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게 뭐라고
장강명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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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명 작가의 [책, 이게 뭐라고]를 읽었다. 지난 2년 동안 팟캐스트 ‘책, 이게 뭐라고’를 요조님과 함께 진행하며 이야기 나눈 내용들과 그때 소개된 책과 저자들의 이야기, 그리고 읽고 쓰기와 말하기와 듣기에 대한 저자의 생각들이 담겨 있다. 각 쳅터마다 붙은 소제목들은 꽤나 길었고 특이한 내용들이 대부분이었다. 일반적인 통념이나 유행적 흐름에 반기를 내거는 저자만의 독특한 색깔을 잘 드러낸 것 같다. 특히나 가슴이 뜨끔해지는 부분은 책을 많이 읽는 것에 대해서 자랑으로 여기거나 우쭐해하는 계기로 삼는 것이 월매나 재수없는 일인지 지적한 곳이다. 저자는 1년에 150권의 책을 읽는데, 1년에 출판되는 책의 1프로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하니, 과연 개인의 취향과 어떤 목적의식에 사로잡히지 않고 공정한 책을 추천한다는 것이 가능하기는 한 것일까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그런데 출판사와 서점의 마케팅에 길들여져서 인지 서점에 가면 베스트셀러 목록부터 훑어보는 습관이 생겼다. 베스트셀러라고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전시된 책이 결코 재미있다는 보장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그 책이 왜 많이 팔렸을까 자연스레 목차를 훑어보게 된다. 그리고 고전이라고 강추되는 책들은 왜 그리 재미가 없는지, 얇고 가벼운 소설과 에세이에만 자꾸 눈길이 간다. 세상만사 피곤한 일 투성인데, 책 읽기마저 그래서는 안된다고 스스로를 합리화하기도 한다. 

하지만 어찌되었든 책을 읽는다는 행위자체는 타인의 정리된 생각과 이야기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그 비용마저 아주 경제적이기에 독서를 권장하게 된다. 그럼에도 책 읽기는 여타의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 가능할 수 있다. 시간이 남아돌아서도 아니고 쉬고 싶은 시간을, 그냥 넋놓고 예능프로그램, 드라마, 영화를 보고 싶은 것을 내려놓아야 하는 결단을 촉구한다. 그렇게 어려운 결단을 내려 책을 읽고 나면 문제는 그 책에서 느낌 감흥과 여운을 함께 나눌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주변에서 책을 자주 보는 사람도 드물지만 나와 같은 취향의 책을 선택해 읽은 사람은 더더욱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이렇게 혼자만의 기록이라도 남기지 않으면 나조차 내가 뭘 읽었는지, 그때의 감상은 어땠는지 기억하기 힘들다. 그럼에도 끊임없이 읽을 거리를 제공해주는 작가들에게 무한한 감사를 전한다. 그들이 보낸 고뇌의 시간이 있기에 독자들은 함께 울고 웃으며 위로받고 생각에 잠긴다. 그리고 그렇게 보낸 시간이 절대 아깝지 않다는 확신을 갖게 된다. 

“현대사회는 진지한 인간들을 싫어한다. 광고와 열광에 기대야 하는 이들은 거대한 질문, 예를 들어 ‘왜’와 같은 물음에 ‘그냥요’라든가, ‘재미있으니까!’라고 답하는 부류를 선호한다. 의미가 아니라 느낌을 추구하는. 그런 이들은 ‘왜’ 같은 질문에 긴 답을 품은 사람들을 떨떠름히 여기고, 진지충이라고 놀린다. 우리가 자신들이 결핍하고 있는 것, 진지함을 통해서만 이를 수 있는 어떤 가치들을 가졌다고 의심하고 질시하는 걸까.(49)”

“글쓰기가 육체노동이라는 주장은 육체노동을 안 해본 사람이나 할 수 있는 말이라고 여긴다. 물론 글쓰기에도 체력은 필요하다. 하지만 제대로 육체노동을 한 날에는 하늘이 노랗다. ‘창작의 고통’도, 세상의 다른 고통에 비하면 대단치 않다. 창작의 고통은 실업의 고통, 가난의 고통, 사랑하는 이를 잃는 고통, 가정불화의 고통, 범죄의 고통, 전쟁의 고통에 비하면 깃털처럼 가볍다.(289-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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