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엔딩 (양장)
김려령 외 지음 / 창비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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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엔딩]을 읽었다. 김려령 “언니의 무게”, 배미주 “초보 조사관 분투기”, 이현 “보통의 꿈”, 김중미 “나는 농부 김광수다”, 손원평 “상상 속의 남자”, 구병모 “초원조의 아이에게”, 이희영 “모니터”, 백온유 “서브” 이렇게 8명의 기성 작가들의 후속편 혹은 프리퀼에 해당되는 이야기 모음이다. 작가들의 전작을 읽었다면 더욱 이해가 잘 되고 이야기의 흐름을 금방 따라잡을 수 있다. 마치 전작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실제로 지금도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것처럼 어디선가 작가들이 그들의 삶을 엿보고 있다가 독자들에게 그들의 새로운 삶의 이야기를 전해주는 것만 같다. 어차피 ‘두 번째 엔딩’이라는 제목으로 모아진 새로운 이야기의 주인공들도 전작의 소설들과 연관성이 있다하더라도 다 창조된 인물에 불과한데도 말이다. 


드라마와 영화를 보고 있다보면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곤 한다. 짧은 시간 안에 이야기를 전개해야 하기에 중요한 사건들만 나열되고 극적 긴장감을 야기시키는 대사들이 주를 이루지만 주인공들이 갈등을 사건을 겪는 시간 이외에 그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다. 아마도 어떤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 일상적인 면을 영화와 드라마에 내보낸다면 무척이나 지루하고 도대체 이런 걸 왜 편집하지 않았느냐고 시청자의 입장에서 화를 낼지도 모르겠다. 소설 또한 마찬가지여서 주인공들의 내면 묘사와 정황들이 드라마와 소설보다 더욱 세밀하고 농밀하게 표현되어 있다 하더라도 그들의 모든 일상들을 구구절절이 늘어놓지는 않는다. 그랬다가는 아마 벽돌책 정도가 아니라 수백, 수천권의 전질로도 부족할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지난 장편 소설을 읽고 남겨진 여운을 채워주기라도 하듯이 짧은 단편 소설들은 소설 속 주인공들의 숨겨진 일상을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작가들이 창조해 낸 가상의 인물이 아니라 내가 모르는 곳 어딘가에서 나처럼 묵묵히 일상을 살아내고 있지는 않을까란 막연한 상상을 해본다. 


“- 아니, 그런 답 말고... 형, 나 그동안 형한테 한 번도 물은 적 없어. 그럴 용기가 없었거든. 근데 알아야겠어. 알고 싶어. 만약... 만약 그날로 다시 돌아가면 어떻게 할 거야? 

이미 눈물이 차오르는 걸 느끼면서도 나는 고집부리듯이 물었다. 오늘만큼은 끝까지 답을 듣고 싶었다. 그 아이에게 내주지 못한 답을 나도 알아내고 싶었다. 형은 쓰게 웃었다. 

-있잖아, 이미 일어나 버린 일에 만약이란 건 없어. 그건 책임지지 못할 꿈을 꾸는 거나 마찬가지야. 하지만 한 가지는 말할 수 있지. 어떻게 하든 누군가는 아프게 된다고. 

형이 나를 바라봤다. 

-반대로 말하면 누군가는 기쁘게 되는 거야. (184-185)”


우리 삶에 벌어질 수 밖에 없는 불행한 일들이 있다면, 그 불행의 결과로 떠맡아야할 엄청난 삶의 부채를 타인을 대신하여 짊어지고 갈 자신이 있는지? 그러한 선택의 갈림길에서 나의 불행으로 타인이 기뻐할 수 만 있다면 나는 과연 심장이 바라는 용기 있는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인지? 손원평 작가는 침대 위에 누워 몇 마디 말도 하기 힘든 삶을 선택한 형의 모습을 통해 증오와 분노에 가득찬 동생이 결국은 형의 선택으로 살아난 소녀가 누구가의 생명을 살리는 모습을 바라보게 만든다. 우리 삶은 이렇게 돌고 돌아 나와 너에게 연결될 수 밖에 없는 것은 아닌지..


“그의 마음속에는 이시아가, 시와의 마음속에는 벽안인이, 흉터처럼 남아 있다는 사실을. 그들은 가끔씩 오래된 흉터가 비바람에 쑤시거나 꿈틀거릴 때 그것을 어루만지는 공조자의 삶을 선택했다는 것을.(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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