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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을 철학하다 ㅣ 가슴으로 읽는 철학 1
사미르 초프라 지음, 조민호 옮김 / 안타레스 / 2024년 10월
평점 :
사미르 초프라 (지음)/ 안타레스 (펴냄)
빨간 표지의 철학 책이라니!!! 빨강을 좋아하지만 '불안'이라는 단어와 빨강의 조합이 주는 강렬한 매력!!
유클리드의 세상, 모든 것을 수치화하는 요즘이다.
심지어 우정도 사랑도 수치화 가능할지도 모르다. 어떻게? 사랑지수, 호감도, 연애 지수, 행복지수 등 숫자 만능주의의 시대를 살면서 인간들은 수치화할 수 없는 것들조차 수치화하려고 애를 쓴다. 과학의 발달은 위대하고 또 한편 무섭기도 하다. 리뷰 쓸 때마다 첨단과학 대우주 시대라고 첫 문장을 쓰곤 하는데 이것은 우주시대에 대한 찬양이 아니라 지극히 비판적인 세계관의 표현이다 ㅠㅠ
저자 서문의 말처럼 불안의 실체가 무엇인가에 대한 논쟁은 중요하지 않다. 어쩌면 불안조차 수치화하여 곧 과학적인 해결책이 나올까? 예를 들면 소마 같은 것으로...
붓다, 샤르트르, 니체, 키르케고르, 틸리히, 하이데거, 프로이트, 마르쿠제, 마르크스의 철학적 성찰!! 그들은 불안을 인간의 조건으로 전제한다!! 그들의 관점에 의하면 불안은 곧 인간이 된다는 것, 인간이 된다는 것은 곧 불안하다는 뜻이다. 따라서 불안은 제거해야 할 병리적 현상이 아닌 우리 자신의 인간성과 인격성을 확인하는 방법이다.
불교를 종교의 관점이 아닌 철학의 관점으로 다룬 점 눈에 띈다. 구구절절 고개를 끄덕이는 느낌으로 읽다가, 만나게 된 문장 중에!!! 이거 내 이야기인가 싶은 문장! " 우리는 항상 불안할 것이다. 그러나 불안해하는 것에 대해 불안할 필요는 없다." p27 이렇게 정리를 해버리고 나자, 나의 불안은 조금 내려가는 느낌이다. 불안이 인간의 조건이라면 나는 인간일 것이다 ㅎㅎㅎ다만 한 가지! 불안 속에서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올 한 해 정말 수많은 분들이 스스로 삶을 끝냈다. 주어진 삶을 스스로 '끝마침'하는 마음은 무엇일까 나는 내가 마주쳤을법한 사람의 죽음을 목도하며 이 질문을 수없이 떠올렸다. 끝은 과연 끝일까라는 질문과 함께 ㅠㅠ
재앙은 언제나 평범한 일상으로 온다 ㅠㅠ 두렵다.
암과 우리는 같은 우주에 존재하나 우주는 우리가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모른다. 우주는 선악의 존재가 아니다. 우주는 우리의 문명에 무관심하고 삶과 사랑에도 관심이 없다. 일찍이 부모님을 잃은 저자가 어머니의 죽음을 겪으며 세포막이라도 뚫고 들어가 어머니가 살아야 할 이유를 편지로 전하고 싶다는 부분을 읽는데 먹먹했다.
실존주의를 바라보는 저자의 시각 날카롭다. 실존주의는 철학과 문학의 혼합체, 불가해한 철학적 난제를 기술적으로 분석하는 데 초점을 맞추지 않았다. 실존주의 철학자들은 기분, 느낌, 감정을 이야기했고 문학과 철학, 심리학과 종교와 영성 사이의 틈을 메우는 인간 조건에 관해 고민했다 p54
나는 철학이 내 삶을 이해하고 슬픔과 불안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랐다는 저자의 문장은 나의 소망이기도 하다 ㅠㅠ 철학이 내게 약속한 해방. 읽는 동안만이라도 이해불가한 사람 혹은 현상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불교에 대해서 모르는 게 너무 많았다. 사실 관심도 없었다. 우연히 불교 잡지 리뷰를 쓴 적이 있는데 ( 이 자체만으로도 내겐 용기였다) 출판사 담당자님이 나를 이웃종교님이라고 불렀다. '이웃종교'라는 단어가 무척 따뜻하게 느껴졌다. 최소한 내가 다니는 교회에서 단 한 번이라도 믿지 않는 자들을 진심 이웃으로 대했던가를 생각해 보게 되는 순간이다.
'불교'에서 바라보는 '불안'은 상당히 쿨하다 ㅎㅎ 불안은 우리 내면에서 생겨나는 것이지 외부 세계가 주입하는 것이 아니다. 세상은 그저 존재한다. 이런 세상과의 잘못된 관계와 이런 세상을 바라보는 잘못된 세계관이 불안을 일으킨다. 의미 없는 것은 재빨리 파악하고 무시해버려야 한다는!!!
프로이트가 살던 시대와 현대 사회를 비교하는 챕터도 놀랍다.
우리 사회는 성적인 측면에서 과잉에 따른 욕망의 형벌보다 결핍에 따른 형벌이 더 큰 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성에 둘러싸여 사는 세계. 섹시함 천지인 온라인!! 우린 매일 성적인 결핍, 불안, 좌절을 맛본다. p182
한참 읽다가 도대체 이 분 뭐지 하면서 작가 소개를 다시 읽었다.
철학교수이자 분야 권위자라는 이 분을 나는 왜 이제 알았을까!!
리뷰를 쓰다 말고 자꾸 저자 문장을 필타하고 있다.
우리는 항상 불안할 것이다. 불안하기에 우리는 존재할 용기를 낼 수 있다. 불안하기에 우리는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앞으로 무엇이 될 수 있는지 궁금할 자격이 있다 ( 책의 마지막 문장을 덮으며, 이제는 살아도 되겠다는 안도감마저 들었다 )
덧: 요즘 무엇이 두렵고 불안하신가요? 적어보자면 끝도 없이 많을 것 같아요.
외로움에 대한 두려움, 여자친구를 잃는 두려움, 안정된 직장을 갖지 못하는 두려움, 연로하신 부모님이 어느 날 문득 세상을 떠나시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을 갖는 분도 계실 것이고....... 그리고 또 뭐가 있을까? 불안이 찾아오지 않는 날은 문득 "어!~ 오늘은 왜 불안하지 않은지"에 대한 불안까지ㅠㅠ
불안한 나를 불안해하지 않는 법!!!! 그것은 철학으로 치유할 수밖에 없다.
광고 잘하면 베스트셀러가 되는 세상이다. 온통 가짜들 중에 이런 책이야말로 꼭 읽어야 할 책이다!! 올해 읽은 철학 책 중 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