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레 만드는 사람입니다 띵 시리즈 13
김민지 지음 / 세미콜론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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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지 님의 [카레 만드는 사람입니다]를 읽었다. 세미콜론 띵 시리즈 13번째 책이다. 카레 하면 저자의 책에 나온 것처럼 강황이 듬뿍 들어가서 노란색이 주를 이루는 오뚜기 카레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카레를 그렇게 생각하고 인도에서도 비슷한 카레를 먹지 않을까 지레짐작하곤 했다. 그런데 카레에 고수가 들어가고 향신료 카레로 이렇게 다양한 레시피가 존재한다니 새로운 신세계가 열린 것 같은 느낌이다. 오랜시간 우리나라 음식에 들어간 향신료를 먹어왔음에도 이집트와 이스라엘에서 먹었던 향신료에 대한 역한 기억 때문인지, 향신료에 대한 거부감이 들곤 했다. 그런데 읽다보니 내가 생각보다 향신료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금이야 번화가에 별다방이 한 집 건너 있지만, 불과 15년 전만 해도 다른 프렌차이즈 커피숍과 마찬가지로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는 단계였다. 커피를 즐겨 마시지 않았기에 별다방에 갈 때마다 차이티를 마시곤 했다. 그때는 이름이 타조차이티였는데, 지금은 그냥 차이티라고 부르고 최근에는 아예 메뉴에서도 없어졌다. 하긴 함께 간 사람들 중에 나 말고 그 티를 마시는 사람을 본 적이 없기는 하다. 내가 차이티라떼를 주문해서 마시고 있으면 같이 간 사람이 한 번 맛보고 그 특유의 맛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곤 했었다. 그 특유한 맛을 내는 게 바로 향신료였고, 그 이름은 정향 클로브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이제야 술도 별로 좋아하지 않던 내가 뱅쇼를 마시고 입맛에 참 맞는다고 느꼈던 이유를 알 것 같다. 


와인하면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빼놓을 수 없지만 이탈리아에서는 프랑스나 오스트리아와 같은 나라처럼 좀처럼 와인을 끓여서 마시지 않는다. 그래서 뱅쇼라는 말에 해당되는 이탈리아 단어를 들어본 적이 없다. 독일어는 쓰는 오스트리아에서는 글루바인이라는 말로 끓인 와인을 표현한다. 오래전 12월 말 오스트리아의 추운 도시를 걷다가 우리나라 포장마차처럼 노상매대에서 파는 글루바인을 마셔보게 되었다. 손발이 얼어 덜덜 떨고 있었는데, 따뜻한 와인을 커다란 머그컵에 받아서 후후 불어가며 조금씩 마시자 몸이 따뜻해지다못해 뜨거워지는 게 느껴졌다. 얼굴은 벌개졌지만 추위를 이기고 도심을 더 돌아볼 수 있었다. 요즘은 뱅쇼라는 말이 흔해지고 와인바가 심지어 어느 카페에서도 판매를 하지만 그때만 해도 와인을 끓이면 그 이상야릇한 맛이 나는지 알았다. 알고보니 뱅쇼 곧 글루바인을 만들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여러가지 재료가 들어갔는데, 그 중에 중요한 향신료가 바로 정향이었다. 역시 정향은 나랑 뭔가 잘 맞는 식재료인 것 같다. 


삿포로에서 스프 카레를 맛보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는데, 이제 와서 보니 그 카레도 향신료로 적절한 맛을 구현했던 것 같다. 저자가 지적하듯이 마치 관습적으로 노란 레토르트 카레를 밥에 비벼서 먹는 것이 국률인 것인양 받아들였는데, 카레만큼은 반드시 ‘떠먹파’야만 한다는 지론을 통해 그동안 유난스럽게 비비지 않고 떠먹어왔던 나의 습관이 칭찬받는 기분이었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꼭 저자의 카레집을 방문해 책에 나온 카레를 하나씩 맛보고 싶다. 생각하니 침이 고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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