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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빙 - 나와 당신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임미원 지음 / 라온북 / 2022년 12월
평점 :
기부하고 나누는 삶을 선택하자는 문구를 봤을 때 경제적으로 되게 풍요로운 사람일 것이라 생각을 했다. 하지만 작가는 탄탄대로의 길을 걷다가 50대에 사업 투자 실패로 모든 걸 잃어버린 사람이었다. 그런 시점에서 기부하고 나누는 삶이라니 무엇을 위해서일까 그 이유가 궁금했다.
그녀는 추락하면서 부족함 없이 살았을 때는 보이지 않았던 사람들이 보였다고 말한다. 요양원과 병원에서 일하면서 많이 초연해진 것 같다. 생의 마지막에 바라는 것도 '행복한 죽음'으로 소박해졌다. 그리고 자신에게 없는 것보다 있는 것에 더욱 감사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두 다리로 걸어다닐 수 있는 것. 숨 쉬면서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것들이 그랬다.
오래 전에 취득해 놓은 요양보호사 자격증 덕분에 사업 실패 후에 한 기관에서 요양보호사로 일할 수 있게 되었지만 그 곳의 텃세로 인해 힘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을 적대시하는 동료들을 대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말한다. 방법은 두 가지다. 첫번째는 많은 사람들 앞에서 그 사람을 칭찬해주는 것. 누적된 칭찬으로 상대방을 누그러뜨리는 방법이다. 두번째는 시선 돌리기. 모든 이와 두루두루 잘 지낼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 사람을 그냥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신경쓰지 않는 것이다.
살다보면 이유없이 나를 적대시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그런 이들은 좀 특이한 종족들이라 무시가 되냐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노년에는 그런 감정싸움보다 신경써야 할 것들이 많이 존재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그런 사람쯤은 그냥 무시하고 넘겨버리게 되는 것 같기도 하다. 노년을 위협하는 3대 재앙은 돈 없이 오래 사는 것, 병에 걸려 건강하지 못하게 오래 사는 것, 외롭게 오래 사는 것이다. 젊은 시절에는 살면서 꼭 이루고 싶은 3대 소원을 생각하는데 노년에는 피하고 싶은 3대 재앙을 떠올리게 된다니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 이렇게 달라질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작가가 말하는 기빙은 남들에게 기부하고 베푼다는 의미도 있지만 자신이 가지고 있던 신념이나 습관들을 많이 내려놓는다는 의미도 있었다.
인맥을 정리하거나 쓸데없는 말 줄이기, 무의미한 시간 없애기, 변명하는 습관 없애기 등이 그렇다.
시간을 허비하게 하는 것들을 내려놓고 그 시간을 좀 더 가치있게 쓰는 것이다.
인생에서는 말년복이 최고라는 말도 있다. 사람들도 인생 후반기에 무너진 사람들은 대체로 다시 일어서기 힘들고 실패했다고 여긴다. 그래서 작가도 더욱 괴로웠던 것 같다. 나이 60을 코 앞에 두고 그동안 이뤄낸 것들을 모두 잃었으니 말이다. 몇 번 안되는 실패였지만 대가가 너무 컸다. 그래서 어느정도 안정을 찾고 제 2의 인생을 살면서 실패의 원인을 곰곰히 생각해봤다고 한다.
가장 큰 이유는 50대가 되자 30여 년간 해오던 일에 권태기가 왔던 것이다. 그래서 사회에 기여하고자 하는 바람으로 사업을 벌였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더 나은 사회적 지위와 더 많은 돈을 바라는 마음도 존재했다. 결국 끝없는 욕심이 화를 불러왔다고 스스로도 인정한다. 하지만 실패한 후로 좌절하지 않고 자신의 운명과 가치를 직접 만들어가는 것이 대단하다. 작가의 긍정적인 면모와 삶을 바라보는 시선을 많이 닮고 싶다. 실패로 인한 결과는 잔인했지만 그로 인해 얻게 된 결과가 너무 값지기도 하다. 삶은 길고 계속된다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