 이번에 역대 교황 목록 찾아봤다. 소설에서 가정하듯이 흑인 교황이나 동양인 교황이 선출되는 시대가 올지 궁금하다. 즉위 퇴위 날짜 재위 기간 찾아봤는데 정말 어마어마하다. 총 266명!! 아하! 프란치스코 현재 교황이 2013년부터 재임하셨구나.....
이 과정에서 알게 된 것, 무려 90세에 선출되신 교황도 있었다. 무려 34년간 재직하신 분도 있었다.
교육과 빈민 구제 복음 전파 등 중요한 거의 모든 일을 사시는 수녀님들.. 소설에도 언급되는데, 한 번쯤 해보는 의문!!
왜 여성은 신부나 교황이 될 수 없는가... 예수의 12사도들이 남성이었기에 사도직을 계승하는 분들도 예수님과 같은 성별이어야 한다고 교리에 명확히 설정되어 있다고 한다. 예수님 부활의 증인은 여성이었고 여러 여성 제자들이 있다. 소외된 자들을 씻기고 먹이고 재우고 보살피고 복음을 전한 것은 여성들이었다. ) 성경 구절을 해석할 때 문자 그대로 해석하지 않고 그 의미를 생각하면서 왜 여성에 관한 부분은 문자 그대로 해석하는 걸까, 이런 것은 단순한 의문입니다ㅎㅎ 이 모두가 인간에 의한 기록이기에...
덧 2. 먹고살기 위해 성별을 속이는 극빈자 가정의 아이.
남자로 살 수밖에 없었다.
가난이 죄가 되는가! 물론 사람들을 속이는 것은 죄, 그러나 주님은 다 용서하실 듯
덧 3. 감히 덧붙이면 살만 루슈디 선생님 #악마의시 작품과 비교 언급하신 분도 있던데 어느 정도 결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 이 소설은 많이 읽히기 위해 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