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전쟁인가?
프레데리크 그로 지음, 허보미 옮김 / 책세상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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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데리크 그로(지음)/ 책세상(펴냄)










전쟁이란 무엇인가...........





죽은 자 만이 전쟁의 끝을 본다고 하고, 전쟁은 승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전멸로 끝날 뿐이라는 전쟁! 오늘 뉴스에서 가자 지구의 어린이 10명이 기아로 굶어죽었다는 기사를 보았다. 첨단과학의 시대 굻어죽다니 하! 어른들의 전쟁에 얼마나 더 많은 아이들이 죽어야, 그 목숨 값으로 도대체 그들은 무엇을 얻는 걸까? 최근 읽은 세계대전사에서도 같은 감정을 느꼈다.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되기 때문에 전쟁사를 읽는다. 잊지 않으려고!!!



프랑스 철학자인 저자는 미셸 푸코의 사상을 깊이 연구한 분이다.

우크라이나 vs 러시아 전쟁이 벌써 2주년이라고 한다. 이렇게까지 길어질 줄 몰랐던 전쟁. 아니 전쟁 초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향해 진격해 갈 때조차도 유럽은 전쟁을 믿지 않았다. 첨단과학 21세기에 주권국가를 침범하는 유혈 전쟁이라니!!! 누가 상상을 했겠는가? 도대체 유엔의 기능은 무엇인가? 제재만이 답인가? 무기를 팔아먹으면서 침묵으로 방관하는 서방세계, 그리고 연이어 터진 하마스 vs 이스라엘 전쟁......



미&영 연합군의 노르망디 상륙작전 성공 그리고 독일 항복으로 결말지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또다시 전쟁이 일어날 거라고 믿지 않았다. 제국주의는 전체주의로 변했고 오늘날에는 무엇으로 변질되었는가? 다시 고개를 쳐드는 파시즘, 국수주의......... 과연 정의로운 전쟁이란 존재하는가?



국가는 전쟁을 만들고 전쟁은 국가를 만든다.

전쟁을 치르는데 가장 필요한 것은 막대한 전쟁자금이다 ㅠㅠ 우크라이나 전쟁에 드는 천문학적 비용에 놀란 적이 있다. 죽음을 위한 비용이 아닌가?!!!! 다른 표현이 뭐 있을까?....

저자 역시 죽음에 관해 이런 문장을 썼다.



전쟁의 경우, 죽음은 매우 특수한 형태를 띤다. 전쟁에서의 죽음은 규범화된 교환, 심지어 '의례화된 교환이라고까지 부를 수 있는, 일종의 교환 행위를 수반하기 때문이다. 전쟁의 두 주체는 특수한 교전 수칙에 따라, 정해진 공간 안에서 일정한 시간 동안, 서로 충돌한다. 히로시마나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자폭탄 공격도 전쟁을 끝내기 위한 목적이 아니었다면 전쟁범죄에 해당된다. 물론 목적을 떠나 그 많은 민간인을 살상했으니 전쟁범죄는 맞다.



책은 전쟁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전방위적으로 서술한다. 매 챕터의 담긴 저자의 인문학적 통찰이 놀라웠지만, 특히 마지막 장은 큰 울림을 주었다. 내가 늘 궁금한 질문이었다. 전쟁은 도대체 왜 하는지? 누구를 위한 전쟁인지!! 이 포괄적인 질문에 저자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대답해 주었다. 자세한 내용은 책에서 만나보셔야 한다! 샤르트르, 홉스, 헤겔까지 언급한다. 전쟁의 답을 철학에서 찾는 저자의 혜안은 전쟁은 단순화하지 않고 선과 악으로 이분법 하지도 않는다. 인간 본성의 처절한 심리를 깊이 있게 통찰하고 파고드는 경험이 전쟁을 멈추게 한다고 생각한다.



#왜전쟁인가, #프레데리크그로, #책세상,

#전쟁학, #전쟁에관한통찰, #인문학,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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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체와 재건 - 실존을 위한 일상적 관념의 재구성
이호찬 지음 / 좋은땅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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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찬 (지음)/ 좋은 땅(펴냄)











의류학과 철학을 공부하는 작가는 어떤 글을 쓰는 걸까.... 철학을 전공한 분은 글의 깊이도 삶에 대한 해석도 남다르다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는 관념과 편견을 파괴하고자 한다는. 저자는 기본적으로 실존주의자! 그렇다면 실존이란 무엇인가? 많은 철학자들마다 의견이 조금씩 다르다.









실존이란 자기의 삶을 스스로 능동적으로, 그리고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p11




얼마 전에 실존주의 기반을 둔 시몬 드 보부아르의 〈제2의 성〉을 읽었다. 본질주의와 실존주의는 대립한다. 실존은 본질과 대립관계에 있다고 알고 있다. 프랑스의 철학자 샤르트르는 사물의 존재 방식과 인간의 존재 방식을 설명했다. 사물과 반대로 인간에 있어서는 본질 따위는 선행하지 않는다. 실존이 본질에 선행한다. 그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는 그 스스로에게 의해 결정된다고 알고 있다.








책은 철학 에세이라 분류하기엔 좀 그렇고, 혹은 질문을 던지는 책, 생각에 꼬리를 무는 책으로 접근하면 좋을 것 같다. 철학조차 도구화, 상업화되는 시대다. 다양한 매체를 통해 철학에 접근하기 쉬워진 반면, 유사 철학이나 철학 답지 못한 철학자들을 종종 본다. 철학은 비현실적이야. 우리가 밥 먹고 살아가는데 철학이 무슨 상관이야 하고 말하는 분들 중에 철학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철학의 가속성, 철학은 멈춰있지 않다는 말도 좋았다. 흔히 철학은 대학에서 교양과목으로 접한다. 나 역시 교육사 철학을 교양 필수 과목으로 들었다. 철학 교수님은 철학만큼이나 따분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성인이 된 지금 오히려 철학의 필요성과 그 재미를 느낀다. 철학에 재미를 느낀다라기보다는 철학적 사유를 하는 과정, 생각하는 자체의 즐거움을 깨닫게 되었다는 표현이 더 가까울 것 같다.








저자는 쓰는 과정 자체를 즐기며 즐겁게 썼다고 했다. 읽는 이도 느껴진다. 좋은 질문거리, 주제가 많았다. 부모에 대하여, 어려운 단어를 쓰는 이들, 내로 남불에 대하여, 이름과 죽음에 대하여..... 주제적인 삶, 실존의 즐거움을 깨달으며, 또한 수많은 관념들을 해체하고 재건해 보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해체와재건, #좋은땅, #이호찬지음,

#실존주의철학, #철학대세시대,

#일상의관념들, #질문하는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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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고 - 서울 거리를 걷고 싶어 특서 청소년문학 35
김영리 지음 / 특별한서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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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리 (지음)/ 특별한서재(펴냄)














유전자 조합을 하는 아이만 태어나는 세상, 그보다 더 열악한 환경의 구형 로봇들... 우리에게 곧 다가올 근미래 소설이다. 전자동화 시스템, 늘어나는 실업자, 근 미래임에도 공무원들은 늘 바쁘고, 기술발전이 역사상 가장 빠른 세대, 신조어는 너무 많아서 다 외우지도 못할, 로봇이 진출하지 않은 부분이 없는 시대, 구형 로봇의 방치로 도시가 슬럼화되는 시대, 안드로이드가 영화의 주인공으로 출연하는 시대.....


세계관은 어떻게 형성되는가?

위기에서 어떻게 행동하느냐와 질문의 중요성이다.....


유전자 조합이 아닌 유일한 인간, 다들 두 학년씩 월반하는 시대에 혼자 제 학년을 다니는 주인공!! 무엇이 정상이고 무엇이 정상이 아닌 건지!

'정상'이라는 단어의 정의조차 헷갈리는 시대.


첨단과학 우주시대에 중학교에서는 어떤 토론을 하는 걸까 궁금했다. 책 내용에서 '유전자 변형 음식 섭취 제한법 찬반 토론'이라는 주제가 있었다. 으잉? 난 좀 의아했다. 헛웃음이 나왔다. 유전자 조합된 인간들이 유전자 변형 음식 섭취에 찬반이라니 이 무슨 아이러니인가!!!??? 반대의 이유가 성조숙증 때문이라고 하는데 정신을 조숙해서 월반하는 걸 꿈꾸면서 몸은 왜 조숙하면 안되는 건가라는 청개구리식 반감이 들었다. 따라서 위 토론 주제는 굳이 근미래 청소년들의 토론 주제보다는 오늘날의 주제에 합당하다는 생각을 감히 해본다..... 내가 작가라면 과연 어떤 토론 주제를 써넣을까 나는 이런 생각도 자주 한다. 나라면 어떻게 썼을까라는.....


살아있는 생명조차 유기하는 세상에 쓰다만 로봇 하나 버리는 일쯤은....

반려견이 생명이라는 사실을 잊고 때로 물건으로 해석하는 사람들이 있다...

난 서울 거리를 걷고 싶어. 딱 한 번이라도. 단 몇 시간이라도 p81








만약 로봇처럼 인간도 구형과 신식으로 나뉜다면, 생체 실험을 해도 되는 인간과 보호할 인간으로 나누겠지.

보호할 인간과 보호할 가치가 없는 인간. 대체 그걸 누가 결정하는 건데? p137






책을 덮고 생각해 본다. 나의 세계관을 결정 혹은 증명하는 질문 세 가지는 무엇이냐고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로고, #김영리장편소설, #특별한서재,

#특서주니어, #신간평가단, #청소년소설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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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처럼 사라진 남자 마르틴 베크 시리즈 2
마이 셰발.페르 발뢰 지음, 김명남 옮김 / 엘릭시르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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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셰발, 페르 발뢰 (지음)/ 엘릭시르(펴냄)











두 사람이 함께 소설을 쓰는 것 자체로 아름답다. 이 시리즈의 1권 〈로재나〉를 읽을 때까지도 생각 못 했는데 2권 〈연기처럼 사라진 남자〉을 읽으며 잊고 있던 일이 하나 떠올랐다. 고1 때 나의 짝꿍은 전교 1등!! 그리고 우리 학교 방송부 PD였다. 우린 노트 한 권에 소설을 번갈아 썼다. 우리가 동시에 좋아하던 국어 샘을 주인공으로 한 약간 매우 조금 야한? 로맨스 소설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사회 수업 시간에!!!!!!!



노트를 가지고 장난을 치다가, 사회 샘께 뺏기고 말았다. 샘은 우리를 교무실로 부르셨고, 그 많은 샘들이 계신 앞에서 노트로 머리를 퍽퍽!!!! 심지어 주인공을 자신으로 착각하신 사회 샘은 막 화를 내며, 놀리셨는데..... ( 왜 화를 내는지 이해가 ㅋㅋㅋㅋㅋ 오해받은 우리가 화가 나야 하는데 말이지... ) 짝꿍은 서울대에 진학을 했고 나는ㅎㅎㅎ 졸업후, 학교에 찾아갔을때 샘께 그때 내가 좋아한 건 사회 샘이 아니라고 말씀드렸으나 끝까지 안 믿어주는 거였다 ㅋㅋㅋㅋㅋ 아놔!!!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에 영향을 준 시리즈!! 헤어질 결심에서 해준의 책상 위에 이 책이 슬쩍 지나가는 장면이.....

이런 디테일은 박찬욱이 아니면 누가 할지 정말 대단한 감독이라는 생각이!!





복지국가 스웨덴의 민낯을 드러낸 소설, 수많은 상을 탄 시리즈가 국내에 소개되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번역에 넘 오래 걸린 역자님이 원망스러울 만큼!! 매 서문마다 후배 작가들의 선배에게 바치는 헌정글!! 작가로서 이보다 더한 영광이 있을까? 후배 작가의 서문에 내가 눈물이 날 만큼 감동 ㅠㅠ 노벨문학상보다 후배들의 헌정에 더 더 보람 느끼실 듯, 살아계실 때 이 책이 한국에 번역되었더라면 얼마나 좋을까..... 잠 못 자는 밤에 혼자 생각했다.



유능한 저널리스트 알프 맛손은 왜 사라진 걸까? 그는 어디로?

심지어 지인들에게 '머리가 잘 돌아가고 펜이 빠르다'라는 기자로서 최고의 평가를 받았다는 사람이 도대체 왜?





북유럽 소설하면 떠오르는 느낌이 있는데, 더 세분화해서 스웨덴 소설을 떠올려보면 뭔가 잡는 듯한 이미지가 없다. 의외로 많이 접해보지 못한 나라의 소설이다.

아하! 1960년대의 스톡홀름 사람들은 이렇게 살았구나 싶은!!!! 1950년대부터 스웨덴을 집권한 사민당, 당대 사회 분위기도 가늠해 볼 수 있다. 집권한 시리즈의 2권인 이 챈 배경은 다름 아닌 헝가리!! 책에서 영감을 얻어 헝가리 역사도 한참 찾아봤다. 아! 이런 독서 너무 좋다!!!!!!



스웨덴의 밤거리를 걷는 듯 생생하다. 두 작가가 이 시리즈를 집필하게 된 의도는 분명하다.

범죄소설의 형식을 빌려서 사회 고발하기 위한 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았다. 남편 마이 셰발의 사후에 출판사로부터 이 시리즈의 후속작을 꾸준히 써줄 것을 제안받았으나, 페르 발뢰는 거절한다. 출판 계약조차 불리했다. 초기에 10권 묶어서 한 번에 진행한 거라서 이렇게 베스트셀러가 된 후에도 정작 두 사람은 이 시리즈를 통해 많은 돈을 벌지 못했다는 점 아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이 이 소설을 쓰는 내내 행복했다는 점이 큰 울림을 준다.



장르 소설에 대한 나의 편견... 편견을 없애고 없앴지만 나도 모르게 남아있었던 나의 무식한 편견마저

싹 지워주었다. 이 위대한 소설이!!!






♣♣덧우리가 딛고 선 세상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것이 소설의 역할이다. ▷▷▶'소설은 내가 세상을 보는 가장 안전한 창! 그러나 나는 창을 열고 나갈 용기는 없다'라고 쓰며, 부족한 글을 닫습니다.................................



( 읽는 내내 나는 궁금했다.) 내가 지금 읽는 챕터가 셰발이 쓴 챕터일까? 아니면 발뢰가 쓴 챕터일까?^^ 역자는 아실지도....



#연기처럼사라진남자, #마이셰발, #페르발뢰,

#엘릭시르, #문학동네, #연기남,

#마르틴베크시리즈, #경찰소설의걸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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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의 시간 - 제2차 세계대전 패망 후 10년, 망각의 독일인과 부도덕의 나날들
하랄트 얘너 지음, 박종대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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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랄트 예너(지음)/ 위즈덤하우스(펴냄)








세계대전이 끝난 후 독일은 진짜 반성을 했을까? 책은 하나의 질문으로 시작된다.

독일은 스스로를 분석하고 반성했던 거 아닌가? 반면, 일본을 그렇지 않다고 나는 알고 있었다. 학창 시절 배운 역사교육이 그렇게 가르쳐 주었다.






독일인 저자가 말하는 독일!! 독일 경제가 패망의 잿더미 위에서 다시 일어서게 된 것은 그들의 근면성 때문일까. 책 서두에 묘사된 베를린의 현실은 정말 참혹했다. 베를린으로 진격해 들어간 소련 점령군의 시점, 시청 직원의 시점, 나치당원 여성의 시점, 노약자의 시점 등 다양한 각도에서 전후 베를린을 묘사해 보여주었다. 카메라 앵글이 다양한 각도로 돌아다니며 영화를 보여주는 느낌으로 읽었다. 중반쯤 가자, 왜 책의 제목이 늑대의 시간인지도 알 수 있었다.......... 하! 전쟁이란 ㅠㅠ





일본 여행을 갔을 때, 가이드는 각종 전시장으로 안내했다. 역사적으로 갈등의 소지가 있는 곳은 한국인 출입 못하게 다 막아놓은 상태였다. 뭔가 팔아야 수당이라도 떨어지는 걸까? 건강 보조제라며 판매하는 매장에 한국의 중년들이 줄을 섰고, 지난번에 오셨던 분인지 모르겠지만, 더 많이 구입하려고 캐리어를 들고 온 사람도 있었다. 심지어 한국인 가이드가 언급하기를, 731부대가 생체 실험 역사와 그 결과물로 얻은 건강보조재라는 말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우리는 자주 일본과 독일을 비교한다. 그 비교는 객관적인 해석보다는 우리 편의에 따른 역사교육이 아닌가 싶다. 세계 대전 후 남의 태도를 논하기 전에 나 자신을 먼저 돌아봐야 하는 게 아닌가? 내 나라 안에서 보이는 한국의 모습이 밖에서는 더 극명하게 보였던 여행이었다.






『폐허의 아름다움과 잔해를 구경하는 관광』이라는 챕터를 읽으며, 왠지 찔리는 마음이 들었다. 세계대전은 흔히 흑백영화나 사진으로 접해왔다. 밀덕인 나는 불면의 밤에는 주로 전쟁사를 읽고, 관련 영상을 찾아본다. 베를린 상공에서 전투기가 포탄을 수십 발 떨어뜨리는 장면, 건물이 와르르르 무너지는 장면, 방금 서있는 사람이 튕겨나가고, 으스러지는 장면, 한쪽 눈을 잃은 사람이 피를 닦으며 그래도 나는 살았다며 웃음과 울음을 동시에 터뜨리는 장면을 보았다. 이 책에도 비슷한 상황이 언급된다. 전체 가옥의 약 45%가 파괴된 폐허 영상을 보고 또 봤던 나 자신이 왜 그리 부끄러운지.....





무덤덤한 군인들조차 충격을 받았다는 쾰른의 어느 폐허를 보며 작가들은 글을 쓰고, 화가는 그림을 그리고, 영화가 되기도 한다. 수프 한 접시를 얻기 위해 12시간 맨손으로 벽돌을 나르고 잔해를 치우던 여자들, 폐허 아래에는 시체도 많았다. 남자들이 전쟁에서 죽었기 때문에, 잔해 철거 작업에 여자들이 많이 동원되었던 도시 베를린. 보수적인 시골의 경우는 물론 좀 달랐다고 저자는 썼다.






수용소의 상황도 심각한 수준이었다. 지붕 없는 거대한 포로수용소, 동물 아닌 인간 사육장이라 표현하면 맞을듯싶다. 웃픈 것은 그 안에서도 민족 간에 서로 갈등이 있었다. 나치 치하에서 살아남은 얼마 안 되는 폴라드 국적의 유대인들은 재차 끔찍한 희생양이 된다. 이에 일부 유대인들은 독일로 도망치는데, 그들은 나치의 나라에서 피난처를 찾아야 하는 아이러니를 겪어야 했다. 독일계 유대인, 동유럽 유대인, 정통파 유대인, ○○계 ○○계... 무슨 계.... 어쩌고 이게 다 무슨 의미인지 .... 사람 목숨보다 귀한 건가 싶은 의문이 든다. 빨갱이로 몰아붙여 어린아이까지 마구 죽이던 나라나 이곳이나 다 같은 지옥이구나 싶다. 책에서도 하나의 문장으로 묘사된다.



인종주의는 죽지 않았다. 다만 이제는 그 창끝이 내부로 향했다고...... ᅲᅲ










독일인의 정체성은 근본적으로 바뀌었다. 국가 사회주의에서는 드높은 이념으로 뜨겁게 숭배되던 민족 공동체가 전쟁 후에는 미움받는 종족들의 강요된 동맹으로 느껴졌다. 그 동맹이 비약적인 경제 발전의 시기에, 모두가 웬만큼 잘 대우받고 있다고 느끼는 비감상적인 타협 공동체로 바뀌었다. p123






절름발이로 책에서 표현된 상이용사, 그들을 시로 표현한 독일의 문학, 한국전쟁 이후의 우리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전쟁은 시공간이 다른 곳에서 일어날 뿐, 그 모양새는 어쩜 그리 같을까? 오늘 뉴스를 보니 가자 지구에서 어른들의 전쟁에 어린이가 공식적으로 10명 사망... 그것도 굶어서 죽었다고 한다. 첨단과학 대우주 시대 c 발!!!!







4, 5, 6장에서 사회 문화적인 부분을 언급한다. 전쟁이 갓 끝난 시점에서 광란의 파티가 열렸던 점. 남자들이 부족해서 거의 춤추는 것은 여자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혼 시장?에서 미군이나 연합군 남자와 결혼하는 여자는 도덕적으로 상당히 타락한 것으로 보았다고 한다. 7, 8장에서 재분배와 화폐 개혁 등 경제적인 부분이 언급된다. 이렇게 짧게 쓰지만 4~8장이 가장 흥미롭게 읽혔다. 저널리스트이자 교수인 저자의 이력을 몇 번이나 검색해 볼 만큼 유려한 문장에 놀란 책이었다. 전쟁사 하면 흔히, 딱딱하다는 편견을 깨주는 책이었다. 암흑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이것이 독일인 정신인가? 저자의 글쓰기를 통해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독일인 저자가 독일에 대해 이렇게 까발리는 글쓰기, 그러나 읽다 보면 인류 보편적인 공감이 형성된다. '독일인이다' '아니다'라는 이분법적 가치를 떠나, 전쟁을 겪으면 누구가 개가 될 수 있고, 본능의 욕구는 더 크게 작동한다는 생각도 해봤다.






과연 마지막 문장에서 저자는 무엇을 말할까 정말 기다려졌는데, 저자는 독일 철학자 야스퍼스를 언급했다. 야스퍼스의 가르침을 왜 갑자기라는 의문이 들었지만,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의대 증원 갈등'을 보면서 느끼는 바가 크다. 한계상황에서 '그들이 현존'을 택할지, '실존'을 택할 것인가? 저마다의 양심을 믿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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