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 자
실비아 플라스 지음, 공경희 옮김 / 문예출판사 / 2006년 2월
평점 :
절판


                          

         내가 어디 있든

        배의 갑판이든 파리나 방콕의 거리 카페든

        나 자신의 시큼한 공기속에서 속을 태우며

        벨자(종 모양의 유리 그릇)밑에 앉아 있을 테니까.

 

        나쁜꿈.

        벨자 안에 있는 사람에게

        죽은 아기처럼 텅 비고 멈춰버린 사람에게

        세상은 그 자체가 나쁜 꿈인 것을.

 

       -벨자 - 실비아 플라스

       -2006. 02. 24. FRI. AM3:44

 

 

 절정에 이르는 찰나

 

태어나자마자 사라지는 찬란한 섬광

 

쉼 없이 물에 밀려 흘러가는 모래

 

그렇지만 나는 죽고 싶지가 않은걸

 

 

        '신화'라는 말이 들어맞는 미국의 대표적 여성 시인

         실비아 플라스.

         생물학 교수이자 땅벌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였던 아버지의

         딸로 태어난 그녀는 어렸을 적 아버지의 죽음을 상흔으로

         남긴 채 400여 편의 시를 남겼다.

         대학강사로 또 잡지 편집기자로 활동하면서 그녀는

         이 시기에 수면제를 먹고 자살을 시도하는데

         충격요법과 심리요법을 병행한 치료로 학업을 계속하면서

         문학적으로도 성공을 거둔다.

         그러나 끝내 31살의 나이로 가스오븐에 머리를 쳐박고

         자살함으로써 서른 살의 천재 여성 시인 실비아는

         참혹한 비극으로 자신의 삶을 마감한다.

         

         이 <벨자>라는 이 소설은 자살을 시도했던 시기의 그녀의

         경험을 자전적으로 묘사한 작품이었다.

         재능이 넘치고 어디에서나 촉망받았던 그녀가 왜 자살을

         시도했을까...

         그녀를 목을 조르는 건 세상의 관습이었다.

         아무리 뻗어나가려고 해도 그녀의 손에 닿는 건 벨자.

         그녀는 그렇게 그 안에서 시들어간 것일까.

         아직 벨자를 인식하지 못하고 마냥 퍼덕이는 나에게는

         지극히 어려운 글일뿐.

 

         "노이로제라니, 웃기네!"

         나는 조롱하듯 웃고 덧붙였다.

         "서로 다른 둘을 동시에 하고 싶은 게 노이로제라면,

          난 끔찍한 노이로제에 걸렸어.

          난 죽을 때까지 완전히 다른 것들 사이를 날아다닐 거야."

         버디가 내 손을 잡으며 말했다.

        

                  "나도 같이 날아다니게 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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