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다시 외로워질 것이다
공지영 지음 / 해냄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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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 작가의 [너는 다시 외로워질 것이다]를 읽었다. 고독과 침묵은 훈련이 필요하다. 시간이 참 빨리 간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다가도 갑자기 혼자 남겨졌을 때 당황스러운 마음은 잠시 나를 훓고 지나갈 뿐 앞으로 다가올 시간에 아무런 방비책도 알려주지 않는다. 그래서 나를 못견디게 고통스럽게 만드는 것이 고독과 침묵이다. 사방이 가로막힌 작은 독방에 감금되기라도 한 것처럼 째깍째깍 초침이 지나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다가 세차게 머리를 뒤흔들며 이건 정말 아니라고 부정의 독설을 날린다. 그래서 문을 걷어차고 나가 세상에 온갖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나의 알몸이라도 드러내보여줄 것처럼 낱낱이 마음의 이야기를 토해내리라 다짐하지만, 막상 마주한 이들과 시답잖은 이야기만 잔뜩 늘어놓다가 허무와 공허가 물밀듯이 밀려와 다시금 나를 유폐시키려 한다. 고독과 번잡스러움, 침묵과 소음은 짝을 이루어 나를 저울질한다. 어느 쪽으로 가든 나의 선택으로 인해 삶은 변화된다. 


참으로 억울하게 느껴지는 것은 오랜 훈련으로 고독과 침묵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단련이 되었다고 생각된다 하더라도 단 하루만의 번잡스러움과 소음에 마음을 빼앗기는 순간 고독과 침묵은 다시금 처음의 고통의 순간으로 나를 되돌려 놓는다는 것이다. 마치 지난 나의 모든 훈련이 헛되기라도 한 것처럼. 에라 모르겠다의 심정으로 어차피 이렇게 되돌려지게 될텐데 그냥 범부처럼 뇌피셜을 마구마구 내뱉으며 살아도 되지 않을까란 체념에 이른다. 하지만 그 자포자기의 마음은 왜 이렇게 오래가지 못하는 것일까. 자신을 내버려두는 것 또한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것인지 금방 겁이 나서 다시금 고통의 시간으로 나 자신을 초대한다. 실패와 낙담의 연속이더라도 다시금 고독과 침묵의 시간을 기꺼이 마주하게 된다. 


저자의 첫 번째와 두 번째 수도원 기행을 꽤 감명깊게 읽었던 터라 이번에는 어찌보면 성지순례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 이스라엘을 방문했다는 예고에 더욱 기대가 되었다. 저자도 언급했듯이 이번 책은 세 번째 수도원 기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저자의 신앙을 고백하는 문장들이 빼곡히 차 있다. 특히나 최근 가자 지구 전쟁으로 인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티나의 오랜 갈등에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갖게 되었기에, 예루살렘이 왜 그렇게 서로 다른 종교에 가장 중요한 성지인지부터 그리스도교의 시점으로 예수님의 삶과 연결된 굵직한 사건들을 기념하는 장소에 대한 묵상으로 가득하다. 사실 순례를 떠나게 되면 수천년이란 세월이 지났음에도 그 장소가 주는 신비한 느낌이 있다. 성경에 나오는 역사적 사건의 장소에서 미사를 봉헌하며 그때의 사건을 되새기며 예수님의 말씀을 곱씹어 보면 그 누구에게도 설명할 수 없는 감동을 느끼게 된다. 


특히나 저자가 예루살렘과 나자렛을 오가며 들려주는 프란치스코 성인과 샤를 드 푸코 성인의 이야기는 우리 삶에서 피할 수 없는 고통을 마주하기 위한 용기의 실마리를 건네 준다. 단지 하느님에 대한 믿음이 엄청났기에 가능했던 고통으로의 투신이 아니라 인간의 삶을 정면으로 마주하고자 하는 성인들의 처절한 몸부림을 저자의 시선과 묵상으로 잠시나마 함께 그곳의 공기를 마시는 듯했다. 나는 앞으로 무엇을 위해 살아갈 것인가, 나의 삶의 목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원론적이고 근원적인 이 질문 앞에서 성인들의 삶의 흔적들은 이 물음을 끊임없이 자신에게 던지는 것을 포기하지 말 것을 권한다. 


“그저 어제처럼 사는 것, 내게 젊은이들보다 알량한 권력이 약간 있어, 어제처럼 살아도 나는 불편하지 않고 나만 불편하지 않은 것, 이것이 늙음이다. 죽음보다 못한 늙음을 우리는 흔하게도 본다.(73)”


“너의 자세는 무엇이냐? 이 삶을 바라보는 너의 방향은. 그가 성자가 된 것은 고통 때문이 아니었다. 신을 만나 황홀한 접선을 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고통은 성자가 아니라도 온다. 상처도 온다. 가난도 오고 멸시와 따돌림도 온다. 그때 비로소 인간은 선택하는 것이다. 성자가 될 것인지, 희생된 비참한 늙은이가 될 것인지.(193)”


#공지영 #너는다시외로워질것이다 #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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