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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로 차 주고 싶은 등짝
와타야 리사 지음, 정유리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4년 2월
평점 :
품절

이, 어딘가 쓸쓸하게 움츠린,
무방비한 등을 발로 걷어차 버리고 싶다.
아파하는 니나가와를 보고 싶다.
갑자기 솟아오른, 지금까지 경험한 적 없는 이 거대한 욕망은
섬광과도 같아서 일순 눈앞이 아찔했다.
고통을 주고 싶다.
발로 차주고 싶다.
사랑스러움이라기보다, 뭔가 더욱 강한 느낌.
-2005. 12. 03. SAT. PM10:19
-발로 차주고 싶은 등짝-와타야 리사
제목이 뭔가 특이해서 궁금증을 유발하긴 했지만
그다지 구미가 당기지 않은 책이었다.
책 표지가 중학생들이나 보는 그런 연애소설같아서.
그런데 교보문고에 갔더니 이 책이 베스트셀러 선반에
당당히 3위를 떠억...하니 차지하고 있지 않은가?
저 책 속에 뭔가 있나보다.....하고 그곳에서 사지는 않고
집에 와서 알라딘서점에다 주문했다.ㅋ
때마침 1+1권 행사가 있어서 다른 책과 함께.
이렇게 해서 '하치의 마지막 연인, 발로 차주고 싶은 등짝,
들돼지를 프로듀스' 이 3권의 일본소설을
12000원에...것두 내돈이 아닌 쌓아둔 마일리지로...
시원~~~하게 구입하게 되었던 것!!!
이렇게 뿌듯할 수가 있느냐는 말이다. 후후후.^^
와타야 리사.
17세라는 역대 최연소의 나이에 '문예상'을 수상하여
'천재 문학소녀'라는 찬사와 함께 문단에 등장.
'인스톨'이라는 작품으로 데뷔한 지 2년만에 두번째 작품인
'발로 차주고 싶은 등짝'으로 '아쿠타가와상'을 공동수상해
일본 열도를 한창 뜨겁게 달구고 있는 중이다.
인터넷에서 사진도 찾아보니 상당히 귀엽게 생겼다.
이럴 때 나의 부러운 마음은 불타오르곤 하지.훗.
왜 저렇게 섞이고 싶어하는 걸까?
같은 용액에 잠겨서 안도의 한숨을 쉬고,
다른 사람들에게 용해되어버리는 게
그렇게 기분 좋은 것일까?
난 '나머지 인간'도 싫지만, '그룹'에 끼는 건 더더욱 싫다.
이 책의 주인공 고등학교 여학생 하츠.
극단적인 속을 알 수 없는 자기 세계에 빠진 아이.
중학교때의 단짝 키누요를 잃고서 더더욱 배신감과 정말감에
혼자보내는 시간을 갈망한다.
아니, 분위기가 그렇게 갈망하게 만들고 있는지도...
하츠와 같은 반. 또 다른 아이 니나가와.
아이돌 스타 올리짱에게 열광하는 어깨가 움츠러든 남자.
하츠가 올리짱과 만난 경험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니나가와는 하츠에게 접근하고 더더욱 올리짱에게 집착한다.
그런 니나가와가 하츠는 밉지 않다.
오히려 호기심이 간다. 그애가 불쌍해서?
아니. 하츠도 모르는 사랑의 감정.
인정받고 싶다.
용서받고 싶다.
빗살 사이에 낀 머리카락을 한올 한올 걷어내듯,
내 마음에 끼어있는 검은 실오라기들을
누군가 쓰레기통에 버려주었으면 좋겠다.
하츠가 니나가와를 '발로 차는'행동은
하츠 나름의 관계하기 방식이 아닐는지.
그 '소통불능'의 상황을 깨고자 하는 하나의 시도는 아닐는지
그렇게 조금씩,
타인과의 소통의 가능성을 부정하려 애쓰던 하츠의,
고독한 시간을 통해 길러온,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껍질은
점점 얇게 쓸려나간다.
"혼자서 이야기하고 있으면 무슨 얘길 해도 혼잣말이 되어버
리잖아. 당연한 소리지만. 그냥 그렇다는 거야.
비참함이라고나 할까? 뭐라고 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