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 : 치즈 맛이 나니까 치즈 맛이 난다고 했을 뿐인데 띵 시리즈 5
김민철 지음 / 세미콜론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김민철 작가의 [치즈: 치즈 맛이 나니까 치즈 맛이 난다고 했을 뿐인데]를 읽었다. 세미콜론 띵 시리즈 5번째 책이다. 좋아하는게 뭐냐고 물으면 바로 답할 수 있는 명징한 기호가 있다면 그것 또한 복이라는 생각이 든다. 저자의 치즈에 대한사랑은 우리나라 5대 음식에 넣어야 마땅하지 않느냐고 주장할 만큼 강력하고 설득력있게 다가온다. 맨 마지막 장에서 예로 든 16가지의 치즈를 한 번 맛보고 싶다는 충동이 생길 정도로 치즈에 대한 열렬한 애정을 가독성 넘치게 표현했다. 술술 넘어가는 책장은 허기를 몰고 오고 어딘가 고즈넉한 곳에서 좋아하는 사람과 와인잔을 기울이며 예쁘게 플레이팅 된 치즈를 맛보고 싶은 생각도 들게 만든다. 

저자가 어찌하다보니 치즈에 대한 이야기보다 여행기가 되어버리는 듯한 느낌이 든다고 말하며 치즈에 대한 얘기를 하다보면 어쩔 수 없이 유럽에 대한 기억을 떠올릴 수 밖에 없다는 말에 적극 공감이 된다. 어느덧 라떼는 말이야의 세대가 되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치즈에 대한 첫 기억은 그저 그냥 느끼한 외국 발효 음식이라는 생각만 있었다. 그래도 간혹 햄버거에 들어간 치즈를 먹을 때는 그다지 거부감 없이 먹곤 했는데, 막상 이탈리아에 머물려 먹게 되는 치즈는 생각보다 강력해서 처음에는 거부감부터 들곤 했다. 한동안 쳐다보지도 않고 코를 들어막던 치즈가 어느 순간 고소히 느껴질 때가 있었다. 외국 사람이 김치를 좋아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거나 아예 맛을 들이지 못하는 것처럼 외국 음식을 즐긴다는 사람들도 막상 열흘 이상 해외 여행을 하면 치즈가 들어간 음식에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게 된다. 식습관이라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문제이다. 

몇 년 전에 업무와 더불어 다시 방문하게 된 이탈리아에서 당일치기 와이너리 투어를 다녀오게 되었다. 저자의 책에도 나오는 토스카나 지역의 피엔차라는 곳이었는데, 그곳은 와이너리 뿐만 아니라 pecorino 치즈가 꽤나 유명하다고 했다. 페코리노는 염소를 말한다. 염소젓으로 만든 치즈라니 더군다니 그 지역에서는 tartufo(트러플, 송로버섯)가 많이 발견되는 곳이라 트러플이 들어간 페코리노 치즈를 맛볼 수 있었다. 가이드의 설명이 끝나고 자유시간이 주어져 치즈를 사러 어느 가게에 들어갔다. 할머니 한 분이 친절히 맞이해주셨는데, 내가 이탈리아어로 페코리노 치즈를 달라고 주문하자 무척 놀라며 잠깐 동안 대화를 나누었다. 대화랄게 어디서 왔느냐, 요즘 여기 날씨가 어떻다, 이 치즈가 맛이 있다 등등 간단한 대화였는데, 할머니는 내게 이탈리아어를 아주 잘한다고 칭찬까지 덤으로 해 주셨다. 치즈를 사고 나오며 이런 칭찬을 공부를 할때 들었더라면 그렇게 기죽지 않고 지낼 수 있었을텐데 라는 아쉬움이 밀려왔다. 아무튼 여행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 고이고이 포장해 온 치즈를 가까운 이들과 함께 와인을 마실 때 꺼내 장황하게 설명을 했지만 그들의 무덤덤한 반응이라니, 쩝! 그래도 지금은 그때가 몹시도 그립다. 편하게 지인들을 만나던 때가...

“외국을 여행할 땐 마음 놓고 피신할 음식이 필요하다. 여행은 상상이 아니라 현실이고, 그 현실은 때론 냉정하고, 대체로 말이 안 통하며, 게다가 한국에선 평생 벗 삼았던 입맛까지 종종 떠나니 말이다. 그런 상황을 대비해 사람들은 여행 가방 속에 햇반과 라면, 깻잎 장아찌와 고추장, 김치와 미역국 등을 챙긴다. 여차하면 바로 거기로 피신하겠다는 심산인 것이다. 여행도 몸도 마음도 도무지 내 편이 아닌 것 같은 저녁, 숙소에서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익숙한 맛으로 피신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많은 위로를 받곤 하니까. 때론 우리가 그 정도에 괜찮아지는 단순한 존재라는 것에 감사하는 마음까지 드니까.(14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