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나의 안전거리
박현주 지음 / Lik-it(라이킷)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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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주 작가의 [당신과 나의 안전거리]를 읽었다. Like-it 시리즈 7번째 책이다. 표지에 한 여인이 세워진 오픈카에서 내려 사막과도 같은 곳에 놓인 도로 한 가운데에 서 있다. 그리고 오픈카 보조석에는 유령처럼 커다란 보자기를 뒤집어 쓴 것 같은 사람이 앉아 있다. 아마도 내가 차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선다 하더라도 나의 영혼은 그대로 남아 있다라는 것을 암시하기 위함이 아닐까 싶다. 표지에 차가 나와 있어서 그런지 제목에서 안전거리가 씌어서 그런지 저자가 운전면허를 따고 운전을 하면서 느꼈던 감정들을 유명한 저자의 책들과 연관지어 이야기하고 있다. 

지금 운전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당신이 면허 취득할 때부터 지금까지 에피소드를 말해달라고 하면 아마 다들 한 두 가지 이상은 기막히고, 가슴철렁하고, 어이없는 이야기를 전해줄 것이다. 차를 운전한다는 것은 우리를 편안하게 또 다른 장소로 이동시켜주는 이점에도 불구하고 참으로 많은 위험성이 내포되어 있다. 그리고 현대 사회는 차를 통해서 타인을 평가하고, 또 차를 통해서 꽤 많은 즐거움을 얻기도 한다. 더군다나 가족 중에 노약자와 어린이가 있다면 차야말로 가장 필요한 필수품이 되고 만다. 운전을 즐기지 않기에 차를 몰고 장거리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대단해 보인다. 그런데 먼 곳에 가는 것을 즐겨하지 않는 기질과 운전 하기를 싫어하는 성질과 상관 관계가 있는 것인지 그럭저럭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그리고 타인이 운전하는 차를 얻어타고 가끔씩 기분전환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니 운전을 싫어하는 게 그렇게 나쁘지 만은 않다. 

“우리의 평생은 내 자리를 찾기 위한 순례와 같다. 돈, 명예를 비롯해 인간의 삶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들은 차와 집 같은 물리적 공간을 얻어내는 수단이기도 하지만, 사회에서 내가 있을 적절한 자리를 찾아낸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애정, 호의는 말할 것도 없다. 여기 이 자리에 당신이 있어도 된다는 환대를 뜻하는 모든 것들, 우리는 늘 그것을 찾아서 헤매고, 그를 얻지 못한다면 댈 자리 없는 주차장에서처럼 비참하고 괴롭다. 무엇보다 끝없이 빙글빙글 돌아야만 한다.(76)”

“S와 나는 같은 나이이다. 그리고 인생에서 닥쳐와야 할, 닥쳐올 변화에 대한 유사한 고민을 한다. 우리의 삶은 왜 이리로 흘러와버렸을까? S는 이렇게 말했다. ‘몸은 늙어가지만 정신은 자라지 않은 것 같은데, 이 성장이 언제 멈춘 것인지 모르겠어.’ 나도 마찬가지 기분이었다. 왜 마음은 몸에 맞춰 늙지 않는 걸까? 그러나 내 마음이 변하지 않았다고 해서 여전히 어리다고는 할 수 없었다. 어리지도 않지만 성장하지도 않는 마음을 갖고 살아간다. 아마 더 나이가 들어도 그 마음의 핵심만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리나의 얼음이 녹아 물이 되듯이 우리에게는 변하지 않는 코어가 있을 수도 있다. 그것이 내 마음의 성질이다. 우리는 마음의 성질을 안고 상태 변화를 겪는다.(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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