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별한 실패 - 글쓰기의 좌절을 딛고 일어서는 힘
클라로 지음, 이세진 옮김 / 을유문화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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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로 지음/ 을유문화사 (펴냄)






책을 통해 만나는 작가들, 화이트는 지면이고 블랙은 단어라고 한다. 하얀 지면을 채워나가는 작가들의 노력이란 눈물겹다. 과연 실패한 적이 있었을까 싶은 위대한, 세계적인 대작가 프란츠 카프카 혹은 페르난두 페소아, 장 콕토의 작품에서 만나는 글쓰기 고민의 흔적들.



실패는 사다리라고 말했다가 다시 거짓말쟁이라고 혹은 꼭 껴안은 아버지와 어머니라고도 말한다.



실패에 대한 수많은 정의들!


토머스 핀천, 살만 루슈디의 작품을 프랑스어로 옮긴 저자는 글쓰기의 의미와 삶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성찰한 책이다.

총 열한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프랑스어 동사 faillair 그르치다, 자칫 ~할 뻔하다는 뜻의

뭔가를 행하는 것인 동시에 행하지 않는 것, 실패인 동시에 아무것도 심지 않는 것이다.


저자가 faillir을 사랑하는 이유, 동사의 주름 속에 존재하는 단어 faille 균열, 빈틈이자 허점, 그로부터 공간이 열리는 '틈' 때문이라고 한다.





프루스트의 문장이 인상적이다! '마침내 발견하고 밝혀낸 진정한 삶...

실패의 경험을 쓰자면 꽤 할 말이 많을 것 같다.


실패란 무엇인가? 여러 텍스트를 사례로 보여준다. 실패는 늘 안 좋은 것으로 묘사된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은

'실패는 새 안의 새장이다'라는 문장!!

새장 안에 새가 있다고 생각했지, 그 반대의 생각을 할 줄이야!!

새장을 품고 있는 새라니! 사람으로 비유하면 집을 품고 있는 사람이 되는 걸까?

몇 초의 망설임도 없이 엄마가 떠오른다^^ 집에 갇힌 엄마나 엄마에게 갇힌 집이나 같은 의미다. 희생만 했던 엄마, 이 사회가 강요한 희생. 기꺼이 자신을 희생하는 것이 미덕으로 여겨지던 사회, 문화에 대해 엄마의 딸들이 다시 생각해 본다.






한 호흡으로 이해되지 않는 텍스트다. 이질적인 느낌이 들었고 프랑스어를 공부한 적이 있어서인지 번역자의 각별한 노고가 느껴졌다. 한 번에 읽을 책이 아니라 두고두고 재독할 책이다.




글을 닫으며 처음으로 느낀다. 챗 GPT가 아닌 혹은 검색으로 쓴 글이 아닌, 내가 쓴 글, 글 자체로의 글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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