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태어나겠다고 선택하지 않았다 - 무엇이 인생을 의미 있게 만드는가
프랑크 마르텔라 지음, 성원 옮김 / 어크로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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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크 마르텔라 지음/ 어크로스 (펴냄)










며칠을 가방에 쏙 넣어 함께 했던 책, 리뷰의 첫 문장은 뭐가 좋을까? 첫 문장은 늘 설렌다. 흰 바탕 위에 놓인 파란 표지를 바라보다가, 이 책이 말하는 행복은 아마도 이런 색일 거라고 생각했다. 행복에 색이 있다면 아마도 파랑이 아닐까?

이 책을 통해 2025년을 돌아보면, 올 한 해는 내가 선택하지 않은 일들로 시작해, 결국 내가 선택한 문장들로 끝났다^^





잃어버린 것들이 많아서 책을 통해 다시 ‘행복’이라는 단어를 다시 정의해 본다. 핀란드 철학자이자 심리학자인 인생의 의미 찾기 연구자, 세계행복 보고서 집필자의 사유는 행복을 구체적으로 그려준다. 추상적인 단어 중에서도 최상위에 위치하는 '행복'

행복지수 1위의 나라 핀란드의 학생들은 행복할까?






그 아이들은 스스로 삶을 포기하지 않을까? 올 한 해 우리는 얼마나 많은 안타까운 죽음을 봤던가! 숫자로 표기되는 자살 사망자들의 이면에는 누구의 딸, 아들, 누구의 아내이자 남편, 사랑하는 연인이자 이웃일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자꾸만 우리나라의 교실 풍경이 겹쳐 떠올랐다. 시험과 성취, 비교와 순위가 삶의 전부인 것처럼 조직된 교육 현실 속에서 아이들은 너무 이른 나이에 ‘프로젝트형 인간’이 된다. 실패는 곧 탈락이 되고, 속도를 늦추는 일은 곧 낙오로 해석된다. 저자가 말하는 행복은 그런 구조와는 전혀 다른 방향을 가리킨다. 통제할 수 없는 세계를 인정하고, 그 안에서 자기 몫의 선택을 조금씩 쌓아가는 태도. 핀란드 철학이 특별해서라기보다, 인간을 성과 이전의 존재로 존중하는 사유가 여전히 낯선 사회에 우리가 살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저자는 내가 선택한 방식대로 살아갈 자유를 말한다. 이런 책이라면 또 마냥 긍정적인 방식으로 독자를 새로운 코너에 몰아넣고 옥죄기 마련인데 이 책은 그렇지 않다. 이 책은 내게 강요되지 않는 행복, 비온 뒤에 무지개 같은 그런 마음이 들게 해준다. '무지개 너머'에 뭔가 있을 거라 믿고 자꾸만 그 너머로 건너가는 방법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있다. 과학자들, 개발자들, 기업들, 정부의 정책, 고등 교육기관, 학부모들.... ㅎㅎㅎ











무지개 뒤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냉정하게 깨달으며 지금 오늘 여기서 행복해야 한다. 내가 학창 시절 지겹도록 들었던 말 "조금만 참아, 좋은 대학만 가면 다 해결돼."라는 거짓말을 요즘 학생들에게도 여전히 하고 있다.... 실상 또 하나의 지옥문은 대학에 가서 열렸다 ㅎㅎ 청소년들아, 지금 여기서 행복해야해~~






행복지수 세계 최상위 국가, 핀란드!! 무엇이 삶을 살 만하게 만드는가에 대해!!!

인생의 의미는 밖에서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인생 ‘안’에서 경험되는 것이다. 철학이 길을 잃지 않게 하는 독서란 무엇일까?

저자는 핀란드가 왜 행복 국가로 불리는지를 설명해 주지 않았다. 오히려 책은 평소 오해해온 ‘행복’이라는 개념을 조용히 해체한다. 더 잘 살기 위한 처방이 아니라, 이미 살아내고 있는 삶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철학적 보고서라 할 수 있다. 사람들이 느끼는 행복은 특별한 재능이나 조건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세계와 어떻게 관계 맺을지를 끊임없이 사유해온 결과로 증명된다.












고대 철학부터 현대 심리학까지를 가로지르며, 저자는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 네 가지 실제적인 도구를 제시하는데 책에서 만나 보시죠~~!!!!

먼저 읽은 제가 가장 좋았던 부분은 인생은 프로젝트가 아니라 ‘이야기’라는 문장이다. 인생을 성과와 목표로만 재단하는 순간, 삶은 끝이 나야만 의미를 얻는 프로젝트가 된다.... 저자의 말처럼 인생은 '이야기'의 '연속'이 아닐까.


'음악이 끝에 도달하기 위해 연주되지 않듯,

삶 역시 지금 흘러가고 있는 순간 자체가 의미 그 자체'라고 생각한다. 2024, 2025를 살아내며 멍든 가슴으로 얻은 교훈이다.






이 책은 행복을 말하면서도, 실은 철학의 역할을 다시 묻는다. 철학은 답을 주는 학문이 아니라, 방향을 잃지 않게 하는 질문의 기술이라는 것을. 더 빨리, 더 많이 가지라고 등을 떠미는 세계에서 잠시 멈춰 서서 “나는 왜 이 길을 가고 있는가”를 묻게 만드는 힘. 핀란드의 행복은 제도나 문화의 결과라기보다, 그런 질문을 삶 속에서 계속 허락해온 사유의 역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이 책을 덮으며 나는 다시 확신한다. 철학은 삶을 바꾸지 않지만, 삶을 대하는 나의 태도를 분명히 바꾼다는 것을. 그리고 그 태도야말로, 지금 이곳에서 우리가 가장 절실히 배워야 할 교육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온 세상이 주목하는 멋진 사람이 된다거나 남들이 부러워하는 성공 그런 우주적인 의미는 없을지라도

내 경험으로 쓰인 이야기는 오직 하나뿐이니까!

그리고 내가 주인공인 이야기를 쓰는 작가는 바로 나일 것이다. 2026년을 결심으로 시작하는 당신에게 이 책 추천합니다 !!






▶책의 한 줄 평

태어나겠다고 선택하지 않았지만, 어떻게 살아갈지는 매번 내가 선택한다







#당신은태어나겠다고선택하지않았다

#프랑크마르텔라

#어크로스

#단한권의철학가이드

#세계행복보고서

#교양으로읽는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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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단 한국사 - 연표로 가로지르는 한반도 121년, 1901∼2021
장석봉 지음 / 궁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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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를 돌아보며 또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며 단 한권의 역사책이라면 바로 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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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단 한국사 - 연표로 가로지르는 한반도 121년, 1901∼2021
장석봉 지음 / 궁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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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보다 사람을 먼저 보는 책!! 『횡단 한국사 연표로 건너는 한반도 121년, 1901~2021』

장석봉 저 | 궁리출판










페이지를 넘기다 몇 번이나 멈췄다. 학창 시절 우리가 배운 역사는 무엇인가!

기록한 자들이 기록한 문법에 익숙한 나에게 역사의 행간을 사유하고 더듬는 일은 무척 흥미롭고 신기한 경험이었다.

시간 여행 티켓을 한 장 얻은 기분이었다.


목적지는 내가 되돌아가고 싶은 과거의 한 장면이다. 이 책에서 가장 오래 남았던 것은 노 대통령님 서거에서 눈물 흘리시는 김대중 대통령님 사진이다... 얼마나 눈물이 나는지... 한참을 봤다. 지금도 그 영상이 잊히지 않는데, 그 당시 빈소를 찾아 눈물 흘리시던 김대중 대통령 모습...

물론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이다. 삶은 단 한 번뿐이라 이렇게 애틋한가, 매 순간이 귀하고 감사하다.

이 책의 가격을 처음 마주했을 때, 솔직히 잠시 멈칫하게 된다. 5만 5천 원. 그러나 몇 장만 넘겨보면 곧 깨닫게 된다. 이 책은 ‘비싼 역사책’이 아니라, 오래 곁에 두고 반복해서 펼쳐보게 되는 역사 아카이브라는 사실을.













책은 연표 형식을 취하지만,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딱딱한 연대기 형식이 아니다. 1901년 대한제국에서 출발해 2021년의 대한민국까지, 121년의 시간을 한국사–세계사–문화–과학–스포츠–일상의 풍경이라는 여러 층위로 펼쳐 보여준다. 사건 하나를 읽는 순간, 그해 세계는 무엇을 겪고 있었는지, 사람들은 무엇을 입고 무엇을 먹었는지, 같은 시간 다른 장소에서는 어떤 기술과 사상이 있었는지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역사가 단절된 조각이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장면으로 다가오는 이유다.










책을 만나는 동안 역사를 단순히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겪은 것에 가깝게 만들어주는 경험이었다. 연표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비교가 일어난다. 같은 해, 한반도에서는 식민지의 시간이 흐르고 있는데, 세계는 어떤 사상과 기술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는지, 혹은 문화와 스포츠는 어떤 얼굴을 하고 있었는지. 이 병렬적 배열은 우리 근현대사를 고립된 피해 서사나 민족 중심 서사로만 가두지 않는다. ( 개인적으로 과도한 애국심 또한 배제해야할 요소라고 생각한다. 과도한 애국심은 종종 타자 즉 다른나라 사람이나 그들의 문화를 배제하고 비판을 불온시하며 현재의 불의마저 과거의 희생으로 정당화하려는 방향으로 흐른다. 극우들을 보라~~












한국사는 늘 세계사 속에서 동시에 진행되었고, 그 교차점에서 선택과 갈등, 가능성과 좌절이 축적되어왔다. 역사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며, 필연이 아니라 수많은 갈림길의 집합이라는 사실을 이 연표는 말해준다.







편집의 힘!!!!!

121년이라는 방대한 시간을 한눈에 조망하면서도, 정보에 압도당하지 않도록 조율된 리듬이 독보적이다. 연표의 간결함 위에 사진과 기록, 인포그래픽을 적절히 배치해 ‘읽는 역사’에서 ‘보는 역사’로 나에겐 색다른 독서 경험이었다. 500여 장에 달하는 시각 자료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그 시대의 공기와 표정을 전하는 또 하나의 텍스트다.








또 하나 인상적인 점은, 이 책이 ‘정답을 제시하는 역사책’이 아니라 ‘질문을 남기는 역사책’이라는 점이다. 무엇이 옳았는가보다, 그때 사람들은 어떤 조건 속에서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었는지를 묻는다. 자연스럽게 내가 처한 지금 2026년 현재를 돌아보게 된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간 역시 언젠가 연표의 한 줄이 될 텐데, 그때의 기록은 어떤 문장으로 남을까라는 생각을 해보며 웃음 짓는다.






광복 80주년을 향해 가는 지금, 이 책은 과거를 미화하거나 단죄하는 데 머물지 않고, 역사를 살아 있는 질문으로 되돌려준다. ‘기록한 자의 문법’ 너머에서, 우리가 어떤 시선으로 오늘을 기록해야 하는지를 묻는다는 점에서, 이 책은 단순한 연표를 넘어 하나의 역사 인식서다.







또한 세대 간 독서를 염두에 둔 판형과 서술은 흥미롭다. 이 책은 혼자 읽는 참고서라기보다, 식탁 위에 올려두고 함께 넘겨볼 수 있는 테이블 북에 가깝다. 청소년에게는 첫 현대사 지도처럼, 어른에게는 기억과 현재를 대조하는 사유의 장으로 기능한다. 같은 페이지를 두고 서로 다른 질문이 오갈 수 있다는 점. 겨울방학을 맞아 온 가족이 함께 보면 어떨까 싶다.

기록보다 사람을 먼저 보는 책!!







광복 80주년을 향해 가는 지금, 한국 근현대사를 다시 읽는 일은 과거를 기념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이 책은 시간을 횡단하며 묻는다.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무엇을 지나, 어디로 가고 있는가.

나의 역사관을 새롭게 하고 분명한 좌표를 제공하는 책. 역사책을 사랑하는 독자에게 추천한다. 읽고 토론하기 좋은 책!












#횡단한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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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리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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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표를넘어서

#기록보다사람

#한국근현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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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시민의시선

#과거와현재의대화

#역사는질문이다

#광복80주년을앞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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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연결 지능 - 집단 두뇌가 만드는 사고 혁명 ㅣ 프린키피아 8
한나 크리츨로우 지음, 안은미 옮김 / 21세기북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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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연결되지 않은 똑똑함은 왜 이렇게 허약한가 『초연결 지능』

한나 크리츨로우 (지음)/ 21세기북스 (펴냄)




우리는 정보를 빠르게 찾고, 요약하고, 말끔하게 정리하는 데 익숙해져있다. 그 능력을 지능이라 불러왔다. 하지만 한나 크리츨로우는 단호하게 말한다. 그건 지능의 핵심이 아니라, 지능의 부산물에 가깝다고. 이는 내게 도발적인 문장으로 느껴졌다. 최근에 지능에 대해 공부를 했기 때문에 지능에 대한 신뢰도가 높은데 이를 부산물이라니 다소 놀라웠다.



이 책은 인간의 뇌를 ‘정보 저장 장치’가 아니라, 연결을 통해 의미를 생성하는 시스템으로 다시 그린다. 이언 관점이 흥미로운 이유는, AI가 인간을 압도하는 영역과 인간만이 남겨둔 영역의 경계를 드러내기 때문이다. 기억, 계산, 정리는 이미 인간의 몫이 아니다. 그렇다면 인간의 지능은 어디에 남아 있는가. 이 책은 그 답을 관계 속에서 조율되는 사고에서 찾는다.



성과를 만드는 집단은 똑똑한 개인의 합이 아니라, 서로의 감정과 리듬을 읽을 수 있는 구조를 가진 집단이다. 말의 양이 균형을 이루고, 질문이 오가며, 판단이 독점되지 않는 상태. 그때 사람들의 뇌는 실제로 동기화된다.



이 부분을 읽을 때 나는 ‘토론’이라는 말이 얼마나 자주 오해되어 왔는지를 떠올려봤다. 우리는 토론을 의견의 경쟁으로 이해해왔다. 하지만 이 책이 보여주는 것은, 토론이란 사고의 파형을 맞추는 과정에 가깝다는 사실이다. 누가 이기느냐가 아니라, 서로의 사고 속도를 감지하고 조정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신선한 관점이고 또 바람직한 관점 아닐까? 우리의 토론 문화가 부끄럽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공감은 타인의 감정을 배려하는 미덕이 아니라, 사고를 정밀하게 만드는 장치다. 상대의 표정, 호흡, 말의 리듬을 읽지 못하면, 우리는 상대의 생각도 정확히 이해할 수 없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지능을 ‘생각의 완성도’가 아니라 생각이 수정될 수 있는 상태로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고립된 사고는 빠를 수는 있어도, 정확해지기 어렵다는 것을 깨달으며 글을 닫는다



#초연결지능

#한나크리츨로우

#지능의재정의

#생각은혼자가아니다

#연결되는사고

#집단지성의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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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는 알고 있다 - 5500명의 죽음과 마주한 뉴욕 법의조사관의 회고록
바버라 부처 지음, 김효진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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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버라 부처/ AK 커뮤니케이션즈








추리소설, 탐정소설 읽듯 읽었으나 이 모든 사례가 다 실제 사건인 점, 참으로 안타깝다.

고인이 되셨으나 원하지 않았던 죽음 ( 죽음을 원하는 사람 없겠지만 )을 가장 먼저 목도하고 다루는 직업, 우리나라 1세대 프로파일러 권일용 선생님이 떠오르는 순간이다.

죽은 자는 말한다. 차갑게 식어버린 몸으로써 자신의 억울한 죽음을... 그 미세한 정보를 읽어내는 분들이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1장과 2장의 대비다. 「목맨 남자의 분노」와 「부활」. 시작부터 죽음과 회복을 나란히 배치한다. 이 책은 죽음으로 출발하지만, 그 끝이 반드시 절망이 아님을 말한다. 법의조사관으로서의 경력 이전, 알코올 중독을 딛고 다시 살아난 저자 자신의 서사가 이 초반부에 스며 있다. 죽음을 가장 가까이에서 다루는 사람이 왜 ‘다시 사는 일’을 먼저 말했을까? 소제목만으로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시신을 ‘다룬다’가 아니라 ‘뒤집는다’는 표현을 택한 점도 눈에 띈다. 거기에는 폭력이나 무례 대신, 조심스러운 태도가 있다. 법의조사관의 일은 진실을 얻기 위해 타인의 몸을 훼손하는 일이 아니라, 침묵 속에 놓인 이야기를 방향만 바꿔 드러내는 일임을 암시한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살인사건 파일 뉴욕』

뉴욕시 법의학 검시국 법의조사관이었던 바버라 부처의 회고록이다.

그는 23년 동안 5,000건이 넘는 사망 사건을 조사하며, 시체와 마주하는 최전선에서 인간의 삶과 죽음을 기록해왔다.



연쇄살인, 고독사, 자살, 9·11 테러까지.

저자는 수많은 죽음을 조사하며 사건의 진실을 냉철하게 분석하는 동시에, 그 과정에서 수없이 흔들리는 자신의 내면을 숨기지 않는다. 특히 알코올 중독을 극복하고 법의조사관이 된 자신의 과거를 함께 풀어내며, 죽음을 다루는 사람이 어떻게 자기 자신을 지켜내는지를 솔직하게 보여준다.



늘 죽음은 남의 일로만 생각했던 내게,

이 책은 그 경계를 넘어서게 해주었다. 사건 속 시신들은 더 이상 뉴스의 숫자나 타인의 불운이 아니라, 언제든 나와 같은 자리에 있었을 법한 사람들의 흔적이다. 죽음이 특별한 비극이 아니라 삶의 연장선임을 깨닫는 순간, 지금 삶의 태도를 다시 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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