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반양장)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청미래 / 200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순간 나는 클로이의 팔꿈치 근처에 있던.

무료로 나오는 작은 마시멜로 접시를 보았다.

의미론적 관점에서는 설명할 수 없었지만.

갑자기 나는 클로이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마시멜로한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마시멜로가 어쨌길래 그것이 나의 클로이에 대한 감정과 갑자기

일치하게 되었는지 나는 절대 알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말은 너무 남용되어 닳고 닳아버린 사랑이라는 말과달리.

나의 마음 상태의 본질을 정확하게 포착하는 것 같았다.

더 불가해한 일이지만.

내가 클로이의 손을 잡고.

험프리 보가트와 로미오에게 눈을 찡긋하며.

그녀에게 아주 중요한 이야기가 있다고.

나는 너를 마시멜로한다고 말하자.

그녀는 내 말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 같았다.

그녀는 그것이 자기가 평생 들어본 가장 달콤한 말이라고 대답했다.

 

그때부터 사랑은.

적어도 클로이와 나에게는.

이제 단순히 사랑이 아니었다.

그것은 입에서 맛있게 녹는.

지름 몇 밀리미터의 달콤하고 말캉말캉한 물체였다.

 

-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 알랭 드 보통

-05. 08. 17. WED. AM 8:09

 

제목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그러나 책 표지가 심히 거부감을 일으켰다.

후기에서도 딱딱하다는 평이 남발했다.

읽고싶은 마음 반. 별로일 것이라는 마음 반.

그렇게 그렇게 보통씨의 책을 주문하는 걸 결정하는 일이란

너무 어려웠다.

 

"머해" "책읽고 있어" "무슨 책 읽는데??"

"보통사람이 지은 책이야"

"깔깔깔깔깔깔깔~~~~ 보통사람이 지은책은 어떤 책인데?"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이렇게 나의 형님이 읽고 있고. 또 권유했던 이유로.

결국은 이 책을 주문하게 되었다.

생각대로 여전히 겉표지는 나에게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켰고

책 두께도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두꺼웠다.

하지만 첫 10페이지를 읽고 말 그대로 필이 꽂혔다.

내가 좋아하는 문체.

엉뚱하고 일상적이면서 깊은 매력을 갖고 있는 말투.

역자의 말로는 웃음을 터뜨리기 위해서는

상당한 지적 노력이 따라주어야 한다고 했지만.

한번 이라도 사랑을 해 본 사람이거나 약간의 이론만 가지고 있어도

쉽게 수긍하고 무릎을 '탁' 칠 수 있을만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시끌벅적한 지하철이나 버스 안이 아닌.

차분한 마음으로 책상에 앉아서 의미를 곱씹어 보아야 한다는

주의할 점을 가지고는 있다.

책을 읽는 내내 한장이 넘어가기가 무섭게

밑줄을 박박 긋느라 정신이 없었다.

야밤에 혼자서 깔깔깔 큰소리로 웃기도 했다.

사랑을 하고 있는 사람. 또 사랑하고 싶은 사람. 이라면.

적극 추천해 주고싶은 보통씨의 사랑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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