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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순이 언니 - MBC 느낌표 선정도서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2004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왜, 어린 시절엔 낮잠에서 깨어나면 그렇게 서러웠을까.
푸르스름한 저녁 빛이 이 세상에 내려앉을 때.
화단에 심어진 파초나 담장따라 올라간 연분홍빛 월계꽃
이파리조차 푸른 필터를 끼운 것처럼 보이는
아침인지 저녁인지 분간할 수 없는 그 순간에 말이다.
누구도,
사랑하는 누구와 함께 있어도 모두 고아같은 그 어스름의 시간.
-봉순이 언니-공지영
-2005. 12. 02. FRI. AM1:00
우리 동네 어떤 책 대여점이 가게를 정리하면서 책을 싼값에
처분한다는 소리를 듣고
심심한데 구경도 할 겸 해서 슬리퍼 찍찍 끗고 찾아갔더랬다.
역시나 상태좋거나 웬만한 좋은 책들은 모조리 없어진 상태고
삼류연애소설이나 무협지들만이 뒹굴고 있는 걸 쭉 구경하다가
'봉순이 언니' 발견!!!
아주 옛~~~날에 엠비씨 프로그램 '책책책!!'이였던가...??
하여튼 거기에서 이달의 책으로 선정되었던 걸 본 적이 있어서
상태가 좀 심하게 엉망임에도 불구하고
게다가 그냥 나오기도 좀 머해서...^^;
2000원을 주고 봉순이 언니를 데리고 왔다.
그렇게 데리고 와서는...시험이다 머다 해서 한쪽 구석에
쳐박아 놓았다가 책장정리를 하면서 발견...ㅡㅡ;
너무 낡아서 색깔이 바랜 이 책에 마음이 별로 가지 않아
기대는 고사하고 아무 생각없이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는데...
짱아의 그 끊임없는 재잘거림에 흠뻑 젖어버렸던 것!!!
짱아의 최초의 세계이자 첫사람이었던 봉순이 언니.
숱하게 배신을 당하면서도 '헤헤' 웃으며 시작하고 또 시작하는
그녀.
그 눈빛에서 아직도 버리지 않은 희망...... 같은게......
희망이라니, 끔찍하게......
어떤 마을에 드넓은 초원이 있고,
거기엔 진한 갈색의 멋진 종마가 풀을 뜯고 있다.
그곁에는 그 말을 돌보는 할아버지가 살고 있고,
그 종마를 사랑하는 어린 소년이 있었다.
말을 돌보는 할아버지가 멀리 출타하면서
소년에게 말을 부탁한다.
소년은 자신이 얼마나 그 멋진 종마를 사랑하고,
또 그 말이 자신을 얼마나 믿고있는지 알고 있으므로,
이제 그 종마와 단둘이 보낼 시간이 주어진 것이 뛸듯이 기쁘다.
그런데 그 종마가 병이 난다.
밤새 진땀을 흘리며 괴로워하는 종마에게 소년이 해줄 수 있는
일이라고는 시원한 물을 먹이는 것 밖에 없다.
그러나 소년의 눈물겨운 간호도 보람없이 종마는 더 심하게 앓았
고, 말을 돌보는 할아버지가 돌아왔을 때는 다리를 절게 되어버
린다. 놀란 할아버지는 소년을 나무랐다.
"말이 아플 때 찬물을 먹이는 것이 얼마나 치명적인 줄 몰랐단
말이냐?"
소년은 대답했다.
"나는 정말 몰랐어요. 내가 얼마나 그 말을 사랑하고
그 말을 자랑스러워했는지 아시잖아요."
그러자 할아버지는 잠시 침묵한 후 말한다.
" 얘야,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어떻게 사랑하는지를 아는 것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