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뜨는 나라의 공장 무라카미 하루키 에세이 걸작선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난주 옮김, 안자이 미즈마루 그림 / 문학동네 / 201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무라카미 하루키의 [해 뜨는 나라의 공장]을 읽었다. 벌써 30여년 전에 쓰여진 내용이기도 하거니와 각종 공장 견학에 대한 내용이다보니 지금과는 참 많은 것이 달라졌구나라는 생각과 더불어 일본이 이 당시에는 우리나라보다 여러 모로 발전해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에도 공장 견학 프로그램이 많은지 모르겠지만 일본 여행 중에 맥주 공장 견학 프로그램이 많이 들어가 있는 것 같다. 그래봤자 어차피 마지막에 가서 갓 나온 시원한 맥주 한잔을 마시는 걸로 귀결되지만 말이다. 아일랜드 더블린을 갔을 때에는 기네스 팩토리에서 검은 맥주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았다. 입장료가 생각보다 비쌌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그래도 일본에서의 이해할 수 없는 일본어보다 영어로 쓰여진 기네스 팩토리가 더 인상적이었다. 기네스 맥주는 마지막에 맥주잔에 쌓이는 하얀 크림이 압권인데 견학을 끝내고 마지막 맥주바에서는 생맥주 기계로 맥주를 따르는 방법을 실습해 본다. 한명씩 자신이 마실 잔을 가지고 생맥주 기계에 여느 방법처럼 앞으로 당겨 4분의 3지점까지 따르고 잔을 가만히 나둔다. 시간이 조금 흐른 후에 기계의 레버를 반대로 누르면 하얀 거품 크림만 나와 흑맥주 위를 눈쌓인 것처럼 예쁘게 덮어버린다. 내가 만든 기네스 생맥이라고 하니 뭔가 재미있고 기특하게 여겨져 얼굴이 벌개짐도 무시하고 한 잔을 시원하게 들이킨 기억이 난다. 기네스 맥주는 다른 유럽지역은 물론이고 더블린을 제외한 다른 도시에서 마시는 것과 더블린에서 마시는 맛의 차이가 상당히 크다고 하는데 나는 잘 모르겠다. 그리고 철분을 꽤 많이 함유해서 임산부도 마실 수 있다고 하는데 그건 서양인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닐런지 모르겠다. 아무튼 기네스 맥주는 생맥으로는 누구나 쉽게 하얀 크림 거품을 만들 수 있지만 문제는 캔으로 포장하여 판매할 때 생겨났다. 다른 맥주는 캔으로 포장해서 판매해도 큰 차이가 없었지만 기네스는 크림 거품이 생명이기에 일반 캔 포장으로는 그 거품이 생겨나지 않았다. 수차례의 실패 이후 기네스 생맥주는 캔 안에 질소가 들어간 구슬을 넣어 캔을 딱 하고 여는 순간 구슬에서 질소가 터져나와 생맥주때와 마찬가지로 크림 거품이 생성되도록 만들었다고 한다. 그야말로 신의 한 수 인셈이다. 

하루키와 미즈마루 동행은 1986년 일본의 여러 공장들을 견학한 후의 이야기를 전한다. 인체모형을 만드는 공장, 마치 신혼부부를 양산해내는 공장같은 결혼식장(일본의 결혼식 문화는 우리나라보다 더 허례허식이 심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다양한 요식행사가 많이 들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우개 공장, 경제동물이라고 표현한 소를 증식하는 공장(아마도 지금처럼 동물권이 주장되는 시기라면 이런 견학은 좀처럼 받아들이기 힘들지 않았을까 싶다. 지금 환경오염 및 동물 학대로 심각히 문제가 되는 것 중의 하나라 공장식 축산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일본도 이 당시에는  별 생각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긴 그렇다고 지금 우리나라에서 공장식 축산이 줄어들거나 규제를 받는 것으로 보이지도 않기에 이것은 전세계적으로 큰 문제로 지속될 것이지 않을까 싶다.), 콤데가르송이라는 일본 옷 상표 공장, 하이테크 CD 공장(콤팩트 디스크가 나왔을 때에는 그야말로 혁명과도 같은 반응이었고, 뒤 이어 저장이 가능한 CD는 여러모로 쓸모가 있어 좋았다. 그런데 이제는 그마저도 별로 상용화되지 않고 가볍고 작은 USB저장 장치나 아예 클라우드로 변모되어가니 앞으로는 또 어떤 변화가 다가올지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아무튼 본문에서 커다란 LP판을 사용하던 사람들인 손바닥만해진 CD를 어떻게 사용하는가를 묻는다는 내용에서는 정말 옛날 얘기를 읽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가발을 만드는 아데랑스 공장(가발은 아마도 전 인류가 대머리에 대해 편견없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날이 올때까지 지속될 사업이 아닐까 싶다.)을 방문하여 이것 저것 살펴보며 공정에 대한 묘사를 전해준다. 하루키의 생동감 넘치는 묘사와 더불어 미즈마루의 장난끼가 가득 담긴 삽화들을 보며 혼자 키득키득 웃게 만드는 부분이 많았다. 

“일종의 공장인 결혼식장, 혹은 ‘결혼식장’이란 이름의 공장에서 사용하는 원료는 다름아닌 신랑 신부로 불리는 한 쌍의 남녀이며, 그 기계적 추진력은 전문적 노하우와 숙달된 서비스, 주된 부가가치는 감동(좀더 소극적으로 표현하면 정서의 고양), 그 수요를 뒷받침하는 것은 세상 일반의 ‘관례, 상식, 습관’이다. 그런식으로 결혼식장에서는 오늘도 흉일만 아니면 한 회 또 한 회, ‘의식’이라는 이름의 휘황찬란한 상품이 생산되고 있다.(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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