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 엑시트 - 불평등의 미래, 케이지에서 빠져나오기
이철승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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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이철승 지음/ 문학과지성사








불평등 3부작의 완결판!! 사회학의 관점에서 본 우리 사회의 불평등에 관해!! 저자 서문에서 아버지의 일화를 예로 들었다. 한평생을 회사에 몸담으며 청춘을 바친 대가로 월급을 받아 가족을 먹여 살리는 일에 대해 그것이 당연한가...


이탈 혹은 탈출, 그리고 저항에 대해 다룬다. 여기서 탈출 혹은 저항이라는 단어가 어떤 의미인지 새삼 놀라게 된다. 예를 들면 전근대적인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의 이탈, 중공업 위주의 노동시장에서 수도권 직장으로 이동하는 대졸 여성들의 행렬. 아하! 케이지의 의미가 그것이었군!!





구직활동을 하던 사람들은 지쳐가고, 갈등은 치열해지며, 출구는 보이지 않는다.

초등학교 교실부터 이 사회는 경쟁을 강요하는 분위기! 그 안에서 서로를 밀어내며 생존을 '증명'해야만 하는 구조다. 그 안에 있는 우리는 점점 더 작아지고, 숨이 막혀오는 느낌이다. 학생 자살률은 세계 최고다ㅠㅠ ( 학생뿐 아니라 전 연령이 심각!)


한국 사회를 감싸고 있는 보이지 않는 구조적 틀 '케이지'에 대한 진단이 필요하다는 저자!! 『불평등의 세대』를 통해 세대 내부의 권력 네트워크를 파헤쳤고, 『쌀 재난 국가』에서는 동아시아 벼농사 체제라는 오래된 문명 구조를 통해 오늘날의 불평등을 추적했다.

이번 책 『오픈 엑시트』는 그 흐름의 마지막에 서서, 다가오는 불평등의 미래를 조망한다. 케이지 되었다는 말은 내 생각엔 일종의 가스라이팅을 의미하기도 하는 듯. 어릴 때부터 이 구조화된 세상에서 예를 들면 가부장제에서 여성으로 사는 것, 혹은 특정 지역 사람들을 미워하는 것 혹은 특정 나라를 싫어하는 마음이 그것이다. 이전 세대의 부조리를 보고 자라면서 그러지 말아야지 할 무렵 나도 비슷한 모습으로 성장해있다.





그렇다면 불평등 구조의 가장 큰 틀은 무엇일까

저자는 이에 대해 인공지능, 저출생/초고령화, 이민이라고 진단한다. 왜 세 가지 키워드를 뽑았는지에 대해 책에서 직접 만나보시길!!





처음에는 저자가 뽑은 사회 이슈에 대해 의아했는데 읽다 보니 그 근거가 명확해진다 ㅎㅎ 예를 들면 이렇다. 저출생의 기저에는 조선시대에는 상대적으로 노비나 다름없었던 여성들의 인권을 언급한다. 조선시대 가부장제는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라는 새로운 제도하에서도 끈질기게 살아남았다. 한국 여성의 사회적 지위 세계 100위, 이슬람 여성 수준과 비슷하다. 헐헐~~ 이 경우 여성들이 결혼이나 출산을 택하지 않은 것은 엑시트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저출생으로 이어진다는 것! ( 기막힌 분석이네 ) 빈곤층으로 내려갈 경우 더 심각하다.


전작에서 연공제를 깨자고 목소리를 높인 이유? 엘리트 재생산 체제를 뛰어넘자는 이야기라고 한다.

한국 노동시장의 능력주의는 평가 시스템 없는 능력주의다. 기업에 장착된 학벌- 내부 노동시장- 연공제의 공생관계

노동 시장에서 생존하려면 학벌이라도 들고 있어야 한다. 따라서 학생들은 죽어라 공부를 해야 하고 성적을 내야 한다. 돈 좀 있는 집 부모들은 아이들을 유치원 때부터 서울대반,의대반에 밀어 넣는 구조 ( 그 무한 반복!! 나도 리뷰에서 구토 나올 만큼 수없이 외쳤던 얘기!!)

명문대 나오면 능력 있다고 평생 우려먹을 수 있는 시스템!! 지방대 따위!! ( 뼈 맞는 기분이다. 조목조목 맞는 말)


바람직한 노동시장이 되기 위해 정규 비정규의 이분법인 아닌 다 같이 중규직이 되는 노동시장으로의 이행!!





능력주의, 성적 중심주의에 대해 비판을 하면 어떤 분이 이렇게 말한다.

"꼭 공부 못하는 것들이 사회 불만은 많아서" 그런 말 한다.

"대학 때 공부 안 하고 학생회하고 데모하던 것들이 운 좋아서 요즘 한자리한다" 혹은 성적만큼 공정한 것이 어디 있느냐? 등등 별소리를 다 한다.






책의 204~205는 대한민국 국민들이 다 읽어봤으면 싶다 ㅎㅎㅎ이분은 남성 저자인데 어쩜 이리 오늘날 청년 여성의 처한 현실을 잘 아시는 걸까 (이것 역시 나의 편견) 여성들이 왜 굳이 출산을 포기하고 일을 택하는지, 가부장제로부터의 엑시트 옵션, 결혼이니 출산이니 하는 것은 사치이고 잠재적 남편이나 시댁으로부터 나의 마지막 존엄을 지켜야 할 때에도 여전히 좋은 직장은 필요하다. 시장 경제에 참여하지 않고 나의 존엄을 지킬 수 있을까?





이 세 가지 거대한 변동이 기존의 ‘한국형 시스템’과 충돌할 때 생기는 균열, 그 안에서 누구는 오르고, 누구는 더 깊이 추락하기도 한다. 문제는, 그 구조 안에 갇힌 사람들에게 출구가 없다는 사실이다. 와! 정말 재밌게 읽은 책이다!!


#오픈엑시트, #이철승, #문학과지성사,

#케이지나오기, #사회구조개혁,

#불평등3부작, #한국사회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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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역 예수의 말 - 2000년 역사 속에서 항상 살아서 움직인
이채윤 지음 / 아마존북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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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윤 지음/ 아마존북스










인간 역사의 독보적인 존재 예수의 말, 6개월 남짓 짧은 기간 동안 2000다미의 말을 남긴, 그의 메시지가 강력한 힘을 갖는 이유부터 짚어간다. 삶과 죽음에 대한 문제는 인간이라면 누구든 관심사다. 특히 죽음 이후의 세계에 대한 관심은 언제나 높았다.





이 책에서 다루는 ‘죽음’과 ‘영생’에 대한 예수의 말은 현대인에게 큰 질문이 된다. 우리는 모두 죽음을 마주하지만, 동시에 영원한 삶에 대한 갈망을 안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예수는 죽음 뒤에 기다리는 영생의 약속을 통해 우리가 궁극적으로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큰 그림을 그려 보여주는 분이다.






가장 먼저 사랑과 행복을 말하고 용서와 믿음에 대해, 가난과 부요에 대해 나아가 지혜를 말한다. 성경 구절과 함께 묘사되는 언어들.

단순하면서 명쾌한 진리다. 열매 맺는 가지가 되려면 내 안에 머물며 시간을 보내라는 말씀!! 특히 와닿는다. 소란한 요즘이다. 빠르게 바뀌는 시대, 정답보다 의견이 넘치고, 소음이 지혜를 덮는 요즘이다. 우리는 진실한 한마디, 삶을 근본부터 흔들어 깨우는 문장을 찾게 된다.






그렇다면 지금, 왜 다시 예수의 말일까?

우리는 지금 어떤 말을 갈망하는가...

예수의 말은 종교적인 경계를 넘어, 인간 존재의 본질을 꿰뚫는 말이다. 한없이 낮은 자리에서, 가장 높은 사랑을 말했고, 복잡한 세계에서 단순한 진리를 꺼냈던 분이다.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에 대한 대답이다. 진실은 고백될 때 치유가 되고, 드러날 때 자유가 된다. 길을 잃을 때 사람들은 끝이라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새로운 길로 돌아가는 첫걸음이 될 수도 있다는 말씀. 지금 내가 선 자리를 돌아보게 하는 문장들이다.






이 책은 단순히 과거의 고리타분한 가르침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여전히 중요한 가치와 방향을 제시하는 중요한 메시지로 작용된다. 해당 종교인이 아니더라도 이 책은 읽는 이로 하여금 실천하고자 하는 의지를 준다.






예수의 말은 단지 역사적 사건에 그치지 않고, 여전히 우리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을 불러일으킨다. 저자는 예수의 언어를 현대인의 삶에 맞게 해석하면서도 그 메시지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았다. 각 장마다 예수의 말이 가진 의미를 성경 구절을 통해 풀어낸다. 그것이 어떻게 우리의 삶에 실천적으로 적용될 수 있을지에 대한 깊은 성찰의 기회가 되었다. 성경 구절을 현대적인 감성으로 다시 읽는 계기가 되었다.


#초역예수의말, #이채윤,

#아마존북스, #성경구절,

#인문교양, #인문학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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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위한 자유 - 일의 미래, 그리고 기본 소득
리하르트 다비트 프레히트 지음, 박종대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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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하르트 다비트 프레히트 지음/ 열린책들









독일 철학의 아이콘이라 불리는 책의 저자님, 들어가는 글부터 파격적인 이 책이다. 무려 근 2000년간 인간 삶의 의미로 여겨져 온 노동에 대해, 이를 기독교적인 유산으로 보는 시각 나아가 여전히 무조건적인 성장이 필요한가라는 물음!! 저자의 전작을 먼저 살펴보면 2007년 발표한 『나는 누구인가』가 100만 부 판매, 32개 언어로 번역 출간되며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철학 하는 철학사> 시리즈, 『사냥꾼, 목동, 비평가』, 『의무란 무엇인가』 14만 부 등 현재까지 총 300만 부 이상 판매고를 올린 저자!! 이렇게 유명한 책의 저자인데 나는 읽은 책이 뭐지? 떠올려보니 열린책들의 《너 자신이 되어라》라는 시리즈 중 신간인 제3권을 읽었다.


"임금 노동 사회는 끝났다"라는 파격적인 질문을 던지는 작가, 그렇다면 우리의 2.0은 무엇으로 준비해야 하는가?라고 다시 물을 수 있다.


노동은 더 이상 인간 정체성의 근간이 되어서는 안 되며, 사라지는 노동을 붙잡기보다 ‘노동 이후의 인간다운 삶’을 설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이 변화를 단순한 기술적 진보가 아니라 ‘가치의 전환’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더 이상 경제에 봉사하는 존재가 아니라, 사회와 자유를 확장하기 위해 살아가야 한다"라는 주장은 그 자체로 도발적이다. 현재와 미래의 노동 사회에 처한 위험을 조목조목 짚어낸다. 수렵 사회를 바탕으로 노동의 의미를 정립한 학자들에 대해 훗날 산업사회에 전혀 적용되지 않는다며 정면으로 반박한다.


책의 중반부에서 노동이라는 모순에 대해, 시대순으로 혹은 학자들마다 다르게 제시되어온 '노동'의 개념 자체를 짚으며 기본 소득을 단순한 ‘경제적 대안’이 아니라, ‘삶의 존엄을 보장하기 위한 철학적 기획’으로 제시한다. 여기서 현대 사회의 비정규직 등 노동이 단순히 월급이라는 가치가 아닌 사회적 지위가 닻을 내리는 곳이라 표현한다.


기본 소득을 둘러싼 인간학적, 사회복지적, 경제적 반론들을 학자나 저서별로 과감하게 짚어가며 “억만장자에게도 줘야 하느냐?” 같은 질문을 던지고 응답하는 이들에 재반박한다. 그는 기본 소득을 “수단이 아닌 기본권”으로 재정의하며, 이는 곧 ‘게으름에 대한 공포’가 아니라 ‘자율과 창조성에 대한 믿음’으로 나아가는 일이라고 주장한다.


책의 마지막 챕터에서 저자는 학교에 대해 교육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이 부분 정말 와닿는다. 똑같은 교육을 실시하는 지금, 교양은 살아있는 지식이기에 아이들 스스로 최대한 많은 것을 배우고 깨칠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더 이상 생존을 위해 일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는 '소속되기 위해' 일한다." 독일을 대표하는 철학자이자 시대의 사상가, 리하르트 다비트 프레히트가 던지는 마지막 질문은 명확하다.

‘노동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그렇다면 인간은 어디에 있어야 하는가?’

스스로 의미를 더해가는 의미 사회로의 전환의 관점에서 이 책은 또 다른 이정표가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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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씨년이 우리 반 반장입니다 - 2025 교보문고 스토리대상 청소년 단편 수상작품집 북다 청소년 문학 3
장아결 외 지음 / 북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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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장아결, 조웅연, 천가연, 최혜영, 강지윤/ 북다







해마다 챙겨 보는 교보문고 스토리 대상 청소년 단편 수상작품집이다. 청소년 소설을 너무 좋아해서 자주 읽곤 했는데 이번엔 꽤 오랜만이다. 예전에 만나던 청소년 소설이 다소 은유적이라면 최근의 작품은 상당히 날 선 묘사, 거르지 않은 생생함을 보여준다. 청소년이 처한 현실이 그만큼 팍팍하다는 이야기다. 책을 읽기 좋은 시기, 양서를 많이 읽으면 좋을 나이가 따로 있을까? 그러나 책을 가장 많이 읽어야 할 청소년기에 우리 아이들은 어떤가? 네모난 교실에 처박혀 아침에 입고 나간 교복을 마지막 과외가 끝나는 밤 12시까지 입고 다닌다. 집에 오면 잠 오지 않는 드링크를 마시며 하루 분량으로 도저히 인간이 해낼 수 없는 숙제를 하다 책상에서 선잠이 든다. (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청소년 현실이다. 그들 말로는 좆같은 현실이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나라면 더한 욕도 했을 듯싶다) 이건 비교적 순한 맛이고 이보다 더한 이야기도 많은데 여기까지 ㅠㅠ


《믿을만한 어른》이라는 제목의 주인공 정경채. 이 아이의 집안 환경은 왜 이런가 ㅠㅠ 날마다 술 퍼? 마시고 애 앞에서 싸우는 부모들 ㅠㅠ 모르고 팔아버인 금불상을 찾아 나서던 중 어느 날 우연히 발견하는데, 이것을 대신 사줄 어른을 찾고 있다.





과연 믿을만한 어른이 있을까? 그나마 소설은 매우 긍정적인 마무리. 우리 성인 독자들은 무한 경쟁 사회를 살아왔다. 그저 공부 잘하고 좋은 대학, 좋은 직장, 좋은 배우자, 좋은 시댁과 처가 그저 경제력만 있으면 그게 다인 줄 발버둥 친 삶, 이제 잘 먹고 잘 사는 것보다 어떻게 사람답게 사는 것이 다 함께 잘 사는 길인지 고민해야 할 시기다!! 제발!!


《나만 빼고 완벽한 우리 반》 학창 시절 방송반이 되고 싶은 소망은 누구나 한 번쯤 가져본다. 3학년 5반의 구성원들 우리 사회의 표본이다. 학생회장도 축구부도 친구가 많은 인기녀도 혹은 찌질이도 다 우리 사회 구성원이다. 못 먹는 반찬에 쩔쩔매는 친구 대신 먹어줄 수 있는 아이, 최근에 최수종 배우님이 라디오 캠페인을 하시던데, 그런 아이가 이 시대의 안중근이라고 인용해 본다^^


소설과 무관하지만 소설을 읽다가, "을씨년스러운 날이다." 을씨년스럽다는 표현이 들어가면 일단 책을 딱 덮게 된다. 너무나 관용적인 표현이다. 일제강점기 을사년을 소환한 표현인데 굳이 그런 단어 빌어오지 않아도 묘사할 단어는 많다. 관용구나 한자어 팍팍 섞어 쓰면 잘나 보이는 문화, 똑똑해 보이는 문화 아직도?? 한자어 안 섞어도 우리말 표현을 세련되게 가독성 좋게 잘 쓰는 소설가들도 물론 많다.

작품을 뒤에서 거꾸로 읽으며 나라면 어떻게 마무리했을지 다시 읽어본다.


#을씨년이우리반반장입니다, #교보문고,

#청소년소설대상, #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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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스러운 도둑 캐드펠 수사 시리즈 19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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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스 피터스 (지음)/ 북하우스 (펴냄)








무려 18년의 집필 기간!! 22개국 출간!! 작가들의 작가!!! 이 책을 설명하는 방식을 수없이 많다^^

예순두 살의 캐드펠 수사 우리의 주인공, 그의 통찰과 사려 깊은 방식은 여전했다. 이 시리즈의 19번은 한여름 배경, 시대는 1144년이다. 무려 881년 전!! 스티븐 왕을 위협하던 에식스 백작 제프리가 사망했다.


평온한 시간의 균열은 한밤의 폭우처럼 갑작스럽게 찾아온다. 좀 더 귀한 곳으로 모시기 위해 이동하던 위니프리드 성녀의 성골함이 깜쪽같이 사라졌다. 마지막으로 제단에서 옮기던 작업을 한 사람은 흐륀 수사였으나 마침 작업 때 그는 자리에 없었다. 소중히 여겨졌던 성녀의 유물이 사라지고, 그 진실을 알고 있었을지도 모를 한 사람, 위니프리드 성녀의 관이 어떤 식으로 반출되었는지도 다 아는 청년 앨드헬름은 목숨을 잃는다. 누군가는 죄를 숨기고, 누군가는 믿음을 거래하며, 누군가는 음악을 핑계로 마음을 속인다. 그러나 진짜 질문은 이것이다.

성스러움은 어디에서 오고, 누구의 것이 되어야 하는가?


이 작품에서 캐드펠은 단순한 진실의 추적자가 아니다. 그는 사람의 말 너머를 듣고, 행동 너머를 보는 사람이다. 그는 죄보다 사람을, 규칙보다 상황을 이해한다. 그래서 이 소설은 미스터리인 동시에,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속을 여행하는 깊은 성찰의 기록이기도 하다. 작가는 이번에도 역사와 인간, 신념과 세속 사이의 경계선을 예리하게 그으면서도 결코 단죄하지 않는다. 오히려 독자에게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 것인가’라는 조용한 질문을 던진다.


형제끼리 서로 잡아 넘겨 죽게 할 것이며... p248


음유시인, 여가수, 귀족, 그리고 수도사들.

각기 다른 삶과 배경을 지닌 이들이 모여 하나의 진실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은, 종교적이기보다 오히려 지극히 인간적이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마지막 장면에서 독자들은 깨닫는다. 이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것은 성골함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이었다는 것을.

죄를 저지른 사람조차도 그의 나쁜 점만 보지 않았다. 범인에게서도 인간적인 면모를 보는 것은 캐드펠 수사의 인품이 아닐까 생각한다. 매 시리즈가 그랬다. 소설은 범인을 잡는 것만으로는 끝나지 않았다. 그 후에 남는 침묵과 통찰, 그리고 연민을 독자의 가슴에 오래 머무르게 한다.


"발견하는 것은 도둑질이랑은 다르잖나"






♣ 총평

1권 《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을 시작으로 드디어 국내 번역 출간 완간. 정세랑 소설가의 한 줄 평을 보면 "캐드펠 수사는 단연코 내가 제일 사랑하는 탐정"이라고 말했다. 1~5를 작년 여름에 읽고 가을에 시리즈의 7과 10을 만났다. 이 책 리뷰를 할 때마다 웬일인지 가족이 아파서 입원하거나 내가 아팠다. 고통과 함께 한 시리즈라서 개인적으로도 잊을 수 없는 시리즈 중 하나다. 역사와 추리가 절묘하게 조화된 최고의 역사추리물 걸작 휴머니티 미스터리 BBC 드라마 '캐드펠'의 원작 소설 총 21권, 완간 30주년 기념으로 한국어판 개정판. 드디어 올해 6월 전권 번역 출간되었다.




전 세계 22개국 출간이며 총 21권으로 북펀딩에서 독자들은 하루 만에 목표 금액을 달성하는 놀라운 성과를 거둔 책이라고 한다.

시리즈의 단 한 권이라도 만나본 독자라면, 실제 역사를 배경으로 단순히 추리물로 끝내지 않았음을 깨닫게 된다. 위로가 되기도 하는 이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는 무엇일까?

남녀의 사랑과 복수, 우정과 배신 등 인간사 다양한 욕망을 담았다. 삶의 비극은 외부에서 오는 것이 아닌 결국 인간들은 내부의 욕망과 갈등하게 된다는 큰 깨달음을 주는 가치 있는 책이다!







♣ 기념비적인 이 시리즈의 작가님을 살짝 소개해 보면....

중세의 어둠 속에서 인간의 빛을 찾아낸 이야기꾼, 엘리스 피터스 Ellis Peters (본명 엘리스 파지터라고 한다. Ellis Pargeter)

영국 슈롭셔의 조용한 들녘에서 태어난 소녀는, 후에 전 세계 독자들의 마음에 깊이 뿌리내릴 스토리텔러가 된다. 본명 에디스 파지터, 필명 엘리스 피터스. 그녀는 이름보다 이야기를 믿었고, 시대보다 인간을 먼저 바라본 작가였다.

젊은 시절, 약국 조수로 일하며 삶의 다양한 얼굴을 들여다보았고, 제2차 세계대전 중 해군으로 참전은 놀랍다!! 전쟁터를 지나며 생사의 경계에서 삶의 본질을 물었을 거다. 이런 경험들은 그녀의 문장 안에 조용히 녹아들어, 독자에게는 낯설지만 따뜻한 위로처럼 스며든다.






1939년 첫 소설로 문학의 문을 두드린 이래, 피터스는 역사와 추리, 인간과 신념을 교차시키며 자신만의 장르를 열었다. 특히 수도사이자 원예사, 그리고 탐정이라는 독특한 인물 캐드펠을 주인공으로 한 시리즈는, 수수께끼와 묵상이 공존하는 새로운 추리소설의 지평을 열었다.

움베르토 에코가 영감을 받았다고 고백했고, 요네자와 호노부, 정세랑 등 작가들의 작가다!! 심지어 애거사 크리스티를 능가한다는 찬사를 받았던 그녀.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그녀는 고향 슈롭셔에서 조용히 글을 썼고, 그곳에서 영면에 들었다. 하지만 그녀가 남긴 문장들은 여전히 살아 있다. 과거의 시간 속에서도 오늘을 이야기하고, 인간의 마음을 사려 깊게 꿰뚫는 이야기꾼. 엘리스 피터스 작가님!!! 1995년 돌아가셨으니 이제 작가 사후 30주기가 되었다.



추리소설의 ‘결’보다 ‘결말 이후’를 생각하는 독자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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