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 위험한 것이 온다 오늘의 젊은 작가 33
김희선 지음 / 민음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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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선 작가의 [무언가 위험한 것이 온다]를 읽었다. 민음사 오늘의 젊은 작가 33번째 작품이다. 작년 연수 기간 중에 '우주 이야기' 시간이 있었다. 어릴 때는 [과학 동아]를 사서 볼 정도로 우주의 신비에 관심이 많았는데, 언제부터인지 실제로 다가설 수 없는 무한의 크기와 물리적 거리감 때문인지 소원해져서 아예 관심으로부터 멀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오랜만에 그 신비로움과 새롭게 발견된 과학적 사실들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하지만 결국 우주의 기원과 팽창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지다가 진화론과 창조론이 소급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인간의 진화론을 주장하는 강사의 논리에 결국은 영혼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었다. 완전한 자연진화론의 신봉자라 할지라도 대체 언제 어느 순간에 인간을 인간다운 객체로 인정할 수 있는 영혼이 주입되는 것인지 명확하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대체 어느 단계에서 여타의 동물과는 다른 존재로서의 가치가 정립되는 것일까? 인간이 보노보 원숭이와 유전적으로 98%의 같은 구조를 갖고 있다 하더라도 원숭이를 사람으로 만들 수는 없다. 결국 인간의 영혼을 인정하게 되면 원숭이와 인간은 존재 순간부터 본래적으로 다른 존재임을 부정할 수 없게 된다. 


사실 인간의 영혼에 대한 철학적 고민은 아주 오래전부터 지속되어 왔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송과선을 처음 언급한 철학자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유명한 철학적 명제를 남긴 데카르트이다. 


"예로부터 영혼이 안주하는 기관이 어디인가를 두고 많은 이들이 서로 다른 두 개의 주장을 펼쳐 왔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본래 영혼은 인간의 심장에 거주한다고 믿어져 왔다. 가장 오래된 벽화 중 하나인 피라미드의 그림을 보아도, 아누비스가 손에 움켜쥐고 있는 것은 피가 뚝뚝 떨어지는 죽은 자의 심장이다. 저승에 옷ㄴ 그 개는, 사자(死者)의 영혼의 무게를 재기 위해 (그리하여 그가 지은 죄의 무게를 가늠하기 위하여) 심장을 천칭에 올려놓는다. 

그러나 이 오래된 믿음은 계몽 시대에 이르러 흔들리기 시작했다. 영혼은 과연 어디에 머무는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데카르트는 두뇌 안쪽 깊숙한 곳에 위치한 '송과선'이라는 기관에 주목했다. 인체의 모든 기관이 좌우 대칭을 이루며 각각 두 개씩 쌍을 이루는 데에 반하여 송과선은 뇌의 중심에 있으며 단 하나만 존재한다는 데서, 그는 영혼이 솔방울 모양으로 생긴 이 작은 기관에 담겨 있을 거라고 추측했다.(125-126)"


극동리라는 가상의 공간을 배경으로 쓰여진 이 소설은 어떤 이상한 방법으로 인간의 영혼이 다른 사람에게 이동할 수 있게 되고, 그러한 실험에 이용된 사람들은 빈 껍데기만을 가진 채 살아가게 되는 SF적인 요소가 담겨 있다. 노이균 회장을 비롯한 인간의 영혼을 마음대로 좌지우지 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 이들은 이만호와 같이 그들에게 저항하는 무리들을 소탕하려고 하고, 그들의 갈등을 우연히 알게 된 김영주와 최와 같은 기자들은 서서히 그들의 비밀에 접근하게 된다. 그런데 극동리는 단순히 노이균과 같은 무리가 실험을 자행하는 장소만이 아니라 <배틀 온 마스>라는 이름의 화성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를 찍는 세트장이 되어 극동리 주민들이 빈 껍데기가 되는 상황을 영화 속 스토리와 절묘하게 짝을 이루게 된다. 지역 발전이라는 이름으로 영화 세트장을 짓고 바이오 산업을 육성시킨다는 미명아래 폐기물을 몰래 들여와 주민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이들은 극동리 주민들의 영혼을 갉아먹기 시작한다. 


<배들 온 마스>의 주인공 최가 화성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을 조사하러 갔다가 결국은 화성에 거주하는 모든 이들이 어떤 미지의 존재에 의해 머리 속이 다 전염되어 자신이 아닌 존재가 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장면은, 소설 속의 최라는 기자와 모습과 절묘하게 오버랩된다. 인간의 영혼을 마음대로 쥐락펴락 할 수 있다는 SF적인 요소가 삽입된 상상 속의 이야기이지만, 비단 그런 능력이 절대로 존재할 수 없는 현재의 세상 속에서도 우리는 갖가지 치졸하고 편협한 방법으로 타인의 영혼을 농락하는 일들을 그저 방관하며 살아온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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