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보일드 하드 럭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요시토모 나라 그림 / 민음사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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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자기가 상대방에게 싫증이 났기 때문에.

혹은 자기 의지로.

또 혹은 상대방의 의지로 헤어졌다고 착각한다.

그러나 사실은 다르다.

계절이 바뀌듯.

만남의 시기가 끝나는 것이다.

그저 그뿐이다.

그것은 인간의 의지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러니까 뒤집어 말하면.

마지막이 오는 그날까지 재미있게 지내는 것도 가능하다.

 

-하드보일드 하드럭-요시모토 바나나

-05. 08. 22. MON. AM 1:45

 

요시토모 나라 전시회에 갔다가 그가 디자인한 책이 이 책이라 하여 주문했다.

사실. 왠지 책이 예쁠 것 같아서...홍홍홍

예쁜책은......보고만 있어도 매우 흡족하니까.....;;;

나도 서서히 이런 엉뚱하고도 묘한 문체에 적응되어 가는지

처음엔 그렇게도 이해할 수 없던 '니뽄'소설이

이제는 그 차분한 이야기에 .마음을 착 가라앉게 해주는 분위기에.

조금씩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

이러다가 내 생각까지 바뀌어가는 건 아닌지....그건 싫은데.....

 

이 책은 '하드보일드'와 '하드럭' 이렇게 두개의 이야기로 나뉜다.

사랑하는 동성연인과 헤어진 뒤에 뜻하지 않은 사고로 죽은 치즈루.

(하드보일드. 이 이야기에서 자꾸 유령이 나와 밤잠 설치게 했다.ㅠㅠ.)

결혼을 앞두고 뇌사판정을 받아 죽음의 길을 가게 된 언니(하드럭).

그녀들을 둘러싸고 그 죽음을 바라보는 살아있는 사람들의 다양한 반응.

충격과. 슬픔과. 괴로움과. 결국은 잊혀짐까지....

 

그러나 죽음이란.

타인의 죽음이 <불운 Hard Luck>을 통하지 않고서는 경험할 수 없는 것이기에

살아있는 사람에게는 늘 죽은 사람의 불운과 빈자리를 껴안고

<하드보일드 Hard-boiled>하게 살아야 하는 숙제가 남습니다.

산 사람에게 죽음이란.

살아 있기에 접할 수 있는 더없이 소중한 생의 한 장면인 것이지요.

 

생각해보면 난 정말 행복한 사람중에 한 사람이다.

난 아직까지 내 주위의 소중한 사람들을 잃어 본 적이 없으니까.

그래서 죽음이란 게 어떤 것인지. 그게 어떤 느낌인지 전혀 감이 잡히질 않는다.

슬픈 건 알겠는데 그 슬픔이 얼만큼 가슴을 도려낼지.

아침에 눈을 떳을 때. 세상이 어떻게 다가오는지.

그러나 세월이 지나면서 나이를 먹는 것을 피할 수 없듯이

내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 또한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사실.

지금 이 상황에서 그런것들을 절대 생각하고 싶지는 않지만

쪼끔은. 아주 쪼끔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갈 지 모를일이니까.

사랑하는 사람들이 내 옆에서 없어지기전에

이 무뚝뚝한 성격을 좀 고쳐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ㅡㅡ.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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