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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함의 배신 - 은밀하고 정교하게 숨겨온 인간 본성의 비밀
조너선 R. 굿먼 지음, 박지혜 옮김 / 다산초당 / 2026년 3월
평점 :
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다정함의 배신』
조너선 R. 굿먼 지음/ 다산북스 (펴냄)
다정함이 화두인 요즘, 원래 좋았던 의미가 왜곡되어 사용되기도 한다. 또 너무 자주 쓰이고 언급되다 보니 그 의미가 희석되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였을까. 제목 앞에 잠시 멈칫했다. 다정함이 어떻게 배신이 될 수 있는지, 그 불편한 질문에 대해 궁금한 마음으로 펼친 책이다. 철학과 생물 윤리, 진화의 관점을 오래 공부한 저자는 인간을 선하거나 이타적인 존재로 단순하게 보지 않는다. 오히려 인간은 협력과 경쟁을 동시에 수행하는 존재, 필요에 따라 협력을 ‘전략’으로 사용하는 존재라고 말한다. 이 지점에서 동의하면서도 약간의 긴장감이 느껴졌다. 우리가 당연하게 믿고 싶어 하는 ‘선의’라는 것이, 언제든 다른 목적을 위해 작동할 수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아마 책이 살짝 불편하게 느껴지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다정함에 대해 타인의 위선을 폭로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보다 더 깊은 곳에서, 나 역시 그 구조 안에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만들기 때문 아닐까 싶다. 알면서도 인정하기 싫은 마음일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정말 다정해서 다정한 걸까, 아니면 다정해 보이는 것이 더 유리하기 때문에 그렇게 행동하는 걸까.
특히 ‘평등이라는 연막’과 ‘협력의 그림자’ 장을 읽으며 다정함이라는 언어가 얼마나 쉽게 포장될 수 있는지를 보게 된다. 선의, 공정, 협력 같은 단어들은 그 자체로 아름답지만, 동시에 누군가를 설득하고, 때로는 기만하기 위한 도구가 되기도 한다. 단적인 예로 가스라이팅을 떠올려보면 알 수 있다.
2015년 파리 협정 부분 흥미롭게 읽었다. 여기서 알 수 있다. 국가들이 그렇게 자주 말하는 ‘협력’과 ‘연대’, ‘신뢰’는 과연 얼마나 진짜일까. 겉으로는 서로를 위하는 언어들이 넘쳐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책임을 미루고, 누군가는 아무 대가 없이 이익을 취하며, 그 구조를 알면서도 모른 척한다. 인간이 선한 존재라는 믿음, 혹은 그렇게 믿고 싶어 하는 태도만으로는 이 복잡한 구조를 설명할 수 없다고 말한다.
오히려 인간은 협력하는 동시에 계산하고, 연대하는 동시에 비교하며, 신뢰하는 순간에도 자신에게 돌아올 몫을 가늠하는 존재에 가깝다.
그렇게 보면 다정함조차도 완전히 무해한 감정이라기보다, 어떤 관계를 유지하고, 어떤 이익을 확보하기 위한 방식으로 작동할 수 있다.
공정함을 이야기하면서도, 결국은 자신에게 유리한 기준을 택하지 않는가? 협력을 말하면서도, 그 협력이 나에게 어떤 이득을 가져오는지를 먼저 계산한다. 그렇게 보면 다정함이란 완전히 순수한 감정이라기보다, 관계 속에서 작동하는 하나의 신호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해서 저자가 인간을 냉소적으로만 바라보는 것은 아니다. 마지막 장에서 저자는 말한다. 이기심을 없애려 하기보다, 그것을 인정한 상태에서 어떻게 공존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이 지점에서 나는 이 책이 단순히 의심하는 태도만을 요구하는 것이 아님을 느꼈다. 오히려 다정함을 공정하게 바라보라는 메시지가 아닐까? 겉으로 드러나는 태도가 아니라, 그 태도가 어떤 맥락에서, 어떤 의도로 작동하는지를 묻는 것이다.
책을 덮으며 생각했다.
이제는 다정함의 의미를 한 번 더 생각해 보고 다정함을 조금 더 입체적으로 보게 되었다. 관계를 더 현실적으로, 그리고 덜 환상적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시작일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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