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과 떨림
아멜리 노통브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02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과거 일본 황실의 의전(儀典)에 천황을 알현할 때는

   <두려움과 떨림>의 심정을 느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나는 사무라이 영화의 인물들이 보여 주는 모습에,
   사무라이들이 초인적인 숭배의 감정으로 목소리가 녹아들면서
   자신의 두목을 배알하는 모습에 그렇게 딱 부합하는 이 표현이
   늘 끔찍이도 좋아했다.
 
   -2006. 01. 16. MON. PM 10:54
   -두려움과 떨림 - 아멜리 노통
 
   한 번 잡으면 손을 놓지 못하게 하는 노통의 매력.
   학교 도서관에 들렀다가 그녀의 소설을 3권이나 빌려왔다.
   노통의 소설만 3권이나 살 배짱이 나에게는 없기에
   이번엔 빌려보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의례 노통소설의 마지막장을 덮을 때면 다른 작품이 보고싶어
   안달이 난다.
   제목도 휘황찬란해서 이 여자는 궁금증을 더욱 더 유발시키고.
   3권 줄줄이 질릴때까지 한 번 읽어보자아..............
   진짜로 질린다.
 
   미스터 하네다는 미스터 오모치의 상사였고,
   미스터 오모치는 미스터 사이토의,
   미스터 사이토는 미스 모리의,
   미스 모리는 나의 상사였다.
   그런데 나는, 나는 누구의 상사도 아니었다.
  
   이렇게 야리꼬리한 문구로 시작하는 그녀의 책은
   마지막까지도 야리꼬리하게 전개해 나가지만
   아무런 메세지없이 야리꼬리하게 끝내버리는 건 절대 아니다.
   유미모토라는 일본 회사를 배경으로 한 이 자전적인 소설은
   노통이 어느 일본회사의 신입사원으로 입사하면서 시작된다.
   작가의 화두인 나와 타인의 관계에 대해
   뛰어난 관찰력으로 꼬집어 나가면서
   그녀만의 블랙코미디적 문투로 웃음을 건넨다.
   노통의 가벼워 보이는 문투는 문제를 더 신랄하게 비판하는
   만점 효과를 가지고 있는 듯 하다.
 
   일본 여성에게 찬사를 보내야 -그래야 한다- 하는 이유는
   그녀가 자살하지 않기 때문이다.
   코흘리개 유년 시절부터 그녀의 꿈과 이상을 가로막는
   음모가 시작된다.
   그녀의 뇌 속에 석고 반죽이 부어진다.
   <스물다섯 살에도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다면 당연히 부끄러워
     해야 할거야>
   <웃으면 너는 품위를 잃게 돼> 
   <얼굴에 감정이 드러나면 저속한 거야>
   <몸에 털이 조금이라도 있다고 네입으로 말하면 천박한 거야>
   <남자애가 사람들 앞에서 뺨에 뽀뽀를 하면 너는 창녀야>
   <음식을 먹는 게 즐겁다면 넌 돼지야>
   <잠자는 게 좋으면 넌 굼벵이야>
 
   이게 사실이라면 나는 품위도 없고 저속하며 천박한 창녀나 돼지,
   굼벵이나 다름없다는 것인가?? -.-;;
   정말 개방적일 것 같은 일본사회에서 이렇게 여성을 옭아매는
   권위적이고도 파렴치한 제도가 있었다는 게 놀라웠다.
   이런 말도 안되는 제도에 저항하기 위해 일본은 더욱 더 개방적
   이고도 엽기적인 문화가 만들어져야 하지 않았을까?
   영화도 있다는데...정말 보고싶다...
   창문에 노통의 몸을 내던지는 장면이 얼마나 황홀한지를...
 
   일본 괴짜를 만나 보지 않았으면 진짜 괴짜를 모르는 셈이다.
   내가 쓰레기를 덮고 잠을 잔거?
   별 놀랄 일도 아니다.
   일본은 <맥없이 무너진다>는 게 뭔지 아는 나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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