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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년 집사 백 년 고양이 ㅣ 래빗홀 YA
추정경 지음 / 래빗홀 / 2024년 11월
평점 :
추정경 장편소설/ 래빗홀 (펴냄)
고양이가 주는 신비로움, 소설에서 길연주의 입으로도 전해지지만 길들여지되 전혀 길들여지지 않는! 오로지 인간을 집사로만 여기는 특이한 존재다. 고양이의 눈을 들여다보면 아무것도 모르는 듯 혹은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듯한 신비로운 눈이다.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 작가 추정경 작가의 신작! 신비롭고 오묘한 느낌의 표지부터 매력적!!
주인공 길연주는 어릴 때부터 남달랐다.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그런 그녀가 의대를 지원하지 않고 수의사의 길을 선택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까?
어느 날 그녀를 찾아온 대학 동기이자 훈남 서준 그리고 그의 배다른 동생 테오!! 이렇게 세 사람의 인연으로 소설은 시작된다.
소설의 또 한 축은 천년 집사 계정을 가진 고덕의 이야기로 서술된다. 그의 곁에는 고양이 분홍이가 있는데...
캣맘으로 고양이들을 돌보던 엄마의 죽음, 처참한 그 죽음에는 새끼 고양이가 함께 했다. 고양이 째째의 입에 호흡을 넣어준 이후 고양이의 능력을 갖게 된 고덕. 인간과 고양이의 시점이 서로 다른 듯 비슷한 듯 매력적이다. 지능적인 앙큼한 분홍이와 무뚝뚝한 고덕의 티격태격, 둘이 짜고 만드는 영상도 재밌었다 ㅎㅎ인간보다 더 인간을 잘 아는 분홍이!! 오히려 어리석은 것은 인간들이었다.
고양이의 목숨은 9개라는 전설이 떠오르는 순간이다. 과연 천 년 집사가 나타날까? 고양이 세계의 전설, 동물과 인간 세계를 두루 구할 수 있는 존재!!
작가가 고대 이집트의 라신에 대해 언급한 부분이 있는데 정말 흥미롭다. 예전에 이집트 신화를 모티브로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이 책을 읽고 난 후 폴더를 다시 열어보았다. 오래전 글이라 무척 빛바랜 느낌 드디어 완성해야겠다는 결심을 해본다 ^^
아홉 개의 목숨마다 태양신의 능력이 깃들어, 이 지구상에서 가장 오묘하고 독창적인 동물인 고양이로 이어졌다는 게 전설로 남았다 p79
그래. 죽을힘을 다해 다시 자기 가족에게 돌아가고 싶었던 거지. 똑같은 모습으로, 자기 남은 목숨을 다 버려서라도, 사랑이란 게 버려지는 껌 종이처럼 한때 소중한 것을 감싸는 마음인데도 말이야. p95
완벽한 개체를 얻기 위한 수없이 희생당하는 죄 없는 죽음은 오늘날 실험실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동물 실험을 하는 의사 후보생들은 동물과의 그 어떤 교감도 갖지 못하도록 철칙을 지켜야 한다. 동물 학대와 유기....
소리를 내지 못하는 실험실 토끼의 영상을 본 적이 있다. 하 ㅠㅠ 이럴 때는 내가 사람이라는 것이 싫다......
고양이뿐 아니라 그 모든 동물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다. 착취당하고 억압받는 동물들. 길고양이뿐이겠는가 ㅠㅠ 부유한 집 동물은 인간보다 더 좋은 대우를 받고 어떤 동물은 고기가 되기 위해 태어난다. 모순이다. 그러는 너는 고기 안 먹냐는 질문에 할 말 없다. 나도 고기를 먹는다. 그러나 가끔 떠올린다. 고기로 태어나기 이전 푸른 지구에 함께 와 인간과 어울려 살던 닭, 돼지, 소 본연의 모습을..
책의 지문에서 작가의 철학이 돋보였다. 생명의 존엄함, 그것은 인간 vs 비인간을 넘어 지구적인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