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또 무슨 헛소리를 써볼까 - 책상생활자의 최신유행 아포칼립스
심너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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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너울 작가의 [오늘은 또 무슨 헛소리를 써볼까]를 읽었다. 저자의 이전 작품을 하나도 읽지 못했지만 제목만으로도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특히나 에세이만 써온 무명의 작가가 아니라 소설을 발표했던 아주 젊은 소설가가 스스로 이런 제목을 용납했다는 사실이 흥미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또한 표지 그림은 꽤나 현실감 있게 절묘해 이야기 속 내용의 대한 궁금증을 유발시켰다. 그런데 막상 읽다보니 글쓰기를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의 처절한 자기 투쟁의 역사를 낱낱이 고백하고 있어서 조금 놀랍기도 하고 이렇게까지 솔직해도 되는 것인가란 우려의 마음 또한 들었다. 그런데 저자가 전해주는 꼰대의 나이에 이르러서는 쉽게 도달하지 못하는 영역의 업데이트를 아주 손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서 설명하기에 오히려 저자의 솔직함이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이 아닌가 싶다. 


정기적으로, 규칙적으로 어딘가에 칼럼에나 에세이 혹은 발표문을 작성해야 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공감할 것 같은데, 바로 PC 화면에서 깜박거리는 커서를 뚫어지게 응시하며 멍을 때리는 순간이다. 그러한 순간은 순백의 MS워드와 한글 프로그램의 화면에 글자로 가득 채워 프린터 명령어를 누르거나 첨부파일 메일을 보내는 시간이 닥쳐오기까지 나의 목을 죄어 오는 듯한 압박감을 느끼게 해 준다. 더군다나 글을 쓰는 사람인 전업 작가로 생계를 이어가려고 하는 이들에게는 아마도 소수의 천재적인 작가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고뇌의 시간을 충분히 채웠을 것이다. 그렇게 스스로를 닥달하고 낭떠러지까지 몰아세워 한 방울의 수분까지 짜내어 나온 한 페이지가 쌓인 책이 어마어마한 부귀영화를 가져다 준다면 그렇게 고통스러울 만한 가치가 있다고 동조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저자가 스스로 고백하듯이 연봉 2,500원 정도의 벌이를 목표로 삼고 있다고 한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그 정도의 연봉은 결코 높은 수준이 아니며 가족을 부양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라고 그저 월세로 자신의 한 몸을 돌볼 정도 되는 수준이다. 그러니 저자의 목표는 너무나도 현실적이고 우리가 아무리 작가는 아무나 하는게 아니라는 입에 발린 칭찬을 반복한다 하더라도 그들의 삶은 너무나도 쉽게 궁핍해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아마도 효율성을 따지고 좀 더 생산적인 일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라면 베스트 셀러 작가가 될 게 아니라면 다른 일을 택하는 게 낫지 않겠느냐고 쉽게 말할 수 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저자는 오래 현인들의 가르침인 한 우물을 파야 한다는 전통적인 이론을 가볍게 건너 뛰고 멀티태스킹을 즐기며 글쓰는 삶을 이어가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의 글쓰기는 약으로도 해결될 수 없는 성인 ADHD를 극복해나가는 길을 제시하고 있다. 글쓰기는 단지 생계의 수단으로, 세상에 이름을 알리기 위해 수단으로만 용납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치유할 길로, 그리고 그 솔직한 고백을 읽는 이들에게 남들과는 다르지만 자신이 선택한 길에 대한 자신감을 갖을 수 있도록 용기를 불어넣어주고 있다. 


특히나 저자가 전해주는 핫한 이슈거리들에 대한 해석은 좀처럼 포털뉴스 기사를 통해서도 접하기 힘들고 이해하기 어려웠던 소재들을 재미있으면서도 분석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곽재식 작가가 추천의 말에서 언급했듯이 SNS의 알고리즘 광고에 대한 글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새로운 시선을 일깨워주었다. 


"시간이 갈수록 실력만 오르는 게 아니라 작품을 즐기는 식견, 감식안도 성장한다. 그 성장의 방시근 판이하게 다르다. 감식안은 전문적인 선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연속적으로 꾸준히 상승하는 듯하다. 반면에 실려근 불연속적인 계단형 그래프를 그리면서 늘어나는 것처럼 느껴진다. 도저히 넘어설 수 없는 벽 앞에서 온갖 고뇌를 곱씹다 보면 갑자기 그 벽이 허물어지는 순간이, 5년에 한 번쯤은 오는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감식안과 실력의 차이, 그 면적이 오롯한 질투와 고통으로 화한다. 나는 정말 훌륭한 작품들을 즐길 수 있는데, 정작 그 작품을 만들어낼 능력이 없어! 물론 감식안은 항상 실력보다 더 높은 선을 유지하기 때문에 고통이 발생하지 않는 순간은 없다.(40-41)"


"'입은 재앙을 불러오는 문이고 혀는 몸을 토막 내는 칼'이라는 유명한 문구에서 틀린 구석을 찾아내기 쉽지 않았다.(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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