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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이 발견한 반 고흐의 시간 - 고흐의 별밤이 우리에게 닿기까지, 천문학자가 포착한 그림 속 빛의 순간들
김정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3월
평점 :
김정현 지음/ 위즈덤하우스(펴냄)
고흐와 천문학의 조합이라니!! 반짝이는 아이디어! 기획 멋지다!!!
반 고흐 그림에 핑크로 채운 표지는 독자 니즈를 너무 잘 알고 있다^^
책스타그램을 가장 많이 활용하는 연령 30~40대 여성이라고 한다. 바로 이 독자층을 타깃 한 표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예술가 고흐라는 통계를 본 적이 있다!! 밤 하늘을 올려다본 게 언제인가? 거의 매일 밤 올려다봐도 별 하나 보이지 않는 도시의 밤이다. 불멸의 화가라는 타이틀에 가장 잘 어울리는 분 반 고흐다!!
학창 시절 미술 책에 수록된 고흐 그림을 떠올려보자. 무미건조하고 정적인 그림, 정지된 화면 속 밤하늘이 내게 말을 걸어오는 듯했다.
반 고흐 연구자이자 천문학을 직업으로 삼은 저자!!!
고흐 그림을 너무나 사랑하면서도 정작 빈센트 반 고흐의 가계도, 그의 삶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게 된 것은 이 책을 통해서다. 선교사에 금실 사업으로 부유했던 고흐 집안과 어머니 안나 집안의 결합. 당대 정신 질환으로 분류되지 않았던 간질병과 자살. 아버지의 엄격한 훈육이 고흐의 삶에 끼친 영향을 가늠해 볼 수 있다. 1870년대 네덜란드가 한창 식민지를 확장하던 시기. 18개월 만에 자퇴한 고흐, 부유했으나 자식이 없었던 백부의 화랑에서 일한 고흐의 경력은 훗날 자신의 직업에 영향을 미친다. 장남은 그 어느 시대에나 고달픈 걸까? 부모의 기대감, 아래로 여러 명의 동생들....
살아생전 단 하나의 작품밖에 팔리지 않았던 고흐, 그가 무덤에서라도 자신의 작품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다는 것을 안다면 어떤 말을 할까? 이미 죽고 없는 그에게 말을 걸어보는 밤이다.
책에 서술되는 시간대에 대해: 빈센트가 아를과 생레미에서 사용한 시간대는 LMT, 우리와는 약 18분 31초의 시간차가 발생한다. 이 책에서 사용되는 시간은 빈센트의 시간대에 맞춰져 있다는 점!! 아를에서 혹은 생레미의 밤을 직접 다녀본 저자. 고흐가 어디에서 스케치를 했을지 유추해 보는 과정은 보는 독자도 즐겁다. 굳이 천문학 전문 용어를 다 몰라도 좋다. 1889년 고흐는 누구의 안내로 최적의 장소를 찾아냈을까? 아마도 당대 요양소의 관리자 겸 간호사였던 장 프랑수아 푸레의 안내로 생레미 마을을 돌아다닌 것일 듯싶다. 그의 그림과 2019년 밤하늘을 합성한 이미지 그리고 국제우주정거장에서의 일몰 사진 감동이다.
몇 번의 사랑이 무너진 고흐.
동생 테오와의 낭만적인 형제애는 기존 내가 알던 얕은 지식이었다. 동생에게 필요한 자금을 조달 받기 위해 필사적으로 꾀를 썼던 고흐의 치졸하다 싶은 방법은 책을 통해 대부분 드러난다.
작품이 탄생하게 된 배경, 고흐의 가족사, 당대 시대적 배경에 천문학 지식이 주는 가치까지!! 책이 주는 인사이트는 깊고도 넓었다.

책을 읽기 전 고흐의 작품에서 나는 밤하늘의 별자리를 과학적인 관점에서 생각해 보지 않았다.
화가는 별자리라는 분명히 실존하는 물체를 종이에 옮겼을 텐데 그림으로 만나는 별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아득하고 멀게만 느껴진다.
당시 팔렸던 고흐의 그림이 지금 푸시킨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고 1948년 이후 외부로 반출된 적이 없다고 한다. 정말 보고 싶고 궁금하다.
분명하게 존재한 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리고 간절히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것, 단지 고흐의 그림뿐일까...
고흐도 고흐지만 편지를 통해 만난 동생 테오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술을 사랑하는 그림 판매자이자 젊은 화가들에게 기회를 제공했던 그리고 한 여자를 사랑했던 남자로서의 동생 테오를!
이 모든 접점을 '별'이라는 소재로 풀어나간 책!! 저자의 말처럼 고흐가 본 진짜 하늘을 찾다 보면 어느새 마음은 1890년 7월 23일 고흐가 동생에게 마지막으로 남긴 편지에 머무른다.
"나는 내 작업을 위해 목숨을 걸었고, 그 과정에서 이성의 절반이 무너져버렸어. 그래도 괜찮아......"
괜찮은가? 이 책 마지막에서 울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