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셜리 클럽 오늘의 젊은 작가 29
박서련 지음 / 민음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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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련 작가의 [더 셜리 클럽]을 읽었다. 민음사 오늘의 젊은 작가 29번째 작품이다. 지금은 골동품이 되어버린 카세트 테이프 플레이어는 주인공 설희와 마찬가지로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에게 비슷한 추억을 만들어 주었다. 나도 꽤나 많은 가수들의 카세트 테이프를 갖고 있었는데, CD보다 반값 밖에 하지 않는 카세트 테이프는 비록 음질이 조금 떨어지긴 했어도 노래를 듣기에는 충분했다. 작품에 나오는 나만의 테이프 만들기는 아마도 다 한 번씩은 해보지 않았을까 싶은데, 더블 데크 기능이 있는 플레이어에 원곡이 담긴 테이프를 넣고 그 옆에는 공테이프를 넣어 나만의 노래 리스트가 담긴 카세트 테이프 하나를 만들어 누군가에게 선물하는 것이다. 만든 카세트 테이프에는 노래 사이에 철커덕 하는 녹음 버튼이 눌리는 소리가 들리기도 하고, 녹음하는 사람의 숨소리가 간혹 들리기도 한다. 그렇게 카세트 테이프 녹음이 끝나면 테이프를 보관하는 플라스틱 케이스 안에 담긴 종이에 정성스레 노래 제목을 나열한다. 그리고 끝에 받는 사람의 이름을 쓴다던지, 비밀스러운 문구들을 집어넣기도 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뭐 그런 손발이 오그라드는 짓을 했을까 싶기도 하지만, 그런식으로 서로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던 낭만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진짜 라떼는 말이야~~ 고 되고 말았지만 말이다. 

주인공 설희는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나 퍼레이드를 구경하다 ‘더 셜리 클럽’의 행진을 보게 된다. 셜리라는 오래전 붙였던 이름을 가진 대부분 할머니들의 동호회로, 설희는 자신의 이름과 발음이 비슷해 그동안 영어 이름을 셜리라고 사용해왔기에 호기심을 갖고 그들을 뒤쫓아 가게 된다. 셜리 클럽이 들어간 곳에서 두리번 거리다 설희는 S를 만나게 된다. 처음에는 카세트 테이프 재생 표시로 구분된 편지 형식의 글이 누구의 독백인가 싶었는데, 바로 설희가 S를 만나 사랑에 빠진 후 S에게 보내는 카세트 테이프 편지의 녹음 내용이었다. 설희는 도시 외곽의 치즈 공장에서 일하며 토요일은 셜리 클럽에 방문해 할머니들과 우정을 나누고, 일요일은 S와의 데이트로 사랑을 키워나간다. 그러던 어느날 심한 감기 몸살에 공장을 못 나가게 되고, 셰어 마스터의 농간으로 공장에서도 해고 당하게 된다. 그리고 나쁜 일은 한 번에 다가온다고 했었나 싶게 갑작스럽게 S 또한 연락이 되지 않는다. S를 찾아 나서는 여정 속에서 설희는 각 지역의 셜리 클럽 회원들의 도움으로 난관을 이겨내게 되고, 결국 천신만고 끝에 S를 다시 만나게 된다. 생면부지의 아무런 연고도 없는 이들이 단지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설희에게 다정함과 따뜻함을 베풀어주는 모습은 누구라도 가슴 따뜻해짐을 느끼고 말았으리라. 나도 어디선가 나와 같은 이름을 가진 이들이 정기적인 모임을 갖고 있으며, 어디에서든지 나의 조력자로 있어준다면 세상 어느 곳을 가서라도 나의 존재함을 감사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얼굴조차 생각나지 않는 사람들의 지나간 선의가 나를 울리는 것은, 그것이 상기하고 싶지 않았던 나의 무능을 일깨우기 때문이다. 내가 아주 약한 사람이라는 것을 극미량의 사랑으로도 깨달을 수 있다. 매번 그렇게 된다. 
그렇지만 마지막으로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사랑에만큼은 우리 모두 소질이 있다. 우리 모두, 라고 말함으로써 무력한 나를 우회하여 희미한 사랑에 이른다. 
이상하게도 이 생각을 하면 조금 강해지는 것 같다. - 작가의 말 중에서 (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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