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1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57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김희숙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4월
평점 :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1권』을 읽었습니다!!
도스토옙스키 (지음)/ 문학동네 (펴냄)
이 사랑을 어쩔래? 경기도로 가는 기차 안에서 내내 도스토옙스키를 생각한다.
어쩌면 사랑이 아니라 중독인 걸까?
죽은 자를 사랑하는 것은 쉽다. 살아있는 것을 사랑하는 것에 비하면!!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밀당할 필요가 없다. 직업 학력 재산 등등 세상이 정한 기준과 타협? 할 필요도 없고, 누군가의 질투를 두려워할 이유도 없다. 그저 사랑하면 되는 것이다!!
당대에 이미 유명했던 백작 톨스토이를 넘어섰고 (톨스토이 팬분들 죄송합니다!! ). 도스토옙스키 사후 배출된 수많은 후배 문인들을 슬쩍 늘러주시는 가독성 좋은 소재들, 아침 드라마 같은 막장 소재에 마치 살아있는 인물 같은 캐릭터들 그리고 주제의식!!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도 읽어보면 은근 선정적인 내용이 많은데 이런 흥미 위주의 소재는 물론 지금의 작가들오 충분히 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도스토옙스키 아니면 도저히 구현해 낼 수 없는 심오한 인물 캐릭터 그리고 각 작품에 담긴 주제의식!!
지난여름 병실에서 아플 때 우연히 집어 든 악령!! 하! 악령의 저주인가?! 〈악령 1, 2, 3〉
+ 〈죄와 벌 1, 2〉 그리고 이 책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1ㅡ2ㅡ3〉을 동시에 병렬 중이다. 여기서 병렬 독서가 우수 독자님들이 하시듯 그런 치열한 의미라기보다 ( 이 책 읽다가 심심하면 또 저 책 읽고 이렇게 왔다 갔다 내키는 대로 읽는 나만의 방식 )의 독서인데 결론적으로 도스토옙스키가 말하는 주제는 한 가지로 모아진다. 이성 vs 감성이 사투를 벌이는 영미문학이 결코 가지지 못한 영성 ( 영미소설 팬분들 죄송 ㅠㅠ 도스토옙스키만의 쓸 수 있는 영역이다. 톨스토이와 비교하는데 이 비교는 내겐 너무 기분 나쁘다. 감히 톨스토이가 경험하지 못한 세계를 살다 온 비주류 작가가 아닌가? 태어날 때부터 작위를 가지고 어마어마한 영지를 소유한 귀족, 취미로 글 쓰는 사람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래서 내겐 도스토옙스키다!
러시아 문학에 대한 나의 이미지는 어떤가?! 서양이나 일본에서 문학을 연구하고 공부해 온 연구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러시아 문학은 덜 소개된 편! 물론 공산주의 소련의 문학이라 국내에 사 배제된 이유도 있었을 것이다.
기존 영미문학으로 점철된 문학사에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라도 러시아 문학 혹은 제3세계라 불리는 남미나 아시아의 문학들이 많이 주목받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 제3세계라는 단어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는 이유는 단지 호칭이 아닌, 1세계와 2세계를 주류로 보는 일부 시각 때문이다 ㅎㅎ)
귀족들의 파티, 연회장이 떠오르는 영미문학 혹은 프랑스의 소설들에 비해 러시아 문학이 다루는 영역은 상당히 넓다. 특히 도스토옙스키가 다루는 인물은 찌질이, 지하생활자, 사회 부적응자들.....
어떤 분들은 지하에 숨어서 혼잣말하는 미친놈 이야기라고 하기도 했지만. 그게 우리 모습 아닌가요? ㅎㅎ.... 누구나 가진 찌질한 모습, 내면의 추함, 고통, 상실, 고민들을 마주하게 하는 그런 도스토옙스키다. 그래서 도스토옙스키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1권 리뷰에서 세 명의 아들들 드미트리, 이반, 알료샤 이야기는 나 말고도 많은 분들이 하셨을 것 같다.
독자들에게 이런 퀴즈를 내 보았다.
열정 가득한 그러나 호색한, 한 방 인생을 사는 드미트리 vs 똑똑하고 세련된 이반 vs 선한 이미지 잘생기고 어린 알료샤.....
세상에 남자가 셋뿐이라면?? 누구와 연인 혹은 친구 하겠는가? 물론 셋 다 싫지만 그중 굳이 한 명이라면 가장 인간적인 드미트리가 아닐까?
약혼녀의 지참금을 새로운 여자와 노는 데에 홀라당 다 까먹어버린 드미트리지만, 그의 인간적인 면모+ 훗날 자신의 죄를 깊이 고민하고 반성하는 모습에 1표를 주고 싶다.
1권에서 나는 아무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존재감 없는 인물 스메르쟈코프!!에게 상당히 몰입해서 읽었다.
이 인물은 뭐 어찌할 수 없는 무감각, 타인의 고통에 전혀 공감하지 못하는 인물 게다가 세상을 저주하고 원망하며 모든 것을 남의 탓한다. 세상이 싫기 때문에 자기 자신도 싫고 자신이 싫기 때문에 세상이 다 싫은 존재. 게다가 왜 이렇게 여성을 벌레보듯 하는 거지? 이런 인물에게 몰입하는 것 자체가 모순일까? 세상이 모두 비난하는 인물, 욕 얻어먹는 인물에게 오히려 연민의 느껴지는데 이 감정은 대체 무엇인가?
착하디착한 알료샤마저도 스메르쟈코프에게는 인색하다. 도스토옙스키는 도대체 왜 스메르쟈코프에게 이렇게 가혹한지? 인공지능 AI 시대 도스토옙스키 작가님을 소환할 수 있다면 꼭 물어보고 싶다. 그의 인물들은 단지 소설 속 캐릭터가 아닌 살아있는 하나의 인격인데 왜 스메르쟈코프 이 불쌍한 인간에게는 이다지도 가혹한 운명을 주었나요? .....
책을 읽다 보면 나와 생각이 다른 분들을 많이 만난다. 러시아 문학은 정말 재미없고 이름도 길고, 아예 쳐다보기도 싫다고 하는 분들!
막장 드라마 같다는 이야기, 미친놈 혼잣말하는 것 같다는 이야기 등 작품에 대한 혹평이 모두 나를 향하는 듯한 착각이 들 만큼 사랑한다. 이런 글을 만나면 심장이 저릿저릿 아프다.
그런데 그 어떤 글보다 더 아픈 것은 도덕이라는 잣대로 마구 평가하는 사람들, 연구자들 중에도 도덕의 기준으로 이 인물은 어쩌고 저 인물은 죽어마땅하고 어쩌고 하는데 그런 말씀을 하시는 분들은 도대체 얼마나 도덕적인 삶을 사시는지 궁금하다 ㅎㅎㅎ
사람들 중에는 '도덕'의 기준으로 상대를 평가하고 욕함으로써 '자신'을 세우는 사람들이 있다. 가장 조심해야 할 기준이 '도덕'아닐까....
당대 정신질환에 대한 연구가 전무후무했을 당시 이미 조현병이나 간질, 소시오패스 등의 심리 상태를 관통하고 있었던 대작가!!
그와 동시대를 살았던 분들은 잡지에서 연재물로 죄와 벌을 읽었다는데, 무려 200년이 지난 지금 대작가의 반열에 오른 도스토옙스키를 만나 이렇게 깊이 사랑하게 된 것 정말 행운이다. 이번 생에는 도스토옙스키 한 분만 알고 가도 충분할 듯!!!
공유하고 싶은 문장은 너무 많다... 할 말이 많지만 여기서 끊어야 하지 않을까? 책 리뷰가 아닌 도스토옙스키에게 쓰는 연애편지 같은 글...
뒤숭숭한 요즘이다. 책이 손에 잡히지 않는 것은 처음이다. 그래도 내겐 도스토옙스키가 있어 다행이다.
하! 우주쓰레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