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박완서의 부엌 : 정확하고 완전한 사랑의 기억 띵 시리즈 7
호원숙 지음 / 세미콜론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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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원숙 작가의 [엄마 박완서의 부엌: 정확하고 완전한 사랑의 기억]을 읽었다. 세미콜론 띵 시리즈 7번째 책이다. 박완서 작가의 10주기를 맞이하여 그녀의 딸이 엄마를 기억하며 추억속에 저장된 음식과 저자만이 알 수 있는 엄마 박완서의 작품 속 이야기를 전해준다. 너무나도 유명한 작가였기에 작품에만 몰입하여 자녀를 돌보는 일이나 음식을 만드는 일에는 무관한 삶을 살지 않았을까 생각할수도 있지만 저자가 전하는 엄마 박완서 작가는 자식을 사랑하고 누군가의 딸이자 며느리인 보통 사람의 삶을 충실히 살아낸 분으로 보인다. 그런 모든 일을 소홀히 하지 않으면서도 어떻게 그 많은 작품을 써낼 수 있었을까? 그리고 저자가 이렇게 다양한 음식의 추억을 재생시킬 수 있는 것은 유년시절부터 엄마의 사랑이 가득 담긴 음식의 스토리와 맛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사람들은 저마다 추억의 음식이 있다. 특별히 고통스럽고 어려운 시절에 먹었던 음식이나, 이제는 더 이상 맛볼 수 없는 엄마의 손맛이 담긴 음식이나, 우연히 그리고 갑작스럽게 처음 접한 음식 등등. 반드시 먹기 위해서는 사는 것은 아니지만 상당 부분 우리는 먹는 것에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또 많은 경우 좋은 것을 먹기 위해 열심히 일하기도 한다. 그래서 가장 흔히 내뱉는 말. "이게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 뒤에 붙은 줄임표에는 분명 우리가 하는 모든 행위의 의미가 먹는 것에 가치를 부여하지 않는다면 부질없는 짓처럼 여겨지기 때문은 아닐까. 누군가를 부양한다는 것은 입에 풀칠하기 위해서 부단히 몸을 움직여야만 했던 가난한 시절이나 고급 양식점에서 칼질을 하는 것을 꿈꾸던 시대를 거쳐 먹방이 난무하는 오늘까지도 동일한 의미로 나의 노동이 가지는 최상의 가치는 바로 사랑하는 사람의 입에 먹을 것을 넣어주는데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를 위해 누군가 준비해 준 음식은 밥 한톨이라도 하찮게 여겨서는 안되며 부지런히 젓가락을 놀려 놓여진 반찬을 입속으로 가져가야 한다. 시간이 갈수록 끼니를 때우는 것 자체가 어느 누군가에게 감사하는 시간이 되어야 할 것이고 그로 인해 나의 삶이 한 시간 하루 연장되는 것임을 잊지 않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얼마전 넷플릭스에서 세계의 풍미를 보여주는 영상에 백합이라는 게 있기에 찾아보았더니 조개류의 백합이 아니고 백합꽃의 구근을 캐 구워 먹는 것이었다. 해발 2,000m의 고지에 있는 마을이었는데, 하얀 구근이 불에 들어가 꽃처럼 피어오르듯이 익고 그걸 아이가 호호 불면서 먹는 장면이었다. 백합은 꽃이 하얗다는 뜻이 아니라 하얀 뿌리가 비늘처럼 켜켜이 모여 있어 붙은 이름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세상은 넓고 먹을 것은 천지이다. 보는 것만으로도 신기했다. 꽃의 뿌리를 먹다니. 그것도 고원지대에 드넓은 평야에다 백합을 심어 풍미가 특별한 농산물로 소득을 올리고 있었다. 꽃은 흰색이 아니라 주황색이었고 우리는 그냥 나리꽃이라 부르는 종류였다.(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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