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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사회 - 증오는 어떻게 전염되고 확산되는가, 10주년 기념 개정판
카롤린 엠케 지음, 정지인 옮김 / 다산초당 / 2026년 3월
평점 :
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카롤린 엠케 지음/ 다산초당 (펴냄)
초판 출간 이후 어느덧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개정판이 다시 나왔다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할까. 우리는 과연 그때보다 나아졌을까, 아니면 여전히 혹은 더 깊은 혐오 사회 속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닐까.
문득, 저자가 이미 이 시대가 야만으로 기울어갈 가능성을 예견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되묻게 된다.
산뜻한 책의 표지의 저자 사진, 일단 저자부터 찾아봤다. 카롤린 엠케는 독일을 대표하는 저널리스트이자 사상가다. 역사와 정치 철학을 깊이 공부하셨다. 전 세계 분쟁지역을 취재하며 저널리스트로 활동했고, 예일대학교에서 정치이론을 강의하기도 했다. 여성이자 성소수자로서 그는 전쟁과 사회적 폭력, 혐오의 구조를 집요하게 파고들며, 그 안에서 지워진 목소리들을 드러내는 데 힘써 오신 분이라고 한다. 냉철한 분석과 동시에 따뜻한 공감을 잃지 않는 그의 글쓰기는, 우리가 미처 감지하지 못했던 구조적 폭력의 결을 예민하게 포착해낸다는 평가를 받는다.
혐오는 결코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감정이 아니다. 그것은 개인의 내면에서 자라나는 것이면서도 동시에 사회적으로 학습되고, 반복되고, 확산되는 하나의 구조다. 저자는 혐오를 단순한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공모의 문제’로 바라본다. 누군가를 향한 노골적인 증오뿐 아니라, 그것을 외면하고 방관하는 태도 역시 혐오를 강화하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초판이 번역되었고 지난 10년을 돌아보면, 우리는 그 과정을 너무도 선명하게 목격해왔다. 특정 집단을 향한 낙인과 배제는 점점 더 노골적이 되었고, 그것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빠르게 전염되었다. 혐오는 더 이상 숨겨야 할 감정이 아니라, 때로는 정당한 분노처럼 포장되기도 한다는 점이다. 이 책이 개정판으로 다시 읽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상황이 나아졌기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더 복잡하고 교묘해졌기 때문이다.
p.26의 문장은 시적이면서도 동시에 자극적이고 감각적으로 다가온다. 증오를 몸소 경험한 사람, 혐오에 반복적으로 노출된 사람, 멸시와 학대의 역사를 온전히 자신의 몸에 새기듯 살아온 사람들에 대한 서술 부분인데, 이 부분은 단순한 설명을 넘어 하나의 감각으로 전달된다.
그 문장을 읽는 순간, 혐오는 더 이상 개념이나 담론이 아니라 ‘몸에 남는 것’이라는 사실이 선명해진다. 말과 시선, 태도들이 쌓이고 축적되어 결국 한 사람의 감각과 기억, 존재 방식에까지 스며든다는 것. 그래서 혐오는 단지 사회적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삶을 깊숙이 변형시키는 경험이 된다.
특히 인상적인 점은 저자가 ‘다름’을 어떻게 해석하는가에 대한 태도였다. 우리는 종종 다름을 이해의 대상이 아니라 구분과 배제의 기준으로 삼는다. 그리고 그 경계는 점점 더 선명해지며, 결국 ‘우리’와 ‘그들’을 나누는 언어로 고착된다. 혐오는 그렇게 언어 속에서 자라고, 일상 속에서 굳어진다.
혐오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너무 가까이에 있다는 것. 누군가의 과격한 말에서만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아무것도 하지 않는 우리의 태도 속에서도 완성된다는 사실이다. 나는 지금 무엇을 보고도 모른 척하고 있지 않은 걸까 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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