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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헤르만 헤세 지음, 이인웅 옮김, 신혜선 해설 / 지식을만드는지식 / 2025년 1월
평점 :

헤르만 헤세/ 지식을만드는지식
국내에 번역된 데미안의 숫자만 해도 146종 이상 된다고 한다.
소설은 소설답게 문학성을 잘 살린 번역, 감성적인 번역, 현대적이고 매끄러운 독자 친화적인 번역도 좋지만 나는 원문을 잘 살린 번역을 좋아한다. 역자의 해설이 두툼한 것도 좋다^^
이미 너무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이다. 데미안을 온전히 이해하려면 카를 융을 공부해야 한다는데, 소설을 온전히 이해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일까.... 좋은 작품을 만나면 초독을 빠르게 하고 재독, 3 독하면서 나만의 소설로 그 느낌을 정리하는 편이다. 헤세의 소설 중에서도 데미안은 가장 접근성이 좋으면서도 반면 읽을 때마다 느낌이 무척 다르다. 초독, 2독, 3독의 느낌 혹은 각 판본별 느을 다 적자면 지면이 부족하다.
출간 이후 《데미안》이 소환되지 않은 시대는 단 한순간도 없었으며 특히 많은 출판사에서 데미안을 번역했던 시기를 주목해 봐야 한다. 힘든 현실을 피해 소설 속으로 안전하게 도피함으로써 내 존재를 증명하고 다시 세상으로 나오는 방식, 한 마디로 우리 현실의 삶이 어렵다는 얘기다.
지만지 출판사의 《데미안》 출간된 그 몇 달 사이 또 다른 출판사에서 번역된 데미안을 한 종 더 만났는데, 책의 두께가 거의 2배 차이가 난다.
비교적 얇은 소설에 해당하는 데미안, 지만지 번역본은 무려 444페이지다.
역자이신 이인웅 선생님은 한국외국어대학교와 동 대학원에서 독일어과를 졸업하시고 독일 뮌헨대학교와 뷔르츠부르크 대학교에서 독문학과 철학을 전공하시고, 헤르만 헤세에 관한 연구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으신 분이다. 철학의 원류인 독일에서 독문학과 철학을 전공하신 분이라 글의 깊이가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P415 책 수록 사진을 보면 2000년 스위스에서 헤르만 헤세의 둘째 아들 하이너 헤세와 헤세의 장손자 시몬과 며느리들과 함께 찍은 사진이 수록되어 있다. 아마도 국내에서 헤세의 삶에 대해 그 자녀들에게 직접 들으신 분야 권위자가 아닐까 생각한다.
내가 가장 먼저 만난 헤르만 헤세의 소설은 《유리알 유희》!!였는데!!!!
이 작품을 만난 것은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서였다. 책으로 한 시절을 떠올리는 것은 얼마나 축복인가...
당대 지식인들이 '애국'이라는 이름으로 전쟁을 지지했던 시기! 조국 독일의 변절자 혹은 배신자로 낙인찍혀있었던 헤세가 소설을 통해 말하고자 했던 것은 뭘까... 독일 지식인들에게 그가 말하고자 했던 것. 애국이란 미움과 파괴가 아니라 이해와 사랑이라는 메시지는 오늘날 문화 파시즘의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수많은 지식인들이 민족적 광기에 휘말렸었다. 하이데거와 같은 대철학자도 마찬가지였다. ( 전후에도 반성하지 않았다. ) 일제강점기 조선의 지식인들도 마찬가지였다.
어떤 번역본 해설에서 헤세가 전쟁으로 혼란한 세상을 극복할 수 있다고 보았다는 견해가 있다.
헤세는 전쟁을 찬성한 적이 없으며 이미 일어난 전쟁이라면 더 나은 인간성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보는 입장이긴 했다. 전쟁 자체를 좋은 것으로 해석한 적은 없다. 세계대전 관련 책을 매일 끼고 사는 요즘, 전쟁에 대한 당대 지식인들의 견해가 무척 궁금했다. 따라서 이번에 《데미안》을 읽을 때는 지식인 헤세의 고뇌, 세계대전에 대한 관점을 염두에 가며 읽었다.
▶▶이번 독서를 하면 특별히 깨달은 점: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 서두 몇 페이지에 이 위대한 소설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다 담겨있었다. (출판사마다 번역은 다르지만) 헤세는 말한다.
이해의 대상이 되는 것은 상대방 즉 타인
해석의 대상이 되는 것은 나 자신이다. 즉 나를 해석하려는 노력 없이 타인을 이해할 수 없으며 타인을 이해하지 못하는 자는 결국 자신을 온전히 알 수 없다. 자신의 길에 도달하지 못한다는 말!
나는 정말 나 자신으로부터 저절로 우러나온 인생을 살고 싶었다.
그런데 그것이 왜 그렇게 어려웠을까
싱클레어는 데미안을 통해 선과 악, 빛과 어둠의 세계는 늘 동시에 존재함을 깨닫는다.
데미안은 존재하는 사람이 아니라 원칙이나 진리의 화신이고 가르침이기도 하다.
알은 곧 세계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너무나 유명한 헤세의 문장. 이번 책 읽기를 통해 나는 결심한다. 굳이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음으로써 태어나 보겠다는 전혀 다른 결심!
헤르만 헤세의 말, 그 누구든 각자 생은 자기 자신에게 이르는 길이다. 인생은 자기 자신에게 가는 길을 열려는 노력이며, 그 좁다란 오솔길을 가리키는 이정표다.
자기 자신에게 이르는 길을 찾지 못하면 진정한 어른이라 할 수 없다. 따라서 헤세는 자신의 소설 데미안을 통해 성인 독자들에게도 자신에게 이르는 길을 찾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수많은 사람들이 어떤 결말, 성숙 혹은 완성의 단계에 도달하려고 애를 쓰지만, 그조차도 하나의 과정이 아닐까 생각한다. 데미안은 여전히 진행 중인 내 삶의 과정이다.
데미안 없는 데미안 리뷰를 마칩니다.
덧. 지만지 출판사의 프랭크 바움 오즈 시리즈!! 제3권 《오즈의 오즈마》 출간 소식을 알립니다.
많관부~~!!!
초독 때는 작가 헤르만 헤세의 개인적인 삶과 소설의 줄거리 위주로
재독에서는 사회현상이나 문화적인 배경에 주목해서 읽었다면
3독에서는 내 관심사 전쟁사와 관련한 헤세의 입장, 헤세를 포함한 당대 지식인들이 전쟁을 바라보는 관점에 집중하여 읽은 독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