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을 너에게 줄게
잰디 넬슨 지음, 이민희 옮김 / 밝은세상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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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디 넬슨의 [태양을 너에게 줄게]를 읽었다. 원제는 “I’ll give you the sun”이다. 이란성 쌍둥이 노아와 주드는 미술계의 특별한 재능을 갖고 있다. 노아와 주드의 엄마는 쌍둥이를 CSA예술고등학교에 보낼 계획을 세우게 되고 노아는 비범한 실력을 보여주며 예술계 학교에 가려는 강렬한 의지를 갖고 있지만, 주드는 엄마의 참견과 계획에 반항하며 자신의 재능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노아의 관점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그들이 열셋 일때, 그리고 주드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이야기는 그들이 세살 더 먹은 열여섯 때의 일이다. 그리고 노아와 주드에게 3년 사이에 엄청난 일이 벌어지게 되고 그들은 절대로 회복될 수 없는 사이가 된 것처럼 보인다.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는 틴에이저의 발랄하고 예민한 모습을 그리고 있기에 개방적인 미국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지만, 그들에게도 성에 관한 문제는 여전히 심각하고 때로는 큰 상처가 되는 다루기 힘든 재료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노아의 이야기 시작부분에서는 어디나 그렇듯 등치 큰 몇명 아이들의 무리를 형성하여 힘이 약한 친구를 괴롭히는 장면이다. 노아 또한 아직 여린 몸과 마음으로 그들을 애써 피하려 하지만 결국은 고약한 장난의 희생자가 되어버린다. 하지만 노아가 몸부림 치는 사이 노아를 괴롭히던 제퍼는 노아의 성정체성을 눈치채게 되고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가 순탄치 않음을 예고한다. 또래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노아는 자기만의 세계에 빠진듯 엄마와 합심하여 CSA에 들어가 무지몽매한 무리에서 벗어나기를 소망한다. 그리고 노아의 계획은 차근차근 잘 진행되어가는 듯 했다. 하지만 노아의 옆집에 나타난 브라이언이라는 고등학교 야구선수가 등장하며 노아의 마음을 한 순간에 잡아간다. 노아는 브라이언에게 순식간에 빠져들지만 브라이언이 자신과 같은 감정인지 확신하지 못하며 안절부절하게 된다. 이에 반해 주드는 엄마의 간섭에 보란듯이 반항하며 ‘그런 애’가 되어간다. 엄마의 사랑과 관심이 노아에게만 집중된 것 같아 주드는 그 나이 때가 아이들이 그렇듯이 못된 짓을 일삼으며 자신을 학대하게 된다. 하지만 열여섯살이 된 주드는 뭔가 달라졌다. 그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사람들이 누군가를 비난할 때 흔히 곁들이는 말이 있다. ‘곱게 자라서 그래. 뭐 고생을 해 봤어야 알지’ 라는 말들. 사실 곱게 자라는 게 나쁜 일이 아닐 뿐더라, 그렇게 자란 사람의 잘못 또한 결코 아니다. 좋은 부모님을 만나 쓸데없는 고생을 하지 않고 양질의 교육을 받으며 세상 모든 일이 잘 될거라는 밝고 희망찬 마음가짐을 갖게 된 것이 어찌 나쁜 일이란 말인가? 하지만 그렇게 자란 사람을 바라보면 속이 뒤틀리게 된다. 특히나 그렇게 곱게 자란 사람이 나보다 잘나가고 높은 지위에 까지 오르게 된다면 어떻게 해서든지 그를 깎아내리고 싶어한다. 상대적 박탈감과 못난 자신에 대한 불만족을 그렇게 애둘러 드러내게 된다. 속좁은 이들이 곱게 자란 이를 폄훼하고 싶은 욕구가 생겨나는 것은 그도 나와 같은 굴곡진 삶을 살아야 인생이 공평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나지 않았음에도 태생부터 출발점이 다르고 누릴 수 있는 혜택의 차이가 너무나도 크기에 불행은 왜 나에게만 주어진 것일까란 좌절감과 염세적인 생각에 사로잡히게 된다. 한 번 뒤틀어진 마음은 쉽게 곧아지지 않는다. 나쁜 말과 마음을 습관적으로 내뿜다보면 어느덧 나는 그런 사람이 되어있게 된다. 스스로를 망가뜨릴 수 있는 아주 쉬운 방법이다. 

노아와 주드는 순서를 바꾸며 스스로를 망가뜨리는 선택을 한다. 상처를 극복하고 마주하며 회복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만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아 서로를 외면한다. 그렇게 시간이 더 많이 흘렀다면 어쩌면 영영 그 회복의 씨앗이 매말라 버렸을지 모른다. 하지만 노아와 주드에게는 그들을 너무나도 사랑하는 엄마와 브라이언과 오스카 랠리가 있었다. 그들과의 소모적인 감정 싸움 속에서 노아와 주드는 브라이언과 오스카의 진심을 알게 되고 서로의 용서를 위해 용기를 낼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소설 속에서 불행한 죽음을 맞이한 노아와 주드의 엄마는 마치 혼령처럼 주드의 곁을 맴돌며 노아와 주드가 스스로의 삶을 놓아버리지 않도록 도와준다. 

“애도의 눈물은 한데 모아 영혼을 치유하는 데 써야 한다.(213)”

“플라톤의 설화에 의하면 원래 인간은 머리 둘, 팔 넷, 다리 넷이었는데, 워낙 강하고 자아도취가 심해서 제우스가 모드 반으로 갈라 전 세계에 흩어놓았대. 결국 인간은 평생 자신의 다른 반쪽, 즉 영혼을 나눠 가진 이를 찾아 헤매는 운명이 되었지. 가장 운 좋은 인간들만이 자신의 잃어버린 반쪽을 찾아내는 거야.(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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