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나코 - 2014 제38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공간 3부작
김기창 지음 / 민음사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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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창 작가의 공간 3부작 중 첫 번째 소설인 [모나코]를 읽었다. 두 번째 작품인 [방콕]을 읽고 매료되어 2014년에 발표된 작품을 이제야 보게 되었다. 역시나 작가만의 고유한 색감이 확실히 드러나는 특색있는 작품이었다. 현대 사회의 부각되는 문제점 중의 하나인 ‘독거노인의 고독사’를 소재로 하고 있지만, 그렇게 쓸쓸하거나 외롭거나 비참한 말로를 보이지 않고 오히려 노인의 사랑의 재확인에 대한 욕망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주인공은 이름은 나오지 않고 그져 노인으로 지칭된다. 노인은 꽤나 부유한 저택을 소유하고 있지만 부인은 10년 전 세상을 먼저 등졌고 아들 셋은 아버지를 잘 찾아오지 않는다. 그리고 노인인 아버지가 물려준 회사를 차근차근 아들들이 말아먹고 있는다는 표현이 나온다. 작품 말미에 둘째 아들이 나오는데, 아들은 아버지가 행여나 젊은 여자와 정분이 나 재산을 잃게 될까봐 아버지의 뒤를 캐는 못난 놈으로 그려지며 노인의 시니컬함은 지독한 고독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노인에게는 둥과 흰눈이라는 두 마리의 고양이가 있고, 노인은 때때로 둥과 흰눈에게 말을 걸며 그들과 대화를 한다. 노인에게는 덕이라는 가사도우미가 있는데, 덕의 치매에 걸린 엄마까지 챙기며 덕과의 보이지 않는 애정을 드러낸다. 하지만 노인은 자신의 저택에서 가까운 보육원에 머무는 진이라는 미혼모를 알게 되고, 진에게 자신의 욕망을 시험해보고자 한다. 진은 유부남의 아이를 갖게 되어 노인에게 경제적인 도움을 받고자 하는 마음인지 노인과의 만남을 시도한다. 진은 노인의 집에 가서 노인이 원하는 것이 진의 몸일 거라 생각하지만 노인은 그저 진과 진의 아기를 바라보며 자신의 죽음을 생각한다. 내일 당장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라 여기며 진과의 로맨스에 설레여 하기도 한다. 
여기에 또 다른 등장인물들이 있는데, 뜬금없이 현관벨을 누르며 신문을 구독하라고 화를 내는 중년의 남자와 노인이 집을 나와 눈이 내린 비탈길을 내려갈 때면 등장하는 캐리어를 끄는 할머니가 나온다. 캐리어 할머니는 부자인 노인에게 마주칠때마다 걷기도 힘든 자신을 데려달라고 칭얼대는데, 노인은 싫은척 하면서도 그녀에게 도움을 준다. 진은 노인에게 해외로 같이 나가자며 자신과 아이의 삶을 기대려하지만 노인은 진의 아이의 아빠가 이혼을 하고 진과 함께 살련 한다는 것을 알고 진을 보내준다. 
노인은 자신의 죽음을 예감한 것인지 진과의 관계를 염려한 둘째 아들에게 덕과 덕의 딸과 손녀와 떠날 여행 준비를 맡긴다. 아들은 당연히 노인이 함께 여행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노인은 치매를 앓던 엄마를 떠나보낸 덕과 덕의 딸과 손녀만 유럽여행을 보내주고 홀로 쓸쓸히 집아 안락의자에서 심장마비로 생을 마감한다. 두 달이 지나서야 썩어서 악취가 진동하는 채로 노인은 발견되는데, 그 전에 노인의 집 주변 눈을 정리하던 나이든 인부와 젊은 인부가 노인의 집에 도둑질 하러 들어갔다가 겁이나 도망가는 장면, 그리고 노인의 집에서 시가를 움쳤던 두 명의 청소년이 노인의 죽음을 발견하지만 모르척 가버리다. 
[모나코]의 독거노인의 고독사는 스스로가 준비한 완벽한 죽음이었다. 평균수명 90세에 달하는 장수국가의 이름이지만 그러한 공간이 과연 노인에게 행복을 가져다 준 것인지? 단지 수명의 길이가 인간에게 삶의 충만함을 가져다 주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노인은 안락의자의 죽음에서 증명하려한다. 그리고 그 노인을 지키며 끝까지 그의 공간을 함께 한 존재가 둥과 흰눈이라는 사실이 더욱 아련하게 다가온다. 

“막스 쿠르츠바일 <노란 드레스를 입은 여자>(105)”
“모리츠 루드비히 폰 슈빈트 <아침 시간>, 마리아노 포르투니 이 카르보 <포르티시 해변의 누드>, 요제프 리플 로나이 <새장을 든 여인>(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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