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부아르 오르부아르 3부작 1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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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르 르메트르의 [오르부아르]를 읽었다. 오랜만에 벽돌책을 읽었다. 촘촘한 자간과 줄간격으로 시작부터 과연 다 읽을 수 있을까라는 막막함이 밀려왔지만 얼마되지 않아 그것이 쓸데없는 기우였음을 알게 되었다. 얼마 전 [사흘 그리고 한 인생]을 읽고 피에르 르메트르에게 큰 매력을 느끼고 그의 또 다른 저작들을 살펴보니 예전에 서점에서 보았던 제목이 떠올랐다. ‘오르부아르’는 무슨 뜻일까 무심코 넘어갔었는데, 원 제목은 [Au Revoir La-Haut]로 ‘천국에서 다시 만나자’라는 뜻이다. 분량이 상당하다 보니 등장인물이 무지 많아서 이름이 헷갈리지 않을까(러시아 작가들의 책이 주로 그렇듯이) 걱정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주인공은 알베르 마야르와 에두아르 페리쿠르 두 명의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프랑스 청년이다. 그리고 두 청년의 비극의 도화선 역할을 했던 악역 앙리 도네프라델, 에두아르의 아버지 페리쿠르 씨, 에두아르의 누이 마들렌 페리쿠르가 주요 인물이다. 

알베르와 에두아르는 제1차 세계대전 종식을 열흘 앞두고 야망에 불타는 프라델 대위의 계략으로 갑작스런 전투에 참가하게 된다. 알베르는 적진으로 직격하던 도중 독일군에 의해 죽음을 당했을 것이라 생각한 첩보병 두 명이 프라델 대위 때문에 죽게 된 것은 아닐까란 의문을 갖게 되고 그 모습을 뒤편에서 지켜보면 프라델은 자신의 추악함이 드러날까 두려워 알베르를 포탄이 터져 생긴 구덩이에 밀쳐넣게 된다. 구덩이 근처에 또 다른 포탄이 터지며 모래 더미가 구덩이를 덮게 되고 알베르는 서서히 죽음에 가까워진다. 전투 중 다리에 총을 맞은 에두아르는 그래도 살아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퇴각하던 도중 구덩이 위에 총부리 올라온 것을 보고 그 안에 누군가 생매장 당한 것은 아닐까 구덩이를 파내기 시작하다. 에두아르의 도움으로 구사일생한 알베르. 하지만 그 순간 포탄의 파편이 에두아르의 하관을 날려버리게 된다. 이렇게 에두아르와 알베르의 인연은 시작된다. 

에두아르로 인해 살아난 알베르는 에두아르를 살리기 위해 극진한 간호로 보살피지만 에두아르는 고통 속에 울부짖는다. 프라델의 방해로 후송조차 되지 못하고 죽을 위기에 처한 에두아르는 가족에게 특히 아버지에게 자신의 처지를 알리기를 거부하고 결국 알베르는 극도의 긴장 속에서 신분을 바꿔치기 한다. 에두아르에게 외젠 라리비에르라는 이미 죽은 병사의 이름을 전해준다. 새로운 이름을 가진 에두아르, 그리고 에두아르의 가족에게 그의 전사 소식이 전해진다. 알베르는 양심의 가책을 느끼며 에두아르의 가족에게 그가 얼마나 용맹한 군이이었는지 알리는 편지를 보내는데, 에두아르의 누이 마들렌은 에두아르의 시신을 찾고 싶어 알베르가 가장 두려워하던 프라델 대위와 함께 비밀리에 시신을 찾고자 찾아온다. 이 일을 계기로 프라델과 마들렌은 결혼하게 되고 엄청난 야심을 가진 프라델은 대단한 부호인 장인 페리쿠르 씨의 힘을 빌려 무너진 가문을 재건시키려고 한다. 프라델이 마들렌과 결혼하며 정재계의 비호를 받으며 시작한 사업은 제1차 세계대전에서 죽고 여기 저기에 묻힌 조국의 전사들을 위한 묘지 조성 사업이었다. 국가적인 시책으로 도움을 받으며 승승장구하던 프라델은 막대한 수익을 올리기 위해 각종 비리를 저지르기 시작한다. 160-180cm의 군인들의 시신을 130cm의 관에 구겨넣으려 했던 것이 단적인 예이다. 

프라델의 욕심이 지나쳐 여러 잡음을 내던 차에 정부에서 파견된 늙은 관리 조제프 메를랭의 의해서 그의 죄목이 낱낱이 밝혀지게 되고 프라델은 사면초가에 몰리게 된다. 이와 동시에 모르핀과 헤로인으로 삶의 활력을 이어가던 에두아르는 갑자기 알베르에게 죽은 병사들을 위한 기념비 사업을 벌이자고 말한다. 알베르는 소심한 윤리적 사고로 반대하지만 에두아르는 일사천리로 사업을 전개시키려고 한다. 결국 알베르와 에두아르는 카달로그를 만들어 엄청난 할인을 해주는 혜택을 빌미로 전국 각지의 지방 단체에 다양한 장면을 묘사한 기념비 제작을 홍보하고 선입금을 받게 된다. 

소설의 마지막에 이르러 마치 권선징악의 해피엔딩처럼 프라델의 죄값을 치르게 되지만 뒤늦게 아들에 대한 사랑을 깨달은 페리쿠르 씨와 에두아르의 비참한 만남은 가슴을 아프게 만든다. 알베르와 에두아르의 사기극은 용서받을 수 없는 잘못이지만 그들의 청춘과 온 삶을 송두리째 앗아가버린 전쟁을 일으킨 자들의 만행은 도대체 누구에게 단죄받아야 하는 것인지 허탈함만을 남긴다. 불과 100년 전에 실제 일어났던 사건들과 작가의 만들어낸 허구가 뒤섞여 추리소설과도 같은 긴장감을 자아내지만 순수 문학과도 같은 인물에 대한 심리 묘사와 정황들은 피에르 르메트르만이 가진 고유한 매력이 아닌가 싶다. 전쟁의 참혹함이 남긴 엄청난 후폭풍의 과제들을 나약하고 상처받은 인간의 모습으로 간신히 회복해나가려 부단히 노력했던 이들이 있었기에 오늘날 이렇게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은 아닌지 감사하게 된다. 작가가 억울한 죽음을 당했던 장 블랑샤르의 말 “신께서 우릴 다시 만나게 해주시길 바라는 하늘에서 만나요. 나의 사랑하는 아내여, 천국에서 다시 봐요.”를 계기로 소설을 쓰게 된 것처럼, 억울한 죽음과 희생의 삶을 살아온 이들의 넋을 기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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