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게트 : 근 손실은 곧 빵 손실이니까 띵 시리즈 24
정연주 지음 / 세미콜론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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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주 작가의 [바게트: 근 손실은 곧 빵 손실이니까]를 읽었다. 세미콜론 띵 시리즈 24번째 책이다. 어릴 때에는 빵이 밥처럼 주식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없었다. 그저 빵이란 가끔씩 먹는 간식이자, 배고픔을 간단히 달랠 수 있는 보조식품에 불과하다고 생각했으니까. 예전에는 프랜차이즈 빵집이나 제과점보다 슈퍼에서 파는 포장된 빵을 많이 먹었던 것 같다. 보름달과 크리미와 같은 빵은 여전히 편의점에 시판 중이고 어쩌다 한 번 사먹어 보면 예전 향수도 생각나고 맛도 괜찮다. 하지만 요즘은 대형 프랜차이즈 빵집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동네 빵집들도 명성을 얻어 유명해진 곳도 꽤나 많이 생겼다. 빵지순례라는 말이 생겨났을 정도로 빵에 진심인 사람들도 많아졌다. 아마도 그만큼 제대로 된 빵을 먹어본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사실 빵에 대한 심각한 오해 중의 하나가 밥이 아닌 빵을 먹고 나면 소화가 잘 되지 않고 신물이 올라온다는 말이다. 


밀가루에 대한 거부 반응일 수도 있겠지만, 어느 정도 납득이 되는 현상이다. 그래서 서양인들이 빵을 주식으로 삼는 다는 말을 들었을 때 소화력이 남다른 것일까란 생각마저 했었다. 하지만 막상 그들이 주식으로 삼는 빵을 맛보고 나면 우리가 밥을 먹었을 때 편안한 느낌이 드는 것처럼 빵이 밥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된다. 그래도 여전히 빵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지만, 일단 빵이 밥보다 소화가 잘 되지 않는다는 것은 오해가 맞는 것 같다. 문제는 우리가 밥을 할 때 쌀을 상태를 따지는 것처럼, 빵 또한 원재료인 밀가루의 상태가 그만큼 중요한게 아닐까 싶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웬만한 나이가 되면 대부분 밥을 할 줄 알게 된다. 솥밥을 하는 것은 예외일 수 있겠지만, 전기밥솥으로 밥을 하는 것은 너무나도 간단해서 초등학생들도 쉽게 배울 수 있다. 하지만 빵을 만들어본 사람들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일단 오븐이라는 빵을 구울 수 있는 기계가 있어야 하는데, 요즘은 오븐도 필수 주방용품 중의 하나로 꼽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오븐이 없는 집들이 더 많을 것이다. 그렇다보니 빵은 만들어 먹기 보다는 주로 사먹는 음식이 되었고, 그래서 그런지 빵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재료에 대해서 대부분은 잘 모른다. 심지어 요즘에는 빵의 이름도 너무 다양해지고 외국 이름이 많아져서 고르기조차 쉽지 않아졌다. 


이탈리아에서 머물 때에는 바게트보다 꼬르네또에 열광했었다. 프랑스의 크로아상과 이탈리아의 꼬르네또가 이름만 다르고 같은 빵을 말하는 줄 알았는데, 최근에 어느 방송에서 말하기를 형태는 비슷하지만 크로아상과 다르게 꼬르네또에는 초콜릿이나 크림 혹은 잼과 같은 부속물을 넣는 차이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이탈리아의 바에 가서 커피와 함께 꼬르네또를 주문할 때는 자신 있게 꼬르네또의 종류별 이름을 불러주는 것이 좀 있어보인다나 할까. 아무튼 이탈리아에서는 바게트 보다 각 지역 주마다 고유한 빵의 이름과 모양이 있었다. 파스타를 먹기 전에 손으로 뜯어 먹기도 하고 파스타를 먹다가도 같이 먹고 파스타를 다 먹고 남은 양념을 손으로 뜯은 빵으로 설거지 하듯이 먹기 좋은 질감을 갖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파스타와 같이 먹는 빵들은 우리나라에서 파는 빵처럼 부드럽지 않고 거친 느낌이 많아서 처음에는 식감이 그리 좋지 않게 느껴진다. 안타깝게도 바게트의 원조인 파리를 가보지 못해서 바게트의 찐 매력을 모르고 있다가, 어이없게도 바르셀로나로 여행을 갔다가 바게트의 참맛을 알게 되었다. 사실 바게트를 먹고 싶어서 샀다기 보다는 하몽을 먹고 싶어서 곁다리로 바게트를 구입했었다. 조금은 쌀쌀한 날씨였는데, 마땅한 식당을 찾지 못해서 아침에 호텔에서 만든 하몽을 넣은 바게트를 점심으로 때우게 되었다. 그나마 햇살이 좋아서 멋진 풍광을 바라보며 바게트를 한입에 자판기 커피를 한 모금 마시니, 마치 명오가 열리는 것처럼 아니 바게트 빵이 원래 이렇게 맛있는 거였었나 싶은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적지 않은 양이었는데 말끔히 바게트를 먹고 나니 입천장은 다까져서 쓰라리기까지 했다. 그래도 너무 맛있어서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바게트와 하몽을 더 사야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요즘 나 또한 책의 한 챕터를 맡은 ‘잠봉뵈르’를 꽤 좋아하게 되었는데, 문제는 이런 바게트를 파는 빵집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바쁜 아침에 한 조각이라도 입에 물고 나가거나, 아니면 간단히 챙겨가서 일을 시작하기에 앞서 따뜻한 커피와 함께 먹기 안성맞춤이지만 매일 그런 호사를 누리기는 불가능한 것 같다. 그래서 미약하나마 죽은 빵도 살린다는 토스트기로 냉동실에 저장해둔 빵을 부활시켜 하루를 시작해본다. 제목의 부제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좋아하는 빵을 나이들어서도 먹을 수 있기 위해서는, 그리고 달달한 잼을 마음껏 발라 먹을 수 있기 위해서는 정말로 운동이 필수적인 것 같다. 근 손실이 심각해지면 빵을 바라보기만 해야할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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