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강물을 따라 살아라 - 나태주가 남기고 싶은 인생의 말들
나태주 지음 / 달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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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너의 강물을 따라 살아라」 나태주가 남기고 싶은 인생의 말들

나태주 지음 | 달





한 사람의 인생이 문장이 되기까지

나태주 시인의 시집을 여러 번 읽었다. 《풀꽃》을 처음 만났을 때의 마음도 기억한다. 짧은 시 한 편이 사람의 마음을 이토록 오래 붙들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고,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는 그 문장 앞에서 우리는 저마다의 이름을 가진 풀꽃이 되어보곤 했다.




국민시인이라는 이름이 자연스럽게 따라붙는 시인. 이제는 그의 이름보다 시가 먼저 떠오를 만큼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는 작가다.

그런 나태주 시인이 81세에, 2년 만에 산문집을 펴냈다. 이 책은 시인이 오랜 시간 살아오며 마음에 새긴 생각과 사람, 삶의 태도를 다섯 개의 장으로 엮어 소개한다.

책장을 넘기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도 이런 글을 쓸 수 있을까?

살아온 시간을 자기만의 언어로 정리하고, 그것을 다른 사람의 마음에 건넬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부럽다.

이 책에는 거창한 인생론보다 살아가는 동안 한 번쯤 돌아보아야 할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지금은 좋은 때라는 말, 겨울이 오면 봄도 멀지 않으리라는 위로,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는 가르침. 익숙하게 들어온 문장들도 나태주 시인의 삶을 통과해 만나는 기쁨




특히 좋았던 것은 사람에 관한 이야기들이었다.

아버지와 어머니, 외할머니, 어린 시절의 기억, 선생님과 가족, 그리고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일. 한 사람의 인생은 혼자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의 마음과 시간에 기대어 만들어진다는 것을 새삼 생각하게 한다.




시인이 남긴 마지막 장의 이야기들, 그리고 책 뒤편에 실린 '나의 인생 시'와 '나의 인생 명언'까지 읽고 나면 한 사람의 인생을 조금 들여다본 기분이 든다. 젊은 날부터 지금까지 무엇을 사랑했고, 잃었는지 그리고 무엇이 지금의 나태주 시인이 되게 한 원동력인지도 모른다.



언젠가 조만간 나태주 시인의 풀꽃문학관에 가보고 싶다.

81세의 시인이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건네는 말들 감동적이다.

이 가을 추천하고 싶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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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럭 고양이 팅카 ㅣ 꼬마뭉치 마음그림책 5
데버라 프렌켈 지음, 대니 스텔 그림, 김순열 옮김 / 뭉치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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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럭 고양이 팅카 」 어디든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라면 집이 될 수 있다

[데버라 프렌켈 글 · 대니 스텔 그림 · 김순열 옮김 | 뭉치]




1947년,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작가 데버라 프렌켈의 조부모님은 배를 타고 호주 시드니에 도착했다. 폴란드에서 모든 것을 뒤로하고 낯선 나라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해야 했던 사람들. 익숙한 언어와 풍경, 그리운 고향을 떠나 자신들이 살아갈 자리를 다시 만들어 가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작가의 말은 이 그림책을 읽는 마음을 조금 따뜻하게 열어 주었다. 이 동화는 한 트럭 운전사와 고양이의 귀여운 동행을 그린 이야기이면서, 고향을 떠나온 사람들이 낯선 곳에서 어떻게 새로운 삶을 꾸리고 그곳을 자신의 집으로 받아들이게 되는지를 담은 이야기이기도 하다.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알아주는 특별한 우정!!! 얼마나 아름다운가!! 표지를 다시 보니 더 따뜻하게 느껴진다.




트럭 운전사 야콥에게는 늘 조수석을 지키는 고양이 팅카가 있다. 야콥은 사람들과 말이 잘 통하지 않고, 때때로 고향을 그리워하며 말수가 줄어드는데....

팅카에게도 엄마 고양이와 형제자매가 함께 살던 옛집이 있다. 서로 다른 존재지만 친구가 되어서 외로움과 그리움의 감정을 공유한다.






야콥이 고향 노래를 흥얼거릴 때 팅카는 곁을 지키고, 은하수 아래 트럭이 멈춰 선 밤에는 야콥의 무릎에 앉아 가르랑거린다. 특별한 위로의 말도, 마음을 설명하는 긴 대화도 없다. 그저 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 서로에게 힘이 되어 준다.

이런 존재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 아이들에게도

우리 어른들에게도


어디든 집이 될 수 있어요...라는 말






집은 반드시 태어난 곳이어야 할까. 오래 살아온 장소여야만 할까. 이 그림책은 집을 특정한 공간에 가두지 않는다. 서로를 기다리고, 보살피고, 기꺼이 자신의 곁에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곳도 충분히 집이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한 가족의 기억에서 시작한 동화는 모두의 이야기가 되었다.





이 가을 온 가족이 동화 한 편 어떠세요...

가족과 집의 의미를 더 새롭게 하는 이 책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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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은 계절보다 늦게
오윤희 지음 / 리프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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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작별은 계절보다 늦게」

가슴속에 겨울을 품은 사람들, 서로의 고향이 되어가는 시간

오윤희 저 | 리프

어떻게 생겼어? 당신이 본 유령은....

과거처럼 생겼어

유령이 어떻게 생겼느냐는 질문에 돌아온 대답이 과거처럼 생겼다는 말이라니. 짧은 문장이지만 이 소설이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짐작하게 한다. 떠나온 고향, 잊지 못한 사람, 끝내 건네지 못한 작별 인사. 과거는 사라진 시간이 아니라 때로는 지금의 우리 곁에 유령처럼 머물곤 하니까

소설은 서로 다른 역사의 무게를 짊어진 두 사람의 이야기다. 고려인 4세 소냐에게는 연해주에서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당한 가족의 역사가 있고, 탈북 벌목공 영호에게는 가난과 굶주림을 피해 시베리아까지 흘러온 시간이 있다. 한 사람은 국적이 있어도 온전히 속할 곳을 찾지 못하고, 다른 한 사람은 자신을 증명할 신분조차 없이 낯선 땅을 떠도는데...

두 사람은 처음 마주한 순간 서로에게서 낯익은 눈빛을 발견한다. 세상 밖으로 밀려난 사람, 오랫동안 마음속에 누군가를 들이지 못한 사람의 눈빛이다.

이 소설을 읽으며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은 고향이라는 단어의 의미였다. 우리는 흔히 고향을 태어나고 자란 장소라고 생각하지만, 이 작품 속 인물들에게 고향은 그렇게 간단하게 정의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갈 수 없고, 돌아간다고 해도 예전의 자신으로 살아갈 수 없는 곳. 떠나온 시간만큼 고향도 달라졌을 것이고, 그곳을 기억하는 사람 역시 변했을 것이다.

소냐와 영호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고향을 잃는다는 것이 단순히 지리적인 장소를 잃는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자신의 언어와 문화, 익숙한 풍경과 사람들,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존재할 수 있었던 감각까지 잃어버리는 일이다. 그래서 두 사람이 서로에게서 발견한 것은 사랑의 설렘 이전에 자신과 같은 외로움이었을 것이다.

“소냐는 내 마음의 고향이니까.”

이 고백은 이 작품에서 가장 아름다운 문장 가운데 하나다. 돌아갈 땅을 잃은 사람에게 한 사람이 고향이 될 수 있다는 것. 고향이 반드시 지도 위에 표시된 장소일 필요는 없다는 사실을 이 소설은 조용히 보여준다. 자신을 알아봐 주고, 낯선 존재로 밀어내지 않는 사람. 그 사람 곁에서 비로소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다면 그곳이야말로 고향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소설이 흥미로운 지점은 사랑을 두 사람의 아름다운 재회로만 그리지 않는다는 데 있다. 소냐와 영호 사이에는 오랜 세월이 놓여 있고, 그 시간 동안 소냐 곁에는 파샤가 있었다. 25년을 함께한 남편 파샤 역시 소냐와는 다른 방식으로 외로움을 견뎌온 사람이다. 소냐가 첫사랑의 기억을 품고 살아왔다면, 파샤는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속에 늘 다른 누군가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감당해야 했다.

죽은 사람의 빈자리는 엄청 힘이 세다는 거.

파샤의 이 말은 오래도록 마음에 걸린다. 죽은 사람은 더 이상 곁에 없지만, 그 빈자리는 살아 있는 사람의 마음속에서 여전히 힘을 발휘한다. 기억 속에 남은 사람과 경쟁해야 하는 이의 외로움은 어떤 모습일까. 함께 살아온 시간이 길다고 해서 서로의 마음을 모두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가장 가까운 사람이 가장 낯선 존재가 되기도 한다. 시베리아가 생각나고 긴 여운을 주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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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조선희 지음 / 네오픽션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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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모든 것이 무너진 세상에서, 비로소 내 삶을 살아간다는 것

조선희 저 | 네오픽션





생애 처음 산 복권이 1등에 당첨된 날, 서울을 뒤흔드는 대지진이 일어난다. 평생 행운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던 예순다섯 살 주인공에게 찾아온 뜻밖의 행운은 기쁨을 누릴 틈도 없이 재난 앞에서 아무런 쓸모가 없는 종이 한 장이 되어버린다.





처음 이 설정을 접했을 때 가장 먼저 눈길이 간 것은 주인공의 나이였다. 재난을 다룬 이야기에서 흔히 젊고 건강한 인물이 생존의 중심에 놓이는 것과 달리, 이 작품은 예순다섯 살의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다니 의외였다.




늙은 몸으로 폐허를 헤쳐 나가야 하는 상황은 그 자체로 가혹하다. 그런데 혜령은 살아남는다. 주인 없는 마트에서 식량과 공구를 챙기고, 약수터에서 물을 긷고, 버섯을 캐고, 텃밭에 씨앗을 뿌린다. 거창한 영웅적 행동이 아니라 오늘 먹을 것을 마련하고 내일을 준비하는 일들이 생존의 전부가 된다.





읽는 동안 인상 깊었던 것은 재난을 묘사하는 작가의 상상력이었다. 갈라지고 솟아오른 땅, 뽑혀 나간 나무와 무너진 건물, 밤하늘을 수놓는 기이한 오로라. 익숙한 서울의 풍경이 낯선 행성의 표면처럼 변해간다. 특히 지진 이후의 세계를 지옥의 풍경으로만 그리지 않고, 태어난 별의 원시대기나 테라포밍 중인 행성에 비유하는 장면에서는 파괴와 탄생이 묘하게 겹쳐 보였다. 세상이 끝나는 순간에도 어딘가에서는 새로운 세계가 시작되고 있는 것일까 싶은 생각까지 들었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 더 깊이 생각하게 되는 것은 혜령이 재난 이전부터 품고 있던 마음이다.




“나는 늘 혼자이기를 소원했다. 하지만 그 혼자는 삶의 책임과 의무가 끝나고 자유를 얻어 원래 혼자였던 나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이런 식으로 아무도 없는 세상에 혼자 남겨지는 것이 아니라.”



이 문장을 읽으며 혜령이 바랐던 자유가 무엇이었는지 생각했다. 누군가의 가족으로, 누군가의 엄마로, 사회가 요구하는 역할을 감당하며 살아온 시간. 혼자 있고 싶다는 소망은 어쩌면 사람을 싫어해서가 아니라 더는 타인의 삶을 짊어지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내 것인 줄 알고 움켜쥐었던 삶이 사실은 남의 삶이었다는 고백이 정말 인상적이다.





소설은 파국 이후의 세계를 그리면서도 절망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오히려 모든 것을 잃은 뒤에야 비로소 발견하는 삶의 기쁨을 보여준다. 한 끼를 마련하는 일, 씨앗을 심는 일, 책을 구해 읽는 일, 누군가와 음식을 나누는 일. 평범해서 미처 소중하게 여기지 못했던 일들이 폐허에서는 살아갈 이유가 된다.





가을은 무언가를 거두는 계절이라고 하지만, 혜령에게 10월은 전혀 다른 시작이 된다. 평생 행운과 사랑을 믿지 않았던 여성이 세상이 다 무너진 뒤에야 자신의 삶이 시작되는 어이러니!!



흥미로운 소재이기도 하지만

삶의 의미를 살펴보게 되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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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리허설 - 살기 위해, 한 번 죽어 보기 ㅣ 세계척학전집 8
이클립스 지음 / 모티브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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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 죽음 리허설 」 살기 위해, 한 번 죽어 보기

이클립스 저 | 모티브




살기 위해 한 번 죽어 본다는 책의 제목은 무척 도발적으로 느껴졌다. 죽음은 늘 먼 미래의 일, 혹은 나와는 조금 거리가 있는 남의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무슨 자신감으로 죽음을 미리 경험해 보라고 하는 걸까? 호기심 반, 낯선 불편함 반으로 책을 펼쳤다. 이 책을 통해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한 번 리허설을 해보기로 했다.




가장 먼저 찾아온 감정은 슬픔이었다. 눈을 감고 나의 장례식을 떠올려 보았다. 나는 관 속에 누워 있는 사람이 아니라 식장 한쪽에 서서 나의 영정과 그 앞에서 울고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구경꾼이었다. 책에서 소개하는 프로이트의 관점처럼, 우리는 죽음이 누구에게나 찾아온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정작 자신의 죽음만큼은 온전히 상상하지 못하는지도 모른다.

이 책은 프로이트와 에피쿠로스, 몽테뉴, 붓다, 파스칼,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등 죽음을 사유해 온 철학자와 사상가들의 생각을 따라간다. 철학적 논의뿐 아니라 의학적 사례와 심리학 실험, 문학 속 장면까지 함께 살펴보며 죽음이라는 하나의 주제를 여러 방향에서 언급하는 책이다.



덕분에 죽음을 막연히 두려워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내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었다.

네 개의 파트로 구성된 책의 흐름도 좋았다. 내가 죽는다는 사실을 마주하는 것에서 출발해 내가 없는 세계,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으로 시선을 넓히고 마지막에는 다시 살아 있는 오늘로 돌아온다. 특히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다루는 부분에서는 한 사람의 부재가 왜 그토록 큰 슬픔으로 남는지 생각하게 된다. 누구나 언젠가 죽는다는 사실은 보편적이지만, 내가 사랑한 단 한 사람의 죽음은 결코 다른 사람으로 대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클립스 저자님의 책을 꾸준히 읽게 되었다.

다양한 인문학적 사유를 흥미롭게 풀어내는 분이다.



살기 위해 한 번 죽어 본다는 것. 어쩌면 그것은 죽음을 미리 경험하는 일이 아니라, 아직 살아 있는 나를 제대로 바라보는 연습인지도 모르겠다. 죽음이라는 마지막 장면을 상상한 뒤에야 비로소 오늘이라는 한 페이지를 조금 더 정성껏 써 내려가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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