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어보십시오. 나는 부소입니다. 이제서야 나는 내입으로 부소를 말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건 소설도 아니고 평전도 아니며 역사는 더욱 아닙니다. 이 언설은 다만 내 가면을 뒤집어 쓴 자의 망상일 뿐입니다.'
-2005.1.18.화 2:37pm- -장정일의 '중국에서 온 편지'를 일고..
TV에서 장정일씨가 나왔다. 그가 쓴 '삼국지'를 들고 그 작품에 대해 또 그 작가에 대해 평하는 프로였다. '내게 거짓말을 해봐(영화: 거짓말)'로 파문을 일으켰던 장정일을 그렇게 자세히 본 것은 처음이었다. 스님처럼 박박 깎은 머리에 천진난만한 얼굴. 항상 곧 울 것 같은 표정과 겸손하고 다소곳하며 어눌한 말투까지.... 난 그 작가에게 한 눈에 반해버렸다. 이런 그가 어떻게 그런 소설을 쓸 수 있었을까? 실제로 도서관에서 장정일 이라는 글자를 치고 자료를 찾아보니 대부분이 성인실에 있었다. 그나마 자료실에 존재하는 이 책을 집었다. 한장을 펼치자마자 책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진나라 최고의 황제 진시황과 그의 맏아들 부소의 관계를 새로운 시각에서 해석한 이 책은 장정일 그의 특유의 혁명가적인 문체로 쓰인데다가 반항적인 말투가 너무 재미있어 순식간에 읽혀진다. 조용한 곳에서 혼자 실실 웃으며 읽었던 나는 웃음소리 때문에 따가운 시선을 받아야만 했다.ㅡㅡ;;; 장정일 그 자신이 부소가 되어 아버지 진시황을 비판하는 이 책은 욕도 서슴치 않고 내뱉는다.
'왕자의 품위요? 그런 건 개나 물어가라지요...' '아버지,아버지,이 씹새끼야...'
허무맹랑한 이야기만 있는 게 아니라 중국고서를 기본으로 씌어졌기 때문에 중국역사에 대해서도 어느정도 지식을 쌓을 수 있었다.
부소가 아버지로부터 변방으로 쫓겨나 몽염장군의 보호아래 지내면서 그에게 부성애를 느낌과 동시에 동성애에 빠지기까지..... 역시 그의 스토리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ㅡㅡ;ㅋ
100page의 가벼운 분량과 사마천 '사기'에 기초한 탄탄한 스토리.. 지금 점을 빼서 바깥에 나갈 수 없는 나에게는 정말 최고의 흥미거리였다...^^; 아직 읽어보지 않은 당신에게 적극 추천하는 책.... 장정일의 또 다른 작품도 몹시 기대된다.... |