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준 작가의 [내가 말하고 있잖아]를 읽었다. 오늘의 젊은 작가 28번째 작품이다. 주인공 ‘나’는 열네살의 심하게 말을 더듬는 중학교 1학년 소년이다. 이야기는 나의 시점으로 겉으로는 말을 더듬어 마치 그림자처럼 살아가지만 그의 생각과 내면의 모습을 면밀히 토로한다. 주인공이 스프링 언어 교정원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스프링에서는 자신의 이름을 쓰지 않고 달마다 새로운 이름을 붙이고 서로가 새로운 이름을 불러준다. 주인공은 첫 달 무연 중학교에 다니지만, 무연이라는 단어를 제대로 발음하기 힘들기에 무연이라는 이름을 붙이게 된다. 교정원을 다니며 노트와 하이라는 이름의 또래 친구들을 만나게 되고, 그곳에서 처음으로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에게 조금씩 위로를 받게 된다. 말을 더듬는다는 것은 어떤 원천적인 장애가 아닌 심리적인 요인에 의한 경우가 많다는 이유로 무조건 극복할 수 있다는 강요를 받아왔던 주인공은 교정원에서 만큼은 조금씩 자유로워지는 것 같았다. 주인공의 엄마는 아들을 무척이나 사랑하지만 술에 취해 정신을 놓아버리는 모습으로 아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쓰레기 같은 남자를 애인으로 두어 아들의 증오심을 증폭시킨다. 주인공은 교정원에서 만난 의사 이모가 진짜 엄마였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며 다정한 이모는 대체 왜 이곳에 오는 것일까 의아해한다. 교정원에서 몇 달을 보내고 드디어 원장의 가르침에 따라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전철역 출입구 앞에서 용기를 내어 말하는 시간을 갖으려 하지만, 주인공은 인사말만 내뱉은 채 더 이상 아무말도 못하고 도망쳐 버린다. 이후 교정원을 더 이상 다니지 않고 방 안에서만 처박혀 일기장에 많은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엄마와 함께 살던 쓰레기 남자가 주인공의 일기를 보게 되었고 그곳에 써 있는 엄마와 쓰레기를 다 죽이고 싶다는 내용을 보게 되고 실랑이 도중 주인공은 화분으로 쓰레기의 머리를 치게 된다. 경찰서에 끌려온 엄마와 주인공 그리고 쓰레기는 서로 상반된 증언을 하게 되고 그 순간 교정원 사람들이 들이닥쳐 주인공을 변호해준다. 문제가 해결된 후 다시 교정원을 다니기 시작한 주인공은 용서와 복수의 줄임말로 용복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게 된다. 그리고 원장이 진행한 새로운 수업 바자회를 통해서 24번과 아르페지오와 함께 파인애플 장사를 하게 되고 새로운 재능을 발견하며 바자회를 성황리에 끝난다. 그리고 용복이는 처음으로 자신감을 갖게 되어 스스로에게 ‘그럭저럭 이제 좀 하네’라는 칭찬을 건네게 된다. “책을 소리 내서 읽어야 하는 이유가 뭘까? 우리에겐 눈이 있고 생각이 있고 마음이 있다. 종이에 적힌 문장은 부끄러움이 많아 종이에 달라붙어 있는 건데 그걸 억지로 뜯어내 말로 하는 건 옷을 벗기는 것처럼 수치를 주는 짓이다.(34)” “이이이모, 이모는 왜 살아요? 이모는 웃었다. 그리고 나를 껴안아 줬다. 왜 사냐니. 무슨 질문이 그래. 아들. 알려 줄 테니까 잘 기억해. 왜 사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그냥. 그냥 살아.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다 그래. 그냥 사는 게 사는 데 있어 가장 큰 이유야. 다른 이유는 없어. 돌멩이가 왜 딱딱한지 아니? 왜 나무는 말을 못 하게? 몰라. 나무도 돌도 몰라. 사람도 그래. 사는 데 이유는 없어. 이유를 찾기 시작하면 사는 건 피곤해지고 슬퍼진단다.(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