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면 : 곱빼기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띵 시리즈 14
박찬일 지음 / 세미콜론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박찬일 셰프의 [짜장면: 곱빼기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가]를 읽었다. 세미콜론 띵 시리즈 14번째 책이다. 띵 시리즈는 가볍고 얇아 어딘가 이동하며 읽기가 편하다. 벽돌책들은 손에 들고 보다가 무거워서 몇 번이나 바꿔쥐다가 그만 집중력이 흐트려지곤 하는데 비해, 띵 시리즈는 한 손으로 들고 보기에 최적화되어 있다. 특히나 먹는 음식에 대한 내용이다보니 읽는 동안 허기가 밀려오곤 한다. 짜장면에 대한 향수 때문일까? 이번 책을 읽다보니 짜장면이 너무나도 먹고 싶어서 바로 가까운 중국집에 갔다. 짜장면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마는 혹 차이니즈 레스토랑 신드롬 같은 증세가 있다면 모를까 애 어른 할 것 없이 짜장면은 국민 음식의 반열에 올라 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짜장면을 먹고 나면 속이 더부룩해서 잘 먹지 않았다. 중식당에 가도 주로 볶음밥 종류의 음식을 먹곤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책이 미리 준비해준 침과 식욕 때문인지 정말 오랜만에 한 그릇을 다 비우고도 속이 편안했다. 


짜장면 하면 떠오르는 노래가 있다. 원래 노래 가사가 아니라 개사한 노래인데 시간이 아주 많이 흘렀음에도 가사가 잊혀지지 않는다. 홍수철 님의 '철없던 사랑'을 '철없던 짜장'으로 개사한 노래이다. '철없는 마음으로 짜장면 사먹었지. 맛도 모르는 채 값도 모르는 채 불타는 가슴으로 짜장면 사먹었지. 영원토록 향기로운 우리의 짜장이여. 짬뽕은 싫어 오징어 꼴뚜기가 너무 많아. 그리워져요. 철없던 우리 짜장이 내 사랑 그대 그대여 700원만 꿔주세요. 먹고 싶어요. 철없던 짜장이" 누가 개사를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찾아보니 이 노래가 1985년에 나왔다고 하는데 당시에는 짜장면이 한 그릇에 700원 쯤 했나보다. 요즘은 중식당이 있는 위치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인 것 같다. 또 짜장면에 무엇을 넣고 이름을 어떻게 붙이느냐에 따라 한 그릇에 5천원에서 만 5천원까지도 다른 것 같다. 언제부터인지 저자가 안타까워하듯이 짜장면은 중요한 날 먹던 대접받던 음식에서 그냥 한 끼 대충 때우는 음식으로 전락해 버린 것 같다. 졸업식이나 축하할 날이 있던 날 먹는 짜장면이나 이사하고 나서 먼지가 풀풀 날리는 집에서 대충 신문지를 깔고 급하게 시켜 먹던 짜장면과 당구장에서 배가 고파 허겁지겁 한 두 젓가락 뺏어먹던 짜장면 모두 소중한 추억의 한 장면을 차지하고 있기에 지금처럼 하대를 받을 이유가 없는데도 말이다. 


짜장면이 중식당에서 파는데도 불구하고 원래 중국 음식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중국 본토에 가면 한국식 짜장면을 파는 곳이 없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하지만 저자의 짜장면 추적을 통해서 중국에도 원래 짜장면이 있는데 우리나라에 들어온 화교들이 우리나라에서 장사를 하면서 원래의 짜장면이 시간이 흐르면서 지금 우리가 아는 짜장면의 맛으로 변화된 것임을 알게 되었다. 아무래도 가장 큰 이유가 되는 것은 춘장의 공업화와 면을 뽑는 기술이 수타에서 기계로 변화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처럼 작은 나라가 아니라 중국의 북방과 남방은 기후가 완전히 다르기에 북방의 짜장면과 남방의 짜장면이 다를 수 밖에 없고 그러한 다른 짜장면의 맛이 우리나라에 정착하며 한국식 짜장면을 만들어낸 것이다. 


전세계 어디를 가도 대부분 그 나라의 수도에 차이나 타운이 형성되어 있는데, 우리나라는 독재 정권의 탄압으로 지금의 소공동 중국 대사관 근처에 형성되어 있던 화교들이 흩어지게 되었고 그로 인해 짱깨라는 혐오적인 단어가 탄생된 게 아닌가 싶다. 우리가 무심코 내뱉는 장난 같은 말들이 때론 누군가에게 커다란 상처가 될 수도 있고 결국은 부메랑처럼 우리 자신에게 돌아와 조센진과 같은 비하의 말이 비수처럼 우리 가슴에 박힐지도 모른다. 이러한 반성과 더불어 짜장면을 먹으면 왜 속이 더부룩해질까 저급한 밀가루를 썼기 때문일까 의심해왔는데, 바로 면을 더욱 쫀득하게 만드는 소다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짜장면의 면 색깔이 약간 노란 빛을 띠는 이유는 소다를 만나서 그렇게 때문이며 "소다 많이 들어간 짜장면을 먹으면 위산이 줄어들어 소화가 잘 되지 않고 더부룩한 기분이 들 수 있다(148)"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밀가루 때문은 아니었던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