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헤미안 랩소디 - 2014년 제10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리커버 개정판
정재민 지음 / 나무옆의자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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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민 작가의 [보헤미안 랩소디]를 읽었다. 퀸의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2018년에 개봉되어 꽤나 큰 인기를 누렸고 이미 오래전 노래임에도 다시 한 번 퀸의 저력을 느낄 만큼 꽤나 자주 들려왔다. 이 소설이 영화 개봉 이후에 출판되었다면 영화와 노래의 인기에 힘입어 같은 제목을 쓰지 않았을까 생각했겠지만, 개정판 이전의 출판은 이미 2014년에 이루어졌기에 저자가 아주 오래전부터 퀸의 노래를 좋아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책의 제목이면서도 소설 한 가운데에 추억의 턴테이블 또는 늘어지도록 들은 공테이프에 녹음된 노래로 빈번히 등장한다. 그리고 노래 가사까지도 인용되어 소설의 복선을 암시한다. 

개정판을 내며 저자가 추가적으로 쓴 앞부분을 읽게 되면 소설의 내용이 대충 그려지며 자발적인 스포일러의 경향이 농후해서 김이 새는 기분이 적지않게 들지만, 오히려 그래서 그런지 소설 속의 말도 안되는 일들이 어쩌면 정말로 저자가 판사로서 겪은 억울하고도 원통한 일이 아닐까란 의구심을 폭증시켰다. 소설 속의 주인공은 저자처럼 역시 판사이다. 하지환 판사는 그의 고향인 신해시로 내려가서 추억을 더듬다 대학 후배를 만나게 되고 고향집에서 우연히 엄마와 함께 찍은 사진을 본 후배는 돌아가신 엄마가 류마티스 관절염을 앓은 사람의 손가락이 아닌 것 같다는 황당한 얘기를 듣게 된다. 후배의 이야기가 귀에 맴돌던 지환은 신해성모병원을 찾아 엄마를 진료했던 우동규라는 류마티스 전문의를 만나게 되고 그에게서 류마티스 환자도 아닌 퇴행성 관절염 환자에게 오랜 시간 항류마스티제를 투여했다는 고백을 듣게 된다. 격분한 지환은 우동규가 제대로 된 처벌을 받기 위해서 동분서주하지만 든든한 뒷백이 있었던 우동규를 처벌하기란 쉽지 않은 어이없는 현실이 묘사된다. 

소설속에 나오는 우동규란 인물은 자신의 말을 동전 뒤집듯이 손쉽게 바꾸는 야비하고 비열한 인간의 전형으로 나온다. 자신이 이뤄놓은 부와 명성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어떤 방법도 가리지 않고 사용하여 자신의 치부를 알고 있는 이를 매장시키려 하는 극악무도한 인물로 나온다. 하지만 우동규가 그렇게 철면피의 행동을 서슴치 않고 행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의 잘못을 알고도 눈감아 주는 법원의 관행이 한 몫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어떤 죄를 지은 사람이든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판결이 내려지기 전에는 그를 범죄자로 간주할 수는 없겠지만 그가 행한 거짓말과 악행이 너무나도 뻔하게 증거로 남아 있음에도 그를 변호하는 이들이 만들어내는 기막힌 핑계들은 그들만의 논리를 내세우며 지환의 분노를 부추겼다. 

지환이 판사라는 직함을 갖고 있음에도 속수무책으로 우동규의 계략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며 힘없는 사회적 약자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자주 억울한 일을 겪게 될지 감히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과연 법이 정말로 정의를 제대로 실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인지, 아마도 요즘 사람들은 더더욱 깊은 회의를 갖지 않을까 싶다. 지환은 우동규의 법적 처벌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할 것을 알게 되자 분노에 휩싸이게 되고 정신분석학의 도움을 받게 된다. 지환의 내면적 두려움은 아주 어린시절부터 형성된 엄마와의 분리불안에서 시작되고 소중한 이들의 죽음을 경험하며 이별은 곧 죽음이라는 등식으로 말미암아 자신을 힘들게 하는 연인과도 이별하지 못했음을 깨닫게 된다. 지환은 두려움과 상처를 극복하는 심리적 상담을 통해 자신의 근본적인 문제를 파악하게 되고 민사 소송을 통해 어느 정도의 보상을 받게 된다. 하지만 지환은 그의 어린 시절 친구를 통해 조금은 과격하고도 반전인 일을 저지르게 된다. 과연 그가 말하는 정의란 무엇일까.

“진정한 사랑과 사랑에 빠지는 것은 본질이 달라요. 진정한 사랑은 상대를 정신적으로 성장시키고 확장시키는 것이죠. 반면 사랑에 빠지는 것은 과거에 강렬한 흥분을 일으킨 심리적 패턴에 빠지는 것에 불과해요. 진정한 사랑을 하는 것은 꾸준히 근육 운동을 하는 것처럼 힘든 일이지만 사랑에 빠지는 데는 마약에 빠지는 것처럼 아무런 노력이 필요치 않죠. 정신적으로 홀로 설 힘이 부족해 타인에게 의존하는 것을 사랑으로 착각하는 경우도 있죠. 이런 사람들은 늘 외로움과 허기를 느끼면서 다른 사람의 사랑을 구걸하는 데만 급급해요. 이들은 상대를 죽을 만큼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상대에게 기생하려는 것에 불과하죠.(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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