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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P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북스토리 / 199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랑은 지옥보다 아름다운 천국이었다
그 소설의 라스트 신.
어렴풋하게 들려오는 인어의
슬프고도 애절한 노랫소리.
비늘에 덮여 만질 수 없는 하반신.
투명한 머리칼 너머로
고개숙인 옆얼굴.
달빛.
'아름다운 그녀를, 영원히 사랑하리라.'
-N.P-요시모토 바나나
-2006. 03. 29. WED. PM 9:56
요시모토 바나나가 다루던 주제들이 총 망라한다.
근친상간, 초능력, 텔레파시, 레즈비언...
항상 그녀의 소설을 읽으며 느끼는 거지만
어쩜 그렇게도 문체가 잔잔하고 마음을 흔들며
구름에 뜨는 기분을 주는지...
구름에 뜬다는 건 방방 날뛴다는 기분이 아니라
내가 꿈을 꾸듯이 현실속의 모든 것이 안개로 뒤덮혀 버린다
는 것이다.
아무리 좋지 않은 일이 있어도 '그럴 수도 있겠지...'
'될 데로 되라지...' 하고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게 된다.
어떤 경우가 근친상간, 레즈비언보다 더욱 심각할 수 있겠어?
그래서 뭔가 희미해지고 답답할 때마다 바나나의 소설을
들게 된다.
이 작품도 책은 오래전에 사놓았었는데 이 때를 대비해서
한 쪽 책장에 모셔두고 있었지. 푸푸푸.
사람이란 좀 더,
이상하고 지저분하고 끈적끈적하고 정나미 떨어지고
고귀하고 무한한 단층을 가지고 있다고,
그렇게 생각해 왔거든,
인생이란 좋은 것이로구나,
사랑이란 좋은 것이로구나,
하고.
여자다운 몸짓을 해보기도 하고,
강해지기도 하고, 나약해지기도 하고,
한바탕 싸움을 하고 나란히 달구경을 하기도 하고,
같은 일을 하면서도,
날에 따라 느끼기도 하고 못 느끼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무서움에 떨게 하기도 하고.
차암ㅡ 이 곳에서 인간관계 복잡하기도 하다.
스이는 오토히코의 연인인데
오토히코는 스이의 이복형제이기도 하고,
스이는 오토히코와 사귀기 전 그들의 아버지와 사귄 적이 있고
(다행히 그들은 사귈 때 그 사실을 몰랐었다.
다행인가? 아닌가?)
또한 스이는 카자미와 친구인데
카자미의 죽은 애인 슈지의 전 여자친구 이기도 하고,
또 스이와 카자미는 키스도 했고,(ㅡㅡ;)
마지막엔 카자미와 오토히코와 맺어진 것 같기도 하고.
우리 엄마 아빠가 아시면 개판이라고 하시겠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사랑에 빠져버린 후에야 드러나게
된 것인데 어쩌겠는가. 머라고 할 수 없는 상황이잖아.
게다가 바나나는 이런 비정상적인 것들을 받아들이게 만들
어 버리니 참 보수적인 나로서는 곤란한 일이다.
대충의 줄거리로 싸이코 소설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거라 생각해서 보충 설명 좀 해보자면,
'올드보이'에서 최민식과 강혜정을 떠올려 보자.
딸이란 걸 알게되지만 너무 사랑한 나머지 모든 걸 잊을 수
있게 최면을 걸어달라는 아빠.
거기서 "저 새x 미친새x 아냐?"하고 생각했던 사람은 없잖아.
강혜정이 "사랑해요, 아저씨." 할 때 울었으면 울었지.
요시모토 바나나와의 여섯번째 대면이다.
그 동안 좋긴 좋았는데 이만하면 된 것 같다.ㅡㅡ;
이젠 그러한 문체들에 익숙해져 버렸다.
익숙해졌단 건 좋은 징조인데 왜 그만 읽으려고 하지?
그것이 '익숙'이라는 단어의 큰 실수이다.
사람의 변덕과 호기심이라는 것에 대해 고려하지 않은 거지.
영화 '아일랜드'에서 처럼.
(복제인간을 만들 작정이라면 참고해 두세요)
참 슬픈 일이다.
그건 그렇고 이놈의 부은 볼은 언제 가라앉을 작정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