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의 사생아들 : 레프 톨스토이 x 오귀스트 르누아르 ㅣ 세계문화전집 3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외 지음, 홍선기 엮음 / 모티브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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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 거장의 사생아들 』

레프 톨스토이 × 오귀스트 르누아르





표지부터 아름다운 책이다.

처음에는 한 권의 예술서처럼 느껴졌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문학과 미술이 서로 다른 언어로 같은 세계를 바라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레프 톨스토이의 문학과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그림을 한 권에 담아낸 책이다. 모티브 세계문화전집의 세 번째 책이라는 점도 흥미롭다. 문학가와 화가, 서로 다른 시대와 장르의 거장을 한자리에 놓고 그들의 작품과 삶을 교차하듯이 서술하는 점!!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책의 구성이었다.

르누아르의 그림으로 시작해 톨스토이의 「주인과 일꾼」, 「악마」, 「크로이체르 소나타」를 읽고, 다시 톨스토이와 르누아르를 바라보는 시선으로 돌아온다.

톨스토이의 작품을 읽으면서는 인간의 욕망과 관계, 사랑과 도덕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르누아르의 그림을 바라볼 때는 빛과 색, 사람의 표정과 순간의 아름다움에 머물게 된다.

그런데 이 둘을 함께 놓고 보니 조금 다른 것이 보이기도 한다.




문학은 인간의 내면을 문장으로 파고들고, 그림은 한순간의 장면을 붙잡아 인간을 바라본다는 점이다.

톨스토이가 인간의 마음속에 있는 욕망과 모순을 집요하게 들여다봤다면, 르누아르는 일상의 평범한 순간 속에서 인간의 아름다움을 발견했다. 한 사람은 인간의 내면을 끝없이 질문했고, 다른 한 사람은 눈앞에 펼쳐진 삶의 빛을 캔버스에 담았다. 작년 봄에 르누아르전에 다녀와서인지 더 애정이 생긴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거장’이라는 말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됐다.

우리는 흔히 위대한 예술가의 작품을 완성된 결과물로만 바라본다. 하지만 그들의 작품 안에는 시대와 삶, 인간에 대한 고민이 겹겹이 쌓여 있다. 이 책은 거장의 의미도 다시 떠올려보게 한다

반면 르누아르의 그림을 따라가다 보면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삶을 바라보게 된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 한순간의 표정, 빛이 머무는 공간 같은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문학을 읽을 때는 문장에 밑줄을 긋고, 그림을 볼 때는 한 장의 그림에 오래 머물고 여러 생각을 해 볼 수 있는 책이다.

마지막에 등장하는 「1934」와 엮은이의 말 「우리는 무엇으로 사는가」까지 읽고 나니 처음에는 단순히 아름다운 예술 책이라고 생각했던 이 책이 조금 다르게 다가왔다.

서로 다른 두 예술가의 작품을 한 권으로 읽고 바라보는 경험이 꽤 특별했다.



문학과 미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물론이고, 평소 고전문학이나 예술을 어렵게 느꼈던 사람에게도 권하고 싶은 책이다.

한 권의 책을 읽었는데 두 거장의 세계를 함께 여행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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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에 읽는 하이데거 - 20개의 키워드로 전하는 인생의 지혜
한상연 지음 / 김영사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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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 마흔에 읽는 하이데거 』

한상연 저 │ 김영사




서양 철학을 공부하면 하이데거를 피할 수 없다. 그런데 하이데거는 꼭 철학을 공부하는 사람에게만 필요한 철학자일까. 나는 오히려 마흔이 아니라 전 연령, 어느 나이에라도 하이데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삶이 익숙해질수록 우리는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보다 '남들도 이렇게 사니까 나도 이렇게 살면 되겠지'라는 쪽으로 쉽게 흘러가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오래 붙잡고 있었던 질문도 같았다. 나는 지금 내 삶을 살고 있는가?

하이데거의 철학은 어렵다. '존재', '현존재', '세계-내-존재', '기획투사', '결단성' 같은 개념을 읽다 보면 한 문장을 이해하기 위해 몇 번씩 앞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런데 이 책의 좋은 점은 어려운 개념을 단순히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결국 그 개념이 지금 나의 삶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생각하게 만든다는 데 있었다.

특히 '세상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며 뜨끔했다.




우리는 내가 원하는 대로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것을 남들이 정해놓은 기준에 따라 살아간다. 좋은 직업, 안정적인 삶, 성공, 적당한 나이에 해야 하는 일들. 무엇을 좋아하는지조차 다른 사람들의 평가를 통해 확인하려 할 때가 있다.

나 역시 언제부터인가 '내가 정말 원하는 것'보다 '이 정도는 해야 하지 않을까'를 먼저 생각하고 있지는 않았나 싶었다.

하이데거가 말하는 '잡담'도 그래서 인상적이었다. 단순히 수다를 많이 떠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세상에서 이미 만들어진 이야기와 기준을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정작 자신의 생각을 잃어버리는 상태가 된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하루 종일 수많은 소음 속에서 살아간다. 의도하든 아니든간에 SNS에서는 다른 사람의 삶을 보게 된다. 어떤 사람들은 무엇이 좋은 삶인지, 무엇을 해야 성공하는지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 목소리를 듣다 보면 어느 순간 내 생각인지 남의 생각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그래서 책에서 이야기하는 침묵이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바깥의 목소리를 잠시 멈추고 내 안에서 무슨 말이 나오고 있는지 들어보는 것.

어쩌면 우리가 '나답게 살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나다운 삶을 살지 못하는 이유는, 자기 자신의 목소리를 들을 시간이 없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3부에서 만나는 결단성 역시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인생에는 정답지가 없다. 어떤 선택을 해야 후회하지 않을지, 어느 길이 옳은지 미리 알 수 있는 사람도 없다. 결국 내가 놓인 구체적인 상황 속에서 선택하고, 그 선택의 결과를 감당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하이데거가 말하는 자유는 생각보다 무겁게 느껴졌다.

무엇이든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이 자유가 아니라 누구도 대신 선택해줄 수 없는 순간에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이데거의 철학은 막연한 자기계발서와 다르다. '당신답게 살아라'라고 쉽게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선택이 정말 나의 선택인지 끝까지 의심하게 만든다.

그리고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삶과 죽음, 시간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처음에는 조금 무겁게 느껴졌지만 오히려 이 부분에서 하이데거가 왜 삶을 이야기하면서 죽음을 빼놓지 않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우리는 시간이 무한히 주어진 것처럼 살아간다. 나중에 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언젠가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고 미룬다. 하지만 삶에는 분명 끝이 있다.

죽음을 생각한다는 것은 남의 일 먼 훗날이라고 생각해왔던 나인데...

지금 이 시간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선명하게 바라보는 일일지도 모른다.




4부에서 '놀이', '작품과 사물', '테크네'를 통해 삶의 의미와 행복을 이야기하는 부분도 좋았다.

삶의 의미가 반드시 거대한 목표를 이루는 데서만 생기는 것은 아니다. 무언가를 깊이 들여다보고, 만들고, 몰입하고, 이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것을 발견하는 과정 자체가 삶을 풍요롭게 만들 수 있다.

무언가를 끝까지 움켜쥐고 있어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물러나야 하고, 놓아야 하고, 내가 옳다고 믿었던 것에서 한 걸음 떨어져 바라볼 필요도 있다.

어쩌면 삶을 잘 산다는 것은 계속 앞으로 달려가는 능력이 아니라 언제 멈추고, 언제 선택하고, 언제 놓아야 하는지를 알아가는 과정인지도 모르겠다.



책을 덮으면서 다시 제목을 바라봤다.하지만 이제는 이 책이 꼭 마흔이라는 나이에 한정된 책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열아홉에도, 서른에도, 마흔에도, 예순에도 우리는 어느 순간 같은 질문 앞에 서게 된다.

삶을 바꾸는 것은 언제나 거창한 깨달음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을 다시 질문하는 순간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철학이 필요한 요즘이다. 이 책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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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모든 위대한 것은 사람으로부터 시작된다 ㅣ 사시사철 1
마하트마 간디 지음 / 사피엔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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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 결국, 모든 위대한 것은 사람으로부터 시작된다 』

마하트마 간디 저 │ 사피엔스 │ 시사철 시리즈-01





대영제국의 폭력에 맞서 폭력 없이 저항했던 간디의 행보는 큰 울림을 주고,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많은 것을 시사한다. 무기를 들지 않고 어떻게 거대한 제국에 맞설 수 있었을까. 처음에는 그것이 간디라는 한 사람의 특별한 신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책을 읽을수록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람을 움직이게 만든 그의 태도와 헌신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간디의 힘은 상대보다 더 강한 무기를 갖는 데 있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이 먼저 감당하고, 먼저 행동하고, 먼저 희생하는 데 있었다. 말로 사람들에게 용기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먼저 그 길을 걸어갔다. 그래서 그의 저항에는 사람을 움직이는 힘이 생겼다.




이 책 소개글과 목차에서 인상적인 것은 리더십을 힘이나 권력의 문제가 아니라 태도의 문제로 바라본다는 관점이다.


우리는 흔히 리더라고 하면 앞에서 명령하는 사람을 떠올린다. 조직의 가장 높은 자리에 있고, 사람들에게 방향을 제시하며, 결정권을 가진 사람. 하지만 간디의 행보를 따라가다 보면 진짜 리더는 오히려 가장 먼저 책임지는 사람이 아닐까 싶다.


"나를 따르라"고 말하기 전에 자신이 먼저 움직이고, 다른 사람에게 희생을 요구하기 전에 자신이 먼저 희생하는 것. 자신의 약점과 한계까지 숨기지 않고 드러내면서도 자신이 한 약속만큼은 끝까지 지키는 것. 결국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화려한 말이나 강력한 지시가 아니라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신뢰일 것이다.

특히 간디의 비폭력 저항을 읽으면서 '폭력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 단순히 아무것도 하지 않는 소극적인 태도가 아니라는 것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비폭력은 오히려 엄청난 용기를 필요로 한다





한 사람의 저항은 쉽게 꺾일 수 있지만, 평범한 사람들이 자신의 삶과 존엄을 지키기 위해 함께 움직이기 시작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책에서 말하는 조직의 힘 역시 여기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한다.


거창한 구호보다 사람들이 실제로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바라보고,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방식으로 사람들을 연결하고, 작은 행동을 거대한 흐름으로 만들어내는 것.

결국 간디가 만들어낸 것은 군대가 아니라 스스로 움직이는 사람들의 힘이었다.




그래서 책을 읽으며 계속 떠올랐던 질문이 하나 있다.

어떤 헌신이 위대한가?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는 헌신이 반드시 위대한 것은 아닐 것이다.


누군가의 인정이나 칭찬을 얻기 위한 희생도 있을 수 있다. 반대로 아무도 알아주지 않더라도 자신이 옳다고 믿는 원칙을 지키고,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며, 다른 사람의 존엄까지 생각하는 헌신이라면 그 자체로 세상을 움직이는 힘이 될 수 있다.




5장에서 말하듯 맹목적인 추종자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리더를 키우는 것. 이것이야말로 오래가는 리더십이 아닐까.


그렇다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리더는 어떤 사람일까.

목소리가 가장 큰 사람일까. 가장 많은 사람을 거느린 사람일까. 빠르게 결정을 내리고 강하게 밀어붙이는 사람일까.

책을 덮고 나니 오히려 그 반대의 리더를 생각하게 된다.


자신이 가진 권력을 과시하기보다 책임을 먼저 짊어지는 사람.

사람을 자신의 목적을 위한 도구로 여기지 않는 사람.

자신의 말보다 행동으로 신뢰를 증명하는 사람.

그리고 사람들이 자신에게 의존하도록 만드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만드는 사람이다.




책 제목처럼

결국 모든 위대한 것은 사람으로부터 시작된다.



시스템도 조직도 제도도 결국 그것을 움직이는 것은 사람이다. 그래서 좋은 리더는 시스템보다 사람을 먼저 보고, 승리보다 사람의 마음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책을 읽고 나니 리더십에 대한 생각도 조금 달라지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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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대연쇄
단요 지음 / 사계절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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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존재의 대연쇄

단요 | 사계절




단요 작가의 작품을 읽을 때면 늘 비슷한 생각을 하게 된다.

도대체 이런 이야기는 어떻게 생각해내는 걸까.

『존재의 대연쇄』 역시 그랬다. 처음에는 낯설고 기묘한 설정을 따라가다가 어느 순간 이야기 속에 깊이 들어가게 되고, 책을 덮은 뒤에는 소설 속에서 던진 질문이 현실까지 따라온다. 인간과 기계, 신과 인간, 생명과 비생명,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흔들어놓으며 결국 '존재한다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 앞에 독자를 세운다.

SF를 읽을 때마다 느끼지만, 좋은 SF의 의미를 떠올렸을 때 단순히 미래의 기술을 상상하는 소설이 아니다. 지금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세계의 질서를 한 번 뒤집어 보여주는 장르가 아닐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존재의 대연쇄』는 꽤나 지적인 독서였다.




여러 작품 가운데 특히 오래 기억에 남은 것은 「세상의 이름은 기린」이다.

첫 묘사부터 색다르다. 이야기가 시작되는 순간부터 우리가 알고 있던 세계의 질서가 조금씩 비틀어진다. 별과 달의 색이 왜 창백해졌는지, 밤과 낮은 어떻게 생겨났는지, 그리고 그것이 숨결과 시간과 갈증과 열망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읽고 있으면 단순한 SF 단편을 읽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무엇보다 그 문장들이 너무 아름다웠다.



별과 달의 색이 창백해진 이유, 밤과 낮이 생긴 이유를 이야기하면서 숨결과 시간과 갈증과 열망이라는 단어를 가져오는 순간, 우주적인 이야기가 갑자기 아주 인간적인 감각으로 느껴지는 따뜻한 느낌을 준다.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세계의 풍경 하나하나에 기원과 의미를 부여하는 방식이 신화 같기도 하고, 아주 오래된 우화를 읽는 것 같기도 했다.

그리고 읽는 내내 한 가지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여기서 화자는 누구일까?


이 질문 하나 때문에 이야기를 다시 돌아보게 된다. 화자가 바라보는 세계는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와 어딘가 다르고, 그가 말하는 '세상'의 기원 역시 우리가 알고 있는 설명과는 다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낯선 이야기가 어느 순간 너무 아름답게 느껴진다.

나는 이 작품을 읽으며 SF가 반드시 미래의 우주선이나 인공지능, 새로운 문명만을 이야기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을 했다. 세계의 기원을 새롭게 상상하는 것, 우리가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에 다른 이름을 붙이는 것 역시 SF일 수 있겠구나.


특히 '세상의 이름은 기린'이라는 제목도 마지막까지 생각하게 만든다. 우리가 어떤 존재에 이름을 붙이는 순간, 그 존재를 이해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름을 붙인다는 것은 정말 이해하는 일일까. 아니면 우리가 알 수 없는 것을 우리에게 익숙한 방식으로 규정하는 일일까.

이 작품은 아름다운데, 그 아름다움이 마냥 편안하지만은 않다.

아름다운 문장 뒤에 질문이 있고, 그 질문 뒤에 또 다른 세계가 있다.

그리고 「어떤 구원도 충분하지 않다」를 읽을 때는 전혀 다른 의미에서 감탄했다.

정말이지 이런 작품을 읽고 있으면 'SF 작가란 도대체 얼마나 똑똑해야 하는 걸까?'라는 생각이 든다.


하나의 아이디어만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과학적 사고와 철학적 질문, 인간의 감정과 세계의 구조를 한꺼번에 설계해야 한다. 독자는 그 복잡한 구조를 모두 이해하지 못해도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며 무언가를 느끼게 되는데 그런 느낌이 강하게 들었던 짧지만 강렬했던 작품이다.

특히 이 작품에서 '구원'이라는 단어를 바라보는 방식이 인상적이었다.


우리는 흔히 구원이란 마지막에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상태라고 생각한다. 누군가를 구하고, 무언가를 되돌리고, 잘못된 것을 바로잡으면 이야기가 끝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제목부터 '어떤 구원도 충분하지 않다'고 말한다.

그 문장이 작품을 읽고 난 뒤에는 더 무겁게 다가온다.

무엇을 구한다는 것은 동시에 무엇을 포기하는 일이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필요한 구원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또 다른 상처가 될 수도 있다. 완벽하게 모두를 만족시키는 구원이란 애초에 가능한 것일까.


이런 질문을 SF의 설정 안에 밀어 넣는 작가의 사고가 놀라웠다.

책에 실린 작품들은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읽다 보면 서로 연결된다. 신과 인간의 관계를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가 있는가 하면, 기술과 인간의 경계를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가 있고,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의 기원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설명하는 작품도 있다.

그런데 결국 계속해서 돌아오는 것은 존재에 대한 질문이다.


우리는 인간을 기준으로 생명과 비생명을 나누고, 자연과 문명을 구분하고, 현실과 가상을 나눈다. 하지만 그 경계가 정말 절대적인 것인지 묻는 순간 모든 것이 조금씩 불안해진다.

최근에는 인공지능 때문에 이런 질문이 더욱 가까워졌다.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고 대화를 나누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우리는 다시 묻게 된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기억일까, 감정일까, 몸일까, 의식일까.


책을 덮고 나서 생각했다.

기묘하고, 지적이고, 때로는 아름답고, 무엇보다 우리가 알고 있다고 믿었던 세계를 조금 낯설게 만드는 소설집.

읽은 뒤 질문이 시작되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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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수정 외 지음 / 광문각출판미디어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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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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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시리즈를 꾸준히 만나보았다. 그래서 이번 책 역시 낯설지 않은 마음으로 펼쳤는데, 이번에는 더 관심이 생겼던 이유는 바로 영어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한동안 영어를 조금 멀리하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다시 영어에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생기면서 '영어를 다시 제대로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막연하게 영어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하던 시기에 이 책을 만나니, 단순히 영어를 잘 가르치는 방법을 넘어 영어를 어떻게 배우고 익혀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

무엇보다 이 책의 장점은 제목처럼 '찐 실전'이라는 데 있다. AI 교육을 이야기하는 책이라고 해서 새로운 기술이나 도구를 잔뜩 소개하고 끝나는 책은 아니다. 오히려 책을 읽다 보면 계속해서 느껴지는 것은 도구보다 수업의 본질이 먼저라는 점이다.




초반 파트에서 가장 먼저 수업의 뼈대를 이야기하는 것도 그래서 의미 있게 다가왔다. 요즘은 ChatGPT를 비롯해 다양한 생성형 AI와 에듀테크가 쏟아지고 있다. 무엇을 사용할 수 있는지는 넘쳐나는데, 정작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이걸 수업에서 왜 사용하는가 아닐까??

이 책은 AI를 쓰기 위해 수업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학생의 배움을 위해 필요한 곳에 AI를 배치한다.

이 관점이 개인적으로 참 좋았다.




듣기, 읽기, 말하기, 쓰기라는 영어의 기본 영역을 하나씩 따라가다 보면 각각의 수업이 단순한 활동 하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루틴으로 설계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PART 2부분의 듣기 수업에서는 평소 우리가 영어 듣기를 얼마나 단순하게 생각했는지를 돌아보게 된다. 음원을 틀어주고 빈칸을 채우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듣는다'는 행위 자체에 집중하도록 수업을 설계한다. AI를 활용해 학생들의 수준 차이나 교사의 시간 부족을 보완하면서도 결국 목표는 학생들이 소리를 듣고 이해하는 힘을 기르는 데 있다.

읽기 수업도 인상적이었다. 본문을 해석해야 하는 문장의 모음으로 보지 말고 하나의 읽기 경험으로 만들자는 방향이다. 읽기 루틴을 따라가다 보면 교사가 모든 것을 설명해주는 수업에서 학생이 직접 텍스트를 만나고 반응하는 수업으로 조금씩 중심이 이동한다.




이 부분을 읽으며 영어뿐 아니라 내가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가르칠 때도 적용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사가 많이 설명하는 것이 반드시 좋은 수업은 아니다. 때로는 교사가 한 발 물러나 학생이 직접 발견하고 말하고 써보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말하기와 쓰기에서는 더욱 '실전'이라는 말이 와닿았다. 다들 아시듯이 영어는 결국 사용하지 않으면 내 것이 되기 어렵다. 그래서 학생들이 직접 말하고, 읽고, 쓰는 시간이 중요하다. AI가 이 과정에서 학생들의 출력을 도와줄 수 있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특히 모든 학생에게 똑같은 과제를 던지는 것이 아니라 AI와 에듀테크를 활용해 개별 학생의 수준과 속도에 맞춰 연습의 기회를 만들어줄 수 있다는 점이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어 보였다.




어휘와 문법 부분에서는 또 다른 재미가 있었다. 영어 공부를 하면서 가장 지루하게 느끼기 쉬운 것이 단어 암기와 문법인데, 이 책은 그것을 무조건 재미있게 포장하기보다 반복해서 사용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에 초점을 둔다. 게이미피케이션이나 챗봇을 활용하는 방법도 결국 학생들이 영어를 한 번 더 사용하도록 만드는 장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이 책을 읽으며 계속 확인하게 되는 것은 AI가 교사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교사의 시간을 돌려주는 도구라는 사실이다.

교사가 자료를 만들고, 수준별 활동을 준비하고, 피드백을 정리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쓰다 보면 정작 교실에서 학생을 바라볼 시간이 줄어든다. AI가 반복적이고 번거로운 일을 어느 정도 덜어준다면 교사는 오히려 학생의 표정과 반응을 살피고, 어느 부분에서 어려워하는지 알아차리고, 필요한 순간에 개입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쓸 수 있다.



영어 공부에 관심있으신 독자 그리고 현업에서 학생들을 만나는 분들께 추천하고 싶은 시리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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