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조선희 지음 / 네오픽션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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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모든 것이 무너진 세상에서, 비로소 내 삶을 살아간다는 것

조선희 저 | 네오픽션





생애 처음 산 복권이 1등에 당첨된 날, 서울을 뒤흔드는 대지진이 일어난다. 평생 행운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던 예순다섯 살 주인공에게 찾아온 뜻밖의 행운은 기쁨을 누릴 틈도 없이 재난 앞에서 아무런 쓸모가 없는 종이 한 장이 되어버린다.





처음 이 설정을 접했을 때 가장 먼저 눈길이 간 것은 주인공의 나이였다. 재난을 다룬 이야기에서 흔히 젊고 건강한 인물이 생존의 중심에 놓이는 것과 달리, 이 작품은 예순다섯 살의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다니 의외였다.




늙은 몸으로 폐허를 헤쳐 나가야 하는 상황은 그 자체로 가혹하다. 그런데 혜령은 살아남는다. 주인 없는 마트에서 식량과 공구를 챙기고, 약수터에서 물을 긷고, 버섯을 캐고, 텃밭에 씨앗을 뿌린다. 거창한 영웅적 행동이 아니라 오늘 먹을 것을 마련하고 내일을 준비하는 일들이 생존의 전부가 된다.





읽는 동안 인상 깊었던 것은 재난을 묘사하는 작가의 상상력이었다. 갈라지고 솟아오른 땅, 뽑혀 나간 나무와 무너진 건물, 밤하늘을 수놓는 기이한 오로라. 익숙한 서울의 풍경이 낯선 행성의 표면처럼 변해간다. 특히 지진 이후의 세계를 지옥의 풍경으로만 그리지 않고, 태어난 별의 원시대기나 테라포밍 중인 행성에 비유하는 장면에서는 파괴와 탄생이 묘하게 겹쳐 보였다. 세상이 끝나는 순간에도 어딘가에서는 새로운 세계가 시작되고 있는 것일까 싶은 생각까지 들었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 더 깊이 생각하게 되는 것은 혜령이 재난 이전부터 품고 있던 마음이다.




“나는 늘 혼자이기를 소원했다. 하지만 그 혼자는 삶의 책임과 의무가 끝나고 자유를 얻어 원래 혼자였던 나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이런 식으로 아무도 없는 세상에 혼자 남겨지는 것이 아니라.”



이 문장을 읽으며 혜령이 바랐던 자유가 무엇이었는지 생각했다. 누군가의 가족으로, 누군가의 엄마로, 사회가 요구하는 역할을 감당하며 살아온 시간. 혼자 있고 싶다는 소망은 어쩌면 사람을 싫어해서가 아니라 더는 타인의 삶을 짊어지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내 것인 줄 알고 움켜쥐었던 삶이 사실은 남의 삶이었다는 고백이 정말 인상적이다.





소설은 파국 이후의 세계를 그리면서도 절망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오히려 모든 것을 잃은 뒤에야 비로소 발견하는 삶의 기쁨을 보여준다. 한 끼를 마련하는 일, 씨앗을 심는 일, 책을 구해 읽는 일, 누군가와 음식을 나누는 일. 평범해서 미처 소중하게 여기지 못했던 일들이 폐허에서는 살아갈 이유가 된다.





가을은 무언가를 거두는 계절이라고 하지만, 혜령에게 10월은 전혀 다른 시작이 된다. 평생 행운과 사랑을 믿지 않았던 여성이 세상이 다 무너진 뒤에야 자신의 삶이 시작되는 어이러니!!



흥미로운 소재이기도 하지만

삶의 의미를 살펴보게 되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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