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밖의 모든 말들
김금희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김금희 작가의 산문집 [사랑 밖의 모든 말들]을 읽었다. 저자가 지난 10년 동안 느껴왔던 삶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김금희 작가의 팬이라면 그녀의 첫 장편 소설이 출간되기 전의 모습이나 그 이후 우리 사회의 굵직한 사건들을 중심으로 또는 작가 개인의 이야기들을 통해 인간 삶에 대한 그녀의 통찰을 엿볼 수 있어 참 좋았다. 특히나 저자의 인스타그램에서도 느껴졌던 저작권에 대한 문제로 논란의 중심에 섰던 시간들을 묵묵히 견뎌낸, 하지만 그로 인해 건강의 무리가 온 것은 아닐지 염려되는 이야기들도 솔직 담백하게 털어놓는다. 소설이라는 픽션이 아니라 이렇게 산문집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어 놓을 때에 꽤나 큰 용기가 필요할텐데, 작가들은 그런 용기마저 어디서 생겨난 것인지 새삼 감탄하게 된다. 그렇게 자신에게 뼛속 깊이 솔직할 수 없다면 진짜 이야기를 전해줄 수 없다는 확신에서만이 가능한 일은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나도 신자들에게 진짜 신앙을 전해주기 위해서는 전심을 다하여 나 자신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할텐데, 그럴만한 용기가 그렇게 떳떳하게 살 자신이 점점 없어진다. 원론적인 이야기나 재미있는 우화나 비유들은 누구나 쉽게 찾아 인용할 수 있다. 그런데 강론을 쓰고 그 내용을 선포하며 얼굴이 화끈거리지 않으려면 염치를 모르는 철면피가 되거나 진짜 겸손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렇게 입으로만 좋은 말을 정의로 똘똘 뭉친듯한 위선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 그 옛날의 은수자들은 사막으로 달려간 것이 아닐까? 

“지금 당장은 곁에 없지만 어딘가에 분명 사려 깊게 자리하고 있는 존재들에 대해 믿는 일이었다.(27)”
“사랑은 우리에게 남은 최후의 보루, 최후의 온기인데 그런 것에까지 세상일이란 게 다 그런 식이라는 식의 냉소를 퍼부으면 곤란하다.(115)”
“죽음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근원적으로 품고 가야 하는 고통이자 딜레마다. 죽음이 어떻게 다뤄지는가는 어떻게 사는가  만큼이나 중요하다. 죽음을 덮거나 피하지 않고 진정으로 애도할 수 있는 그런 사회 그럴 수 있도록 사회의 공기를 조성하고 충분히 슬퍼하고 분노할 수 있게 하는 사회. 그런 사회에서만이 삶은 소중하고 의미 있는 것이 된다. 죽음이 고유해질 때 우리 모두는 숫자 속에 숨은 익명이 아니라 고유한 개인이 되어 여기서 살아나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안녕이라고 말하지 못한 이별들은 은폐되거나 덮이는 것이 아니라 기억되고 말해져야 한다. 그런 비극이 우리 삶과 얼마나 가까운 것이 될 수 있는지를 지금 또다시 보고 있기 때문에, 더이상은 겪고 싶지 않은 무참한고통이기 때문에.(20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